일이 있다. 지난 1년 동안 준비해 온 일이며, 사실 1년 동안 이렇게 열심히 지낼 수 있었던 원동력인 일이기도 하다. 당장 다음 주 즈음에 발표가 난다는 메시지를 받은 목요일은 (12월 5일) 하루 종일 일이 잡히지 않을 정도였다.
수업에 들어가도 집중이 되지 않고, 얼른 결과를 알고 싶은 마음이 넘쳐 났다. 당장이라도 주최측에 전화해서 미리 합격 여부를 알려줄 수 없느냐고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도 같이 따라왔다. 될 지, 안 될 지 미리 알아야 그 다음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조바심이란 조바심은 모두 끌어 쓴 것 같다. 그날.
생각이 한 번 시작되면 멈출 수 없는 성격인지라 가능성을 모두 놓고 하루종일 생각에 빠져들었다. 합격하면 어떻게 될 것이고, 불합격하면 그 다음은 어떻게 하지...? 하면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니 도저히 뭘 할 수가 없었다. 어떤 정신으로 일을 마무리했는지도 모를 정도.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가만히 가라앉히고 생각해 보니,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사실 냉정하게 바라보면 합격할 확률이 매우 낮은 도전이긴 했다. 경력도 부족하고 경험도 적고, 무엇보다 엄청 체계적으로 준비하진 못했다. 어쩌면 지금 합격을 바라는 것은 요행을 바라는 것일지도 모를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격하고 싶은 마음도 간절하지만)
찬찬히 돌이켜 보니, 합격 여부를 점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깝게 느껴졌다. 합격 가능성이 낮은 일에 목을 메고 하루 종일 그 생각만 하면서 정작 제일 중요한, 지금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은 등한시 하는 상황이 어쩌면 주객전도인 것 같아서다.
생각을 고쳐 먹었다.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것이고, 안 된다면 그 실패를 발판 삼아 뭐든 다시 준비해보면 된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내년에도 또 도전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냉정하게 살피고, 그에 맞게 준비하면 분명 길이 열릴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생각을 다잡고 나니 다시 일상이 보인다.
엄마의 손길을 기다리는 딸이 보이고, 일 하느라 바빠 놓친 살림도 보인다. 그리고 진짜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와 수업 준비가 보인다. 발표를 기다리기 전까지 내가 놓치지 않고 챙겨야 할 나의 소중한 일상이 보인다.
마음을 가다듬어 본다.
자정이 지나 8일이 되고, 9일이 되면 나는 합격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시간이 되기 전까지 동요하지 않고 해야할 일을 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며 나를 챙겨보겠다. 그런 후에 나에게 찾아올 결과를 덤덤히 받아들이겠다.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
아주 간절하게 바라면 바랄 수록
조금은 멀리 떨어져서
천천히, 조금씩. 갈 필요가 있으니.
사진: Unsplash의Volodymyr Hryshchenko
추신: 월요일 좋은 소식이든 안 좋은 소식이든 전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