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I(Brain-Computer Interface)
일본의 공상과학 애니메이션인 공각기동대에서는 인간의 뇌와 컴퓨터가 상호연결되는 ‘전뇌화’ 기술이 발달된 미래를 그린다. 영화 아바타 역시 인간의 뇌와 직접 연결된 아바타가 인간의 물리적인 행동을 대신한다. 먼 미래 SF 영화에서나 나타날 것만 같았던 뇌와 컴퓨터 간의 상호연결 기술은 이미 각 분야에서 활발히 진행 중이다.
뇌의 정보처리 방식을 컴퓨팅으로 구현한 머신러닝의 발달은 인류가 이전에 하지 못했던 다양한 일을 수행하고 있고 뇌에 전기자극을 입력할 수 있는 인공와우(Cochlear Implant) 소리를 인지할 수 있게 한다. 뇌를 자극하여 시각정보를 인지할 수 있게 하고 뇌파를 이용해 정보를 전달 수도 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마인드 핑퐁’이라는 뉴럴링크의 연구결과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서 뇌 속에 칩을 이식한 원숭이 '페이크’는 조이스틱 없이 생각 만으로 게임을 한다.
뇌의 정보처리는 컴퓨터의 정보처리와 많은 부분이 닮았다. 전기 신호를 생성하고 디지털 신호를 발산한다.
인간이 미지의 영역인 뇌를 정복하겠다는 야심을 가진 이유는 결국 인간의 뇌가 컴퓨터와 비슷한 처리 과정을 가졌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뇌는 아직 많은 부분이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비록 공각기동대의 ‘전뇌화’는 아직 영화 속 이야기 일 뿐이지만 인류의 끊임없는 탐구력은 차츰 뇌를 더 이해하게 되어 이러한 일도 꿈만 같은 이야기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인간 뇌와 컴퓨터의 상호작용 기술인 BCI(Brain-Computer Interface)는 이미 수많은 분야에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뇌가 기계와 연결됨을 너머 뇌가 통제 가능해질 경우 인간의 존엄과 존재의 의미는 어떻게 될까? 기술에 발전에 취해 축배를 들기 이전에 데카르트의 인간 존재에 대한 사색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그에 앞서 뇌에 대한 이해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
인간의 몸은 거대한 신경 네트워크로 이루어져 있다. 신경계는 뇌와 척수를 담당하는 중추신경계와 나머지 부분을 담당하는 말초 신경계로 구성된다. 중추신경계는 우리 몸에서는 느끼는 감각을 수용하고 조절하며 운동, 생체 기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말초신경계는 우리 몸으로부터 감각, 근육 자극과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반사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중추신경으로 전달하고, 중추신경의 운동자극을 다시 우리 몸으로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즉 우리의 몸은 신경망의 거대한 네트워크로 상호 작용하여 모든 자극에 따른 행동을 통제하게 된다. 이러한 행동 통제의 가장 중요한 기관이 중추 신경계인 뇌이다. 인간의 뇌는 인체의 모든 통신을 담당하는 뉴런 약 10~20%, 인체의 항상성 유지와 지원 역할의 교세포 80%로 이루어져 있다.
현대 과학에서는 주로 뉴런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 왔지만 21세기 뇌과학에서는 교세포가 단순히 뉴런을 혈관계와 연결해 주는 것이 아닌 다양한 역할이 존재함을 밝히면서 새로운 연구분야로 급속히 떠오르고 있다. 그렇지만 뇌의 핵심은 여전히 신경세포인 뉴런(Neuron)이다. 뉴런은 인간의 의사결정과 행동을 주관한다. 뉴런은 신호를 받는 부분과 신호를 보내는 부분이 분리되어 있고 크게 수상돌기(Dendrite), 세포체(Soma), 축삭(Axon)으로 구성된다. 수상돌기는 신호를 받는 부분이며 축삭은 신호를 내보내는 부분이다.
뇌 속 뉴런의 평균 개수는 1011(1000억 개)이며 세포 하나 당 평균 연결 수는 10,000개로 엄청나게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각각의 뉴런들은 매 초 수 십억 번의 활동 전위(Action Potential)라는 전기 자극을 만들어내면서 서로 전달한다. 펄스 형태의 전기 신호인 활동 전위는 수상돌기에서 축삭돌기를 따라 빠르게 말단으로 전파된다. 이때 하나의 뉴런이 다른 뉴런으로 신경신호를 전달하는 지점을 시냅스(Synapse)라고 한다.
시냅스는 뉴런의 축삭말단과 다른 뉴런의 수상돌기 사이나 축삭말단 – 세포체 간 형성된다. 시냅스는 세포 간 전류를 통한 전기적 시냅스와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는 화학적 시냅스 두 방식으로 신경신호를 전달한다. 기존의 수많은 연구결과에서 시냅스는 기억과 학습에 관여함을 밝혀 왔고 시냅스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량, 수용체의 수, 시냅스의 개수 등을 증가시키면 된다. 이렇게 다수의 뉴런들이 시냅스를 통해 연결돼 상호작용하게 되면서 우리의 몸은 뇌 로부터 통제된다.
뉴런에서 발생한 활동전위의 신경신호는 디지털 방식이다. 전기신호와 디지털 방식이라는 두 가지 특성은 컴퓨터의 정보처리과정과 흡사하다. 뉴럴 네트워크(Neural Network) 라 불리는 인공신경망(Artifitial Neural Network) 알고리즘은 이러한 뇌의 특성을 컴퓨팅 방식으로 적용한 통계적 학습이다.
뉴럴 네트워크 기반의 인공지능 기술은 컴퓨팅의 발전과 함께 획기적인 연구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인간의 인지 및 사고 과정을 컴퓨터가 대신하도록 하는 기술이 뉴럴 네트워크 기반의 인공지능 기술과 함께 뇌를 보다 직접적으로 이해하고 연결하는 기술 역시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BCI(Brain-Computer Interface) 뇌-컴퓨터 상호작용 기술이 있다. BCI란 뇌에서 발생한 전기신호를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사용자의 의도를 예측하고, 그에 따라 로봇이나 컴퓨터를 제어해 주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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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I는 주로 EEG(Electroencephalogram)와 같은 뇌파 측정을 통해 키보드나 마우스를 제어한다. 즉 생각만으로 사물을 제어할 수 있는 미래 핵심 기술이다. 이를 통해 몸을 제어할 수 없는 마비 환자도 자신의 의지에 따라 의사를 표현하고 이동할 수 있다. 또한 모든 사람들이 생각만으로 전자제품을 제어할 수도 있다. 최근 영국 왕립 오픈 사이언스 저널에 게재된 연구 논문에 따르면 호주 애들레이드 대학에서 BCI 기술을 이용한 뇌졸중 환자 치료로 손의 운동기능이 약 36% 향상되었음을 보여주었다.
생각으로 조이스틱을 움직이는 영상을 공개한 일론 머스크의 ‘뉴럴 링크’는 뇌에 전극 칩을 심은 돼지를 선보인 바 있다. 이에 지난 2021년 8월 4일 BCI 기술 개발 업체인 미국의 싱크론(Synchron)은 최근 FDA로부터 뇌 인터페이스 임플란트인 ‘스탠트 로드(Stentrode)’에 대한 인간 대상 임상 실험 승인을 받았다.
특히 주목할 만 점은 기존 침습 장치가 뇌수술에 기반한 반면 ‘스탠드 로드’는 심장 스탠트 시술처럼 2시간 만에 최소 침습 시술로 장치를 뇌혈관에 삽입한다. 임상실험이 성공할 경우 시선 추적장치와 함께 생각만으로도 컴퓨터를 제어할 수 있어 신체적 마비 환자들에게 기적을 선물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비침습적 뇌파 측정방법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었던 케이블을 없앤 무선 BCI 기술도 선보였다. 미국의 과학 전문 매체 ‘사이언스 데일리’에 의하면 이시스 템은 전통적인 케이블 대신에 작은 송신기가 달려 있는데 유선 시스템과 동일한 포트를 사용하여 사용자 뇌의 운동피질 내에 있는 전극 배열에 연결된다.
이러한 기술적인 상용화 단계를 이루기 위해 BCI가 각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박승민 외는 딥러닝에 사용되는 컨볼루션 신경망(CNN) 기반 운동 심상을 이용한 뇌의 연결성 분석을 통해 휴식, 활동 등의 인간의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뇌파의 측정을 예측하고 분류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또 김상수 외는 뇌에 전달되는 새로운 시각 자극을 통해 외부 기기를 조작하거나 의사소통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
이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BCI를 활용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물론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아바타를 직접 제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단계는 아직은 불가능 한 단계이다. 뇌의 메커니즘은 아직 뇌공 학자들이 모두 규명하지 못한 난제이기 때문이다.
“2050년. 비정규직 프리랜서 방송 PD가 아무런 촬영장비 없이 촬영 현장에 나왔다. 뇌에 이식한 칩을 통해 눈으로 본 시각정보가 컴퓨터와 연결되어 영상자료로 출력된다.” 갈수록 악화되는 방송 노동환경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만평의 내용 중 일부이다. 물론 미래의 뇌기반 기술을 설명하기 위한 내용은 아니었지만 BCI 기술이 발전된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인류는 끊임없이 편리함을 추구한다. 그 속에 경제적 편의성이 최우선적 가치가 되어 인간의 존엄을 위협하기도 한다. 위의 만평처럼 인간에 대한 도구적 접근은 기술을 통해 인간의 건강을 증진시키고 행복을 추구하겠다는 과학적 이상과 배치된다. 또, BCI가 적용된 인간의 뇌가 만약에 해킹된다면 인간의 자아는 소멸될 수도 있다.
물론 아직 BCI가 완전한 꿈의 기술로 발전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 사람의 뇌는 디테일한 구조와 형태, 뇌파의 파형은 마치 지문처럼 모든 사람이 제각각 다르고 같은 사람도 환경과 컨디션에 따라 항상 변한다.
혁명적인 기술의 발전이 없는 한 BCI를 통해 사람이 완전히 통제되는 일은 아직은 기우에 불과하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은 상상을 곧 현실로 만들어 주며 그 속도 또한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또한 BCI의 기술이 꼭 필요한 사람들도 너무나 많다. 기술적 진보가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음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귤래리티를 예측하는 과학의 지속적인 발전으로 인류의 본질이 훼손이 되는 일이 발생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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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DNet korea .(2021) 뇌·컴퓨터 연결 장치, 임상 실험 승인 받았다 - ZDNet korea
Sciencekorea.(2021)무선BCI, 인간에 최초 시연 성공 https://www.sciencetimes.co.kr/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