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한 부피로 느껴졌던 나의 모든 생각, 내가 겪어온 일들, 내가 만났던 사람들, 의심, 의견, 욕심, 불만족, 화, 슬픔도 그것의 모음도 지금 여기엔 없다.
우르드바 무카 파스치모타나 아사나 자화상
그야말로 다양한 상념들이 떠올랐다. 최근에 본 영상들부터 과거에 보았던 위키피디아에서 영어로 읽은 사건들(나의 간헐적인 취미 중 하나이다)까지. 그중에선 끔찍한 일들도 있었기에 심란했으나 다행히 숨을 보면 다시 사라졌다.
그런데 그다음에 맞닥뜨린 문제는 더욱 심각한 것이었다. 바로 내가 명상 중에 머릿속으로 명상에 대한 일기를 쓰고 있다는 것이었다. 명상을 하면서 동시에 머릿속으로 글을 쓰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호흡에 집중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내가 '명상을 하고 있다'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았다. '내가 명상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라고 떠올렸으나 도움이 되질 않았다. 오히려 더 질긴 덫에 사로잡힌 느낌이었다. '어떠어떠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생각을 놓아야 한다'라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생각을 버려야 하네 말아야 하네 하는 동안 한쪽 어깨가 조금 뻐근해지기 시작했다. 그건 이 명상이 순조롭지 않다는 반증이었다. 나는 너무 많은 생각과 그 생각을 버리자는 '언어'적 그리고 '개념'적 사고에 잠식당하는 중이었고, 그건 이제 정신을 넘어 몸에 영향을 미치려 하고 있었다. 맨살에 따끔따끔한 스웨터를 입은 것처럼 성가셨다. 이내 아, 지금 내가 이런 상태구나-하고 자각했다.
그리고 아주 간단한 해결법에 도달했다. 그냥 숨을 쉬었다. 무거운 겉옷을 툭 벗어 놓은 것처럼 가벼웠다. 내가 최근에 또는 예전에 보고 들었던 것들도, 내가 미래에 볼 것들도 지금 여기엔 없다. 내가 켜켜이 쌓아온 것만 같은 과거와 과거의 모음도, 미래의 나도 지금 여기엔 없다.
굉장한 부피로 느껴졌던 나의 모든 생각, 내가 겪어온 일들, 내가 만났던 사람들, 의심, 의견, 욕심, 불만족, 화, 슬픔도 그것의 모음도 지금 여기엔 없다.
나는 오로지 들숨과 날숨으로, 숨을 쉬는 바로 이 순간에만 세상과 만나고 있는 것이다. 이 순간에 이걸 알아차린 주체, 훤히 보는 존재는 무엇인가. 생각과 감정의 구름을 흩어내고 모든 것을 그대로 드러나게 하는 이것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