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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리 Feb 11. 2023

9. 명상은 일상이지만 비일상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파도를 거스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나온 구절처럼 알에서 깨어나기 위해 하나의 세계를 부순다. 일상이라는 이름의 세계를.

카마트카라 변형 자세 자화상2

새벽 1시 반이 훌쩍 넘은 시각이다.

그러나 이것은 당장 잠에 드는 것보다, 비 오는 날 신을 장화를 주문하는 일보다, 내일 할 일을 떠올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인지 모른다. 어쩌면 '지금' 당장 하는 이 명상은 세상 그 어떤 일보다도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의 일인지 모른다. 길지 않을지라도 깊지 않을지라도 이것은 그렇게 소중한 시간이고 고귀한 시간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파도를 거스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만일 내가 여기서 명상을 그만두고 발목까지 오는 장화를 검색하거나 내일 낮에 어딜 갈지 생각해 보거나 그냥 눈 비비고 잠에 든다면 그것은 촘촘히 이어진 일상을 타고 '흘러가는' 일이다. 그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 모두를 신경 쓰지 않고 다만 여기 앉아 코 끝의 숨을 보는 일은 그것과 다르다. 쳇바퀴에서 뛰어내리는 것처럼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명상은 이제 나의 일상이 되었지만 또한 동시에 일상에서 벗어나는 일이므로 비일상이다. 그러니까 나는 매일의 일상에서 비일상을 하며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조금씩 고요하게 그러나 과감하게 수레바퀴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나온 구절처럼 알에서 깨어나기 위해 하나의 세계를 부순다. 일상이라는 이름의 세계를.


**7분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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