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경리 Jan 06. 2024

요가원 오픈 한 달, 솔직한 일기

feat. 주부습진...

안녕하세요. 김경리입니다. 


어느덧 엄마와 함께 금빛 요가 명상 센터를 오픈한 지 한 달이 되었습니다! 센터 준비 중일 때는 디데이 숫자가 분명 천천히 줄어들었는데 오픈하고 정신 차려보니 금세 30여 일이 지나갔네요.


그래서 그간의 소회와 함께 솔직하고 소소한 센터 일기를 올려봅니다.


센터 오픈 한 달... 느낀 점 하나, 내가 이렇게 깔끔한 사람인 줄 미처 몰랐습니다. (feat. 주부습진)

저는 사실 먼지 알레르기가 있어서(?) 청소를 그렇게 막 열심히... 하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정리 정돈은 그럭저럭 하더라도 먼지야 중력에 의해 원래 쌓이기 마련이니 걍 냅두는 편이었죠. 어설프게 치우면 먼지가 날리니까요. 뜬금없지만 좋아하는 노래 가사가 떠오르네요.


모든 것은 바람 속의 먼지다
(Everything is dust in the wind)

- 'Dust in the wind' 중에서 by Kansas

Dust in the wind


아무튼 그랬던 내가, 청소력 경험치가 다소 낮았던 내가 이렇게... 청소에 도른자가 될 줄은 저도 정말 몰랐습니다. 틈틈이 센터 바닥을 쓸고 닦는 것은 물론이요~ 쓰레기도 한 주에 여러 번 비우고~ 끊임없이 청소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할 때 흠칫 놀라게 됩니다. 


혹시 지난 연말 연휴에 어디 다녀오셨나요? 저는 다녀왔습니다. 바로 여기에-


센터 대청소^^


센터 세면대와 기타 등등을 명경같이 닦고 물청소를, 고급 편백나무 매트를 꺼내 앞뒤로 닦고, 현관 바닥과 신발장을 쓸고 닦고, 센터 담요를 이고 지고 옮겨 세탁과 건조를 보송하게 마치고 대청소를 하며 보람찬 2023년 마지막 휴일을 보냈습니다. 


청소는 고되지만 하고 나면 매우 뿌듯한 마음과 상쾌해진 공기가 다음에 또 고무장갑과 스펀지를 집어 들게 하는 것 같아요...! 후후... 그래서 그런지 손가락 습진이 한 달째 낫지 않고 있습니다...


센터 오픈 한 달... 느낀 점 둘, 수업량과 에너지 소모량이 꼭 비례하는 건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동안은 수업이 하나 늘어날 때마다 에너지가 고갈되는 게 당연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동 거리에 따라, 또 강의장 환경에 따라 더 지치냐 덜 지치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었죠. 저는 뚜벅이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차로 다니는 사람에 비해 바깥 기온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어서 옷도 단단히 입고 가방도 묵직하게 이것저것 넣어 다니다 보니 더욱 뭐랄까, 방물장수가 된 듯한 느낌이 종종 들곤 했습니다. 뭐 그렇게 많이 들고 다니는 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텀블러 등등 기본적으로 무게가 나가는 물건들이 있다 보니 그렇게 생활형 웨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한번은 회원분이 제가 매고 온 배낭을 보고 혹시 집을 나오셨냐며 흠칫 놀라신 적이 있습니다. 신랑도 가끔 퇴근길에 만나 배낭을 들어줄 때 벽돌이라도 들어있는 게 아닌지 묻곤 합니다. 


물론 출강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감사한 일입니다. 허나 수업이 많아지면 힘들 수밖에 없다는 걸 피부로 느꼈기에 사실 이번에 어머니와 함께 센터를 열면서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일부 수업을 맡아주실 금빛 강사님들을 모시게 되어 엄마도 저도 기존에 하고 있던 (대부분 수년 동안 해 온) 몇 가지 외부 강의를 유지하며 센터 운영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필연적으로 각자 일주일에 소화하는 수업 개수가 배 이상으로 늘어나는 큰 변화를 맞이해야 했죠.


어느 눈 내린 날의 금빛 요가 명상 센터

센터 일상


새로운 스케줄로 생활한 지 33일째, 오... 의외로 괜찮았습니다. 앓아눕거나 기운이 다 빠지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센터에서 수업이 많은 날에는 에너지가 차오르는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머무는 장소에 그동안 들인 노력과 시간, 공간이 주는 안정감, 그리고 오시는 분들의 좋은 기운이 무언가 상승 작용을 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게 수업량이 늘어났음에도 그만큼 지치지는 않는, 그간의 공식을 깨는 하루하루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건 엄마도 저도 함께 느끼는 부분입니다. 정말 다행한 일이죠^^ (조만간 엄마 홍삼을 좀 사드려야겠습니다.)


센터 오픈 한 달... 느낀 점 셋, 바로 '감사한 마음'입니다.

기장을 맡기게 되었을 때 세무사님이 가장 먼저 물어본 것은 이거였습니다. '기존 요가원 인수하신 건가요?' 아니요. 그러니까 우리는 맨땅에 헤딩 같은 요가 명상 센터를 열게 되었습니다. 사업자 등록도 당연히 처음이고 아는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쌩초보 사장의 길에 접어들었습니다. 학생 때 좋아해서 외우고 다녔던 시구절이 마침 생각나네요.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 중에서 by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 피천득 역

출처


아는 것보단 모르는 게 더 많은 이 길을 가면서 감사함이 등불처럼 마음속에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오픈 전부터 많은 조언과 응원을 해 준 친구들과 단골 카페 사장님들, 오픈 클래스에 오신 지인분들, 개원 선물을 보내주신 분들, 센터 홍보를 도와주신 주변 식당 사장님, 신랑, 엄마, 금빛 강사님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 센터에 와주시는 고마운 회원분들 덕분입니다. 이렇게 한 분 두 분이 모여 점점 이 센터가 그 이름처럼 금빛으로 은은히 빛나고 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무엇을 위해 이 일을 시작했나 돌이켜보면 요가와 명상이 괴로움 속에 있던 나를 건져내었듯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그 '사람들'이 있어야 비로소 완성될 수 있는 일이며, 메아리처럼 멀리 잔잔한 파동이 전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이 감사함, 행복감 그리고 평온함이 모든 분들께 닿기를 바라며... 


마지막으로 '나의 100일간의 명상 일기' 중에 공유하고 싶은 구절과 함께 오픈 한 달 일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내가 머무는 장소의 공기와
마주하는 이들의 눈동자 속에
내가 있다. 매일 반복된다고 느껴지는
일상이 사실 모두 유일무이한
새로운 순간이며, 허투루 지나치지 않고
진심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나의 100일간의 명상 일기' 중에서 by 김경리

출처


오늘도 내일도 이 순간에 온전히 머물며 살아가기를-

감사합니다! 

나마스떼-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미생을 좋아한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