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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리 Feb 25. 2023

18. 나는 알고 보면 굉장히 큰 욕망을 가졌다

명상 vs 욕망

그러나 이곳에서 저곳으로 가고 싶은 열망은 고통을 초래한다.

바시스타 변형 자세 자화상

나는 알고 보면 굉장히 큰 욕망을 가졌다는 것을 명상을 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왜 '알고 보면'이냐 하면 물질적인 것에는 크게 욕심이 없기 때문이다. 휴대폰은 망가지기 전까지 쓰는 편이고 딱히 갖고 싶은 물건도, 옷이나 가방도 없다. 액세서리는 아예 하지 않는다. (아마도 전생에 주렁주렁 치장을 많이 해서 이골이 난 게 아닐까-하고 추정해 본다.)

그리고 이런 문제와는 별도로 나는 원대한 욕망을 가지고 있다. 바로 이곳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다. 장소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죽음이나 화성으로의 이주도 아니다. 이렇게 반복되는 생의 굴레, 윤회에 관한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이 우주에서 저 우주로 가는 것보다 멀게 느껴지는 윤회로부터의 탈출이 나의 오랜 열망이다. 모든 생로병사와 두려움, 욕망, 거품 같은 즐거움, 슬픔으로부터 벗어나 본질을 보려는 마음이다. 쳇바퀴에 갇힌 다람쥐처럼 '다들 그렇게 사니까'라고 순응하며 살고 싶지 않다.

그러나 이곳에서 저곳으로 가고 싶은 열망은 고통을 초래한다. 무릉도원이나 천국, 극락이 구름 뒤에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닌데 나는 대체 어디로 가고 싶어 하는 걸까.

아무래도 물리적인 장소이든 마음이 머무는 곳이든 '여기'를 떠나야만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착각에 놓여 있는 듯하다. '지금이 아닌 언젠가 여기가 아닌 어딘가-'라는 좋아하는 밴드의 노래(자우림, '샤이닝') 가사가 머리에 맴돈다. 어떤 마음으로 그런 가사가 나왔는지 절실하게 알 수 있다.

하지만 명상을 하면서 조금씩 알게 되었다. 나는 지금 이곳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내가 머무는 장소의 공기와 마주하는 이들의 눈동자 속에 내가 있다. 매일 반복된다고 느껴지는 일상이 사실 모두 유일무이한 새로운 순간이며, 허투루 지나치지 않고 진심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흘러감 속에 함께 휩쓸려 가지 않고 흘러감을 알아차릴 수 있다면. 그때는 내가 그토록 도달하고 싶은 곳이 줄곧 이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을 앎이 아니라 진정으로 느낄 수 있을까.  


**8분 명상

#명상45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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