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수업을 앞두고 카페에 앉아서 명상을 했다. 그렇다. 명상은 꼭 고요하고 아늑한 공간에서 푹신한 방석 위에 홀로 앉아야만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마음만 먹으면 시내 한복판 카페의 딱딱한 의자에 앉아 담이 걸린 어깨와 다래끼가 난 눈을 하고선 귀에 이어폰을 꽂고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명상은 생각보다 번잡하지 않고 꽤 괜찮은 경험이었다.
어떤 상황이었는지 하나하나 묘사해 보자면 썩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오전에 수업 준비를 하며 강의장 청소를 하다가 목을 삐끗해서 왼쪽 어깨에 담이 온 상태였다. 자체 재활로 이리저리 목을 움직여서 어찌어찌 움직일 수는 있으나 통증이 있다. 그리고 어제 수면 부족의 여파로 눈 밑에 다래끼가 났다.
딱딱한 나무 의자에 앉은 채 눈을 감았다. 때마침 이어폰에선 웅장한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 1번' 1악장이 막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옆 테이블에서 접시를 달그락거리며 빵을 먹는 소리, 뒤 테이블에서 수다떠는 소리, 저 멀리 카운터에서 음료를 만드는 소리, 매장 스피커에서 나오는 흥겨운 팝송, 구두를 신고 지나가는 사람의 발소리 같은 것들이 들려왔다. 다행히 담 걸린 어깨의 존재감은 크지 않았으나 별안간 미간에 머리카락인지 먼지인지 아니면 날벌레인지 알 수 없는 간지러운 촉감이 느껴졌다. '오 제발 모기만 아니길' 하고 빌며 다시 호흡을 보았다.
이렇게 평소의 고요한 조건과는 사뭇 다른 상황이었음에도 공간의 소음, 주변 사람들의 존재감, 의자의 단단한 질감이나 미간의 가려움, 귀에 들려오는 음악 중 그 어느 것도 별로 마음을 어지럽히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일상'이라는 명목으로 숨을 보지 않고 살아가는 시간들마다 내 마음은 항상 부리나케 다른 곳을 유영하고 있었다. 지금 그 '일상의 한가운데'에서 나는 내 의식을 다시 몸으로 불러들이고 있는 중이었다. 소음이나 감각은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것들은 본질을 건드리거나 붙잡는 게 아니고 평화로이 그리고 끊임없이 흘러가고 있을 뿐이다. 그것을 지켜보는 것, 삶의 중간에서 마음을 여기로 불러오는 것. 다름 아닌 그게 바로 내가 하고 있는 명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