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멈출 수 없는 이상 그런 완벽하게 꾸며진 조건을 기대하는 것은 헛되다. 만물은 끊임없이 흘러가기 마련이다. 그 속에서 고요함을 찾는 것은 온전히 내 몫이다.
라구 바즈라 아사나 자화상
밤 12시 20분인데 윗집이 소란하다. 그리고 매트를 깔고 요가를 한 김에 그 위에 앉아 바로 이어서 명상을 했더니 부엌 등을 향한 채 눈을 감고 있어서 은은한 주황색 등으로 인해 평소보다 감은 눈앞이 밝았다. 그런 몇 가지 요소들이 조금 방해가 되었다고 느낀 순간 아, 어디에도 명상을 하기 '완벽한' 조건 같은 건 없음을 다시 깨달았다.
낮이라면 우선 햇살에 눈이 부실 것이고 밖에 차 소리, 오토바이 소리, 낙엽을 쓰는 소리, 새소리를 비롯해 밖에 깨어난 모든 것들의 살아가는 소리가 들어올 것이다.
밤이라면 지금처럼 예기치 못한 이웃의 소음이나 물 내려가는 소리, 고요한 가운데 엘리베이터가 작동하는 소리, 난방이 돌아가는 소리, 뱃속 장기의 움직임 같은 것들이 들릴 것이다.
세상을 멈출 수 없는 이상 그런 완벽하게 꾸며진 조건을 기대하는 것은 헛되다. 만물은 끊임없이 흘러가기 마련이다. 그 속에서 고요함을 찾는 것은 온전히 내 몫이다. 코와 뇌, 호흡과 의식, 몸과 마음의 몫이다. 이토록 짧은 명상 중에도 호흡에 순수하게 머물러있는 순간을 늘일 수 있다면 꼭 다리에 쥐가 나도록 오래 앉아있지 않아도 상관없다.
명상 후 그대로 파드마로 앉은자리에서 일기를 쓰고 있자니 슬슬 다리가 저려온다. 감사한 마음으로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