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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리 Feb 10. 2023

8. 땅에 묘목을 심고 주변 흙을 단단히 다지는 것

명상을 하는 이유

명상을 왜 하냐고 한다면 지금은 한 가지로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음을 단단하게 해 주기 때문이라고.

더블 피죤 자세 자화상

참으로 다채로운 명상이었다. 16분이 체감으로는 30분처럼 느껴졌다. 지루했다는 얘기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이다. 시공간이 고무줄같이 늘어난 덕분에 정말 여러 가지 현상을 체험할 수 있었다.

수개월 혹은 일 년 전쯤 처음 듣고 마음에 쏙 들어서 플레이리스트에 저장해 두었던 노래가 뜬금없이 떠올랐다. 그 노래는 도입부부터 힘을 빼고 시작하는데 바로 그 느낌이 비범하여 귀를 즐겁게 하는 것을 넘어서 마음에 쏙 들어와 버리는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한 마디로 취향저격이었다. 바로 그 노래의 시작 부분이 별안간 명상 중 내 안에서 재생된 것이다. 나만을 위한 작은 콘서트처럼.

일반적으로는 방해로 여겨질 만한 요소임에 분명하지만 희한하게도 환영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다행히도 그 곡은 처음 몇 구절만 재생되고 조용히 사라졌다. 지난번 명상 중에 떠오른 생각을 멈춰야 하네 마네- 홀로 씨름했을 때보다 훨씬 깔끔하게 금방 사라져 버렸다. 아, 이것이 마음 작용이구나-하며, 어떤 것을 싫어하면 할수록 그것에 더 '신경'을 쏟게 되고 오히려 점점 떨치기 어려워진다는 것을 알았다.

이번의 방해, 아니 명상 중 찾아온 '손님'은 좋은 차를 마신 후처럼 개운한 여운이 남았다. 몇 구절만 부르고 사라진 노래가 아쉽지도 귀찮지도 않았다. 집착, 애착, 미움, 무관심도 아닌 그 중간에 있는 마음이었다. 그냥 그 자체를 분명히 보다가 사라진 것을 알았다.

명상을 왜 하냐고 한다면 지금은 한 가지로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음을 단단하게 해 주기 때문이라고. 그런데 이 '마음'이란 게 꺼내 보일 수도 없고 형태도 없으므로 명상이 어떤 작용을 미치는지 그냥 설명하기엔 어렵다. 그래서 예로부터 전해오는 경전이나 성서에 여러 가지 비유를 든 이야기들이 많은가 보다.

마음을 단단하게 한다는 것은 예를 들자면 땅에 묘목을 심고 그 주변을 발로 밟아 흙을 단단히 다지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바람에 뿌리를 덮은 흙이 날아가버리거나, 불안한 기반으로 인해 나무가 옆으로 쓰러지지 않도록 잡아주는 것이다.

마음의 토대를 단단히 하여 주변의 여러 가지 자극과 충격에 마구 흔들리지 않게 해주는 것, 그래서 언제든지 중심으로 돌아오도록 돕는 것이 내가 명상을 하는 이유다.    


**16분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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