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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리 Feb 21. 2023

15. 의외로 아무렇지 않았다

명상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

명상을 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생기면서 동시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 줄어들었다.

우르드바 프라사리타 에카 파다 변형 자세 자화상

어제 일기에 쓴 명상의 나비효과에 대해 조금 더 구체화해보려고 한다. 나는 그동안 수업에서 한 발로 균형을 잡는 종류의 스탠딩 아사나는 별로 하지 않았다. 아주 뜨문뜨문했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넘어질까 봐-였다. 그날 중점을 둔 자세의 경우, 가급적이면 회원들에게 무리가 되지 않게 말로만 지도하는 것이 아닌 같은 시간 동안 그 아사나를 유지하는 편이다. 그런데 혹시라도 내가 비틀거리거나 넘어지게 된다면? 요가를 지도할 자격이 없는 게 아닌가? 솔직히 두려웠다. 혹여나 내가 설명을 하면서 자세를 유지하다가 호흡이 딸리거나 집중이 흐려지거나 기타 등등의 발생 가능한 이유로 균형을 잃고 휘청거리거나 넘어지게 될까 봐. 아마 그런 두려움 이면에는 요가 강사로서 항상 완벽한 자세를 유지해야 하며 동작이 결코 흐트러져서는 안 된다는 일종의 강박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난주와 이번주에는 수업 시퀀스에 모두 한 발로 균형 잡는 자세를 포함했다. 그냥 여느 때처럼 자세들을 구상해 보다가 그날의 강의 흐름에 그 자세들이 잘 어울릴 것 같았다. 한 발로 지탱하는 자세는 분명 어렵지만 하체의 근력과 균형감각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 게다가 기존에 했던 방식보다 더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해당 자세로 넘어가는 방법을 수업 내용 구상 중에 발견했다. 어쩌면 이것도 명상이 폰 용량 정리하듯 뇌 공간 정리를 하면서 얻게 된 효율성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오랜만에 다소 기피하던 자세들을 시퀀스에 냅다 넣어 버렸다.

아, 그런데 우려하던 일이 발생했다. 수업을 연달아하던 중에 조금 힘이 빠졌는지 지탱하던 발이 흔들리면서 몸이 휘청했던 것이다. 그래서 반대쪽 발이 바닥에 잠시 닿아버렸다. 그토록 두려워했던 일이 일어났는데 어라, 의외로 아무렇지 않았다. 상상했던 것만큼 수치스럽거나 절망스럽지 않았다. 땅에 발이 닿은 즉시 다시 들어 올렸고, 균형을 바로잡았다. 그제야 다른 사람들도 좌로 우로 흔들리고 발이 떨어지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몇 번이고 자세를 유지하려 노력하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나는 평소에 머리를 말리면서 한발 균형 잡기 자세를 하고 있었다. 언젠가부터 매일 했음에도 나를 믿지 못했던 것이다. 잠시 휘청거리더라도 금세 회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하지만 명상을 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생기면서 동시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 줄어들었다. 넘어지면 일어서면 된다는 단순한 진리를, 어릴 적 자전거를 처음 탈 때 알게 된 감각을 다시 익혔다.


**10분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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