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끝 숨에 정확히 의식이 모일 때, 이제야 제대로 '나'라는 배의 방향키를 잡은 느낌입니다.
명상하며 손과 발을 내려다본 자화상
요즘 매일 명상을 한다고 얘기하면 듣는 공통적인 질문이 있습니다. '앉아서 무슨 생각을 하면 되나요?' 또는 '정확히 뭘(어떻게) 하는 건가요?' 그럴 때마다 나는 이야기합니다. 그냥 눈을 감고 코끝에 호흡을 보는 거라고. 무슨 생각을 하는 것도, 무엇을 더 하는 것도 아니라고 말입니다. 정말 그것이 전부입니다.
명상을 하는 데에는 사실 많은 것이 필요치 않습니다. 내가 느끼기에 아래 세 가지 정도면 충분합니다. 단, 여기서의 명상은 앉아서 하는 좌선 등 멈추어서 하는 명상을 가리킵니다. - 명상을 하려는 마음 - 숨을 쉴 수 있는 코 - 안전한 장소 (예를 들어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갑자기 눈을 감고 앉을 순 없으므로) 참고로 나는 명상 중에 가장 보편적인 '호흡 명상(들숨날숨 챙김)'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해보면 '코끝 숨에만 집중'하는 일이 의외로 말처럼 그렇게 쉽게 되지는 않습니다. 이를테면 갑자기 이마가 간지럽거나 어깨가 쑤시거나 다리가 저리거나 바깥의 소음이 거슬리는 등 '감각'이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어제 본 드라마, 오늘 들은 뉴스, 저번에 나눈 대화, 며칠 남은 시험이나 회의, 오늘 저녁 메뉴와 다음날 오전 일정 등의 '생각'이 떠오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생각이 뻗어가서 그때 서운했던 일, 아쉬웠던 일, 미안한 일, 화가 나는 일, 슬픈 일, 즐거웠던 일 등을 불러와 온갖 '감정'을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명상을 하는 사람에게 이 모든 것은 '방해'이자 아주 좋은 '수련 도구'입니다. 감각이나 생각, 감정이 떠오르면 떠오르는 대로 지켜보며 인지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그것들을 더 발전시키거나 애써 멈추려 하지 않고 그냥 '지켜본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떠오른 것들은 동력을 잃고 곧 신기루처럼 사라질 거예요.이 모든 과정은 의식이 나의 뜻대로 코 끝 숨이라는 대상에 머물도록 단련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마치 태양빛을 작은 돋보기로 받아들여 한 점을 비추듯이 집중력을 끌어올릴 수 있어요. 코 끝 숨에 정확히 의식이 모일 때, 이제야 제대로 '나'라는 배의 방향키를 잡은 느낌입니다.그 대상이 호흡이든 갑작스레 떠오른 감각이든 그것을 그대로 인지하는 것이 바로 '알아차림'의 과정이고 이것이 명상의 원리이자 방법입니다.
하루 단 5분, 호흡을 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허리를 펴고 바른 자세로 앉아서 눈을 감고 코끝에 숨을 보는 겁니다. 아마 처음부터 잘 되진 않을 거예요. 이건 마치 태어나서 수영을 처음 배울 때 물을 먹거나 팔다리가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것처럼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호흡 명상도 반복과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러다 보면 호흡은 미세해지고 앉은자리는 가벼우면서도 안정적인 상태가 됩니다. 머릿속은 폰 용량 정리를 마친 것처럼 가뿐해지고 감각이 받아들이는 정보는 뿌연 창을 닦은 듯 한결 명료해집니다. 방 청소는 하면서 마음 청소는 왜 하지 않았을까, 이토록 먼지가 쌓여 둔탁하고 힘든 걸 왜 몰랐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수영을 어릴 때 배웠다면 나중에 자세한 건 잊더라도 물에는 뜰 수 있는 것처럼, 한번 명상하는 방법을 익혀놓으면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 다시 하더라도 자연스럽게 이어서 할 수 있습니다. 마치 그 사이 세월이 얼마나 흘렀는가와 상관없이, 눈을 감고 온전히 호흡에만 집중하는 이 순간, 즉 '명상'이라는 특정한 시간을 측정하는 시계가 별도로 존재하는 듯이. 덕분에 오랜만에 명상을, 그것도 매일 하는 나름 드라마틱한 전개가 이루어졌어도 막상 다시 앉은 자리는 마지막 읽은 부분에서 책 페이지 한 장 넘긴 것처럼 낯설지 않고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명상을 신비주의적인 것이나 종교적인 것으로 보거나 학술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고 싶지 않습니다. 단지 진짜로 명상을 할 뿐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이렇게 글로 남기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