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경리 Jan 07. 2023

0. 명상의 언어 프롤로그

명상을 시작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일이 없으면 없어서 괴롭고 일이 많으면 많아서 괴롭고... 그럼 나는 도대체 언제 행복하지?"

파드마 아사나(연꽃 자세)로 명상하는 자화상

아마 그때부터였을 겁니다, 내가 매일 명상을 할 수밖에 없도록 이끈 직접적인 사건은. 몇 년 전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여파로 그야말로 하고 있던 모든 요가 수업이 중단되었을 무렵일 것입니다. 당시 회사를 그만두고 요가 강사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열심히 수업을 하던 중이었는데, 팬데믹의 영향으로 서서히 그리고 완전히 아무런 경제적 활동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출근을 하기 위해 지하철 입구로 걸어갈 때 혼자 반대로 걸어가던 드라마 '미생' 속 장그래의 모습에 내가 겹쳐졌습니다. 등산을 몹시 싫어함에도 매일 살기 위해 동네 뒷산을 올랐고, 우울함과 좌절감을 시의 형태로 토해내며 하루하루 버텼습니다. 그때의 시를 지금 돌아보면 일종의 글 명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시간은 흘러 흘러 다시 요가 수업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웬걸 이번엔 수업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하루에도 여러 번 널뛰기하듯 장거리 이동과 여러 개의 수업을 소화하다 보니 직장 다닐 때 있었던 허리 통증이 재발했습니다. 참다 참다 도저히 앉았다 일어나는 게 힘들어서 병원에 가보니 디스크 문제인 것 같다며 정밀 검사를 해보자고 했습니다. 아, 이게 아닌데.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꼈습니다. 그토록 바라던 일을, 그것도 내가 좋아서 선택한 일을 하고 있는데 몸은 병들고 마음은 피폐해져가고 있었습니다.


"일이 없으면 없어서 괴롭고 일이 많으면 많아서 괴롭고... 그럼 나는 도대체 언제 행복하지?"


내가 명상을 하게 된 건 바로 이런 의문들 때문입니다. 수년 전에 직장을 다니며 망가진 몸을 살리기 위해 요가를 시작한 것처럼, 시들어가는 마음을 살리기 위해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다음은 그 효과에 대해 일기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 명상은 확실히 느리지만 명확하게 여기저기 흩어진 불안한 마음을 바로 세울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마치 요가가 느리지만 분명하게 척주 기립근을 세우는데 도움을 준 것처럼." -명상 71일째 일기 중


그러나 이걸 숙제로 여기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몇 시에 얼마나 할 것인지는 완전히 자유에 맡긴 채 명상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바쁘면 하루 5분이라도, 여의치 않으면 일과 중에 시내의 카페에서, 또는 얼굴에 팩을 붙이고 침대에 앉아 눈을 감았습니다.

'이 좋은 걸 나만 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이 글을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명상이라고 하면 뭔가 어렵게 느껴져서 해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친구들과 요가 회원분들의 이야기 때문에 더더욱 이 글을 연재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단군신화에서 곰이 동굴에서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되었다는 그 100일 동안 명상을 합니다. 100일이 지나면 무엇이 되어 있을지 궁금합니다.

명상의 언어 (부제: 나의 100일간의 명상 일기) 시작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