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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리 Jan 27. 2023

2. 우선 앉아 본다

명상하기 좋은 자세와 꿀팁

‘의식’이라는 친 무드라의 뜻처럼 내가 지금 명상을 하고 있음을 자각하게 하며, 약간의 졸음 방지 효과도 있는 듯합니다.


명상하기 좋은 자세 두 가지를 한눈에 이해하기 쉽도록 위에서 내려다본 모양으로 그려보았습니다. (스케치북에 2B 연필로 밑그림을 그리고 지우고 또다시 그리기를 반복하면서 손, 발 그리는 게 세상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완성하는데 각각 3시간 정도 걸린 것 같네요. 눈물...) 하지만 추천 자세일 뿐 꼭 이렇게 앉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척추를 바르게 하고 앉아서, 또는 여의치 않다면 눕거나 서서 명상을 하면 됩니다. 또한 손 모양의 이름을 굳이 알 필요도 없습니다. 사실 나도 잘 몰랐습니다. 다만 실제 내가 명상을 할 때 주로 앉는 두 자세라서 그림을 그리는 김에 참고 삼아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수카 아사나 변형, 친 무드라를 한 자화상

1) 수카 아사나 변형, 친 무드라

산스크리트어로 '아사나'는 요가 자세를, '무드라'는 봉인 또는 태도, 몸짓을 뜻합니다. '수카'는 행복, 기쁨 등을 나타내며 '편한 자세'라고도 부르는데, 이것은 그 변형 자세입니다. 원래의 수카 아사나는 흔히 하는 양반다리와 비슷한데 두 발을 각각 반대쪽 허벅지 아래에 놓습니다. 친 무드라는 여러 무드라 중에서 손으로 하는 하스타(손) 무드라에 속하며, '친'은 의식을 뜻합니다. 참고로 같은 손 모양에서 손바닥이 바닥을 향하도록 뒤집으면 쟈나 무드라가 되며 '쟈나'는 지혜를 가리킵니다.

*내가 경험한 이 명상 자세의 장점과 의의

이 다리 모양은 십여 년 전 명상 집중 수련을 하러 갔을 때 미얀마에서 오래 수행하신 명상 스승님이 일러주신 자세입니다. 미얀마의 스님들이 장시간 좌선을 하면서 다리가 저리지 않도록 고안한 방법이라고 들었어요. 확실히 발이 서로 겹치지 않기 때문에 오래 앉아 명상하기에 좋은 방법입니다. 친 무드라의 손 모양은 이 다리 모양과 잘 어울립니다. 발을 저렇게 앞뒤로 겹쳤을 때 뭔가 하체 쪽이 느슨하게 풀리며, 무릎이 붕 떠오를 것만 같은데 거기에 각각 손등을 저렇게 올려놓으면 구조적으로 안정되면서 한결 편안해집니다. 또한 엄지와 검지 끝을 모아서 자물쇠처럼 집중력이 흩어지지 않게 잠그는 느낌을 줍니다. ‘의식’이라는 친 무드라의 뜻처럼 내가 지금 명상을 하고 있음을 자각하게 하며, 약간의 졸음 방지 효과도 있는 듯합니다.

*주의점 및 꿀팁

발이나 다리가 서로의 무게에 눌리는 대부분의 바닥에 앉는 자세들에 비해 다리 저림이 덜하기 때문에 장시간 명상을 할 때 특히 좋은 자세입니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 고관절이나 다리 근육의 긴장 정도가 다르므로 무릎이 땅에서 많이 뜬 경우에는 꼬리뼈 쪽에 체중이 쏠리면서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 엉덩이와 무릎 아래에 방석이나 담요를 받쳐 앉으면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장시간 명상을 할 예정이라면, 무릎이 충분히 바닥에 닿더라도 엉덩이 밑에 방석 또는 담요를 접어서 깔면(엉덩이가 무릎보다 더 높은 곳에 위치하도록) 척추 정렬을 보조해 줌으로써 허리(요추 디스크)에 부담을 덜어줍니다.



파드마 아사나, 디야나 무드라를 한 자화상

2) 파드마 아사나, 디야나 무드라

'파드마'는 연꽃, '디야나'는 요가 수트라에 나오는 요가의 8단계 중 명상을 가리킵니다. 파드마 아사나(연꽃 자세, 결가부좌)로 앉아서 발뒤꿈치 위에 두 손을 포개듯 모아 엄지를 붙인 자세입니다. 디야나 무드라는 그 이름처럼 명상을 할 때 보편적으로 하는 손 모양입니다.

*내가 경험한 이 명상 자세의 장점과 의의

참고로 나는 이 무드라의 이름이나 뜻을 이 글을 쓰기 전까지는 몰랐습니다. 근데 왜 굳이 디야나 무드라를 했느냐 하면 그냥 연꽃 자세의 다리 위에는 저 손 모양이 편하고 찰떡같이 어울렸기 때문입니다. 파드마 아사나에서는 고관절과 무릎의 각도에 경사가 생기며 허리가 좀더 펴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때 두 팔을 따로따로 무릎에 올린 채 오래 앉으면 무릎이 아래로 미세하게 멀어져서 그런지 어깨에 왠지 부담이 느껴집니다. 무릎 대신에 자세 특성상 몸 중앙을 향해 가까이 솟아있는 발뒤꿈치 위에 손을 포개어 얹으면 포근한 안정감이 느껴지며 어깨에 부담이 덜합니다. 두 엄지 끝을 붙여 두 손이 연결되면서 유기적인 느낌, 에너지가 새어나가지 않고 선순환되는 느낌을 줍니다. 두 엄지 끝을 붙이는 대신 감싸고 있는 바깥쪽 손 엄지가 다른 손 엄지 위에 올라가도록 겹쳐도 좋습니다.

*주의점 및 꿀팁

가급적이면 오른발, 왼발을 각각 위에 교차해서 올려보고 더 어색하고 불편한 쪽으로 앉는 것이 골반의 좌우 균형을 맞추는데 도움이 됩니다. 이 자세를 장시간 유지할 경우 다리가 저리거나 좌골 신경통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5~20분 정도 명상을 할 때에 추천합니다. 그러나 이 자세가 이미 익숙하다면 편안하게 느껴지는 만큼 유지해도 상관없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점은 자세와 손 모양은 크게 중요치 않다는 것입니다. 가능하면 척추 건강을 해치지 않는, 그리고 어깨가 불편하지 않은 자세로 앉아서(혹은 서서, 누워서) 눈을 감고 코 끝에 숨을 관찰하면 됩니다.


*자, 프롤로그는 여기서 끝입니다. 이후 본편은 일기 형식이므로 '~입니다'가 아닌 '~이다'로 진행되는 점 참고 바랍니다. 100일 명상 후에 에필로그에서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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