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무거움
언젠가는 꼭 써야지 써야지 하는 글입니다.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지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고 머뭇거려지는 주제의 글,
[글쓰기의 최전선]이라는 책을 읽는 내내 이 주제만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책 읽는 진도도 나가지 못하고 마음만 답답하니 글로 풀어내 보면 제 마음이 조금은 더 가벼워질까요?
몸이 힘든 것보다 마음이 힘든 것이 사람을 더 병들게 하는 게 맞습니다. 같은 일을 겪더라고 누군가는 잘 견뎌내고 누군가는 많이 아픕니다.
“신은 우리에게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고통만 준다”라고 하는데 내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저는 지금 잘 감당하고 있는 것일까요? 모든 경험에는 배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건이 저에게는 가장 큰 시련이자 큰 배움이라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하지만 이게 제 인생에 가장 큰 시련이고 고통일까? 앞으로 더 큰 시련과 고통도 있을 수 있으니 나를 단련시키는 것일까? 이런 생각도 함께 해봅니다.
저는 정말 거짓이나 과장이 없는 사람입니다. 내 입으로 뱉은 말은 지키려고 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내 입을 꿰매버리고 싶고 함부로 책임지겠다는 말을 절대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이렇게 빙 돌려서 이야기하는 걸까요?
저는 가상화폐 네트워크 마케팅을 했던 사람입니다. 2020년 11월부터 2021년 4월까지 가상화폐로 목돈을 모을 수 있는 시기가 있었습니다. 전에 다른 네트워크 마케팅에서 알게 된 스폰서님의 소개로 가상화폐 마케팅도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책임감도 강하고 많은 사람의 리더였던 분이었기에 신뢰가 두터웠습니다. 남편이 하는 말은 불신, 스폰서님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맹신하게 되는 그런 분입니다. 그리고 물건으로 하는 거래보다 돈으로 하는 마케팅은 쉬웠습니다. 나만 해도 수익이 되니까! 처음에 1200만 원이라는 목돈이 필요하지만 매일 18만 원씩 100일이면 1800만 원! 여기에 마케팅 수당까지 추가로 받으면 (수수료를 뺀다고 해도) 돈이 어마어마하게 불어났습니다. 스폰서님이 말씀하시길, 코인 사회는 소통도 없고 무책임해서 일이 잘 못 되면 책임도 안진 다며 이런 문화를 없애보고자 만들어진 그룹이라고 코인에 네트워크 마케팅의 장점을 넣은 보상플랜까지 넣었다고 했습니다. ‘내로남불’처럼 ‘내진 남사’, 내가 하는 것은 진짜고 남들이 하는 코인 마케팅은 다 사기라는 확신도 들었습니다. 월급쟁이로만 살던 내가 만져 볼 수 없던 돈이 통장으로 오고 갔습니다. 이제 대출도 다 갚을 수 있고 아이들도 하고 싶은 거 마음껏 누리며 살 수 있겠구나! 행복했습니다. 1차는 목표액 달성으로 원래 계획했던 100일보다 빨리 마무리됐고 거기서 많은 돈을 벌었습니다. 2차는 언제 시작하나 기다려졌습니다. 1차 때 벌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니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싶어 졌습니다. 그래서 지인 한 명 두 명한테 알리고 그 지인들이 지인에게 알렸습니다. 그렇게 점점 그룹이 엄청 커지고 재투자도 많아졌습니다. 가상화폐 거래를 잘 모르는 분들은 내가 직접 거래해주고 현금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입금해주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스폰서님도 지금은 코인 거래가 세금을 내지 않으니 절호의 기회라고 합법화되면 주식처럼 세금도 내야 하니 마케팅을 지금처럼 못한다며 11월까지만 하지고 했습니다. 역시 ‘박수 칠 때 떠라나’ , 언제 빠져야 할지도 아는 분이네! 나도 파트너들도 동의했습니다. 저도 늘 같은 방식으로 전달을 했고 ‘원금보장에 손해 없다! 100프로 수익 확실하다. 하다가 중간에 마음이 바뀌면 내가 원금을 주고 그 아이디는 내가 받아서 수당 이어가겠다.’라는 지금 생각해보면 무책임한 말을 남발했습니다. 그때 당시에 하루에 월급이 나왔으니 3-4일 후면 원금 환불이 가능했습니다. 모두 돈을 받으며 만족해했고 채팅방은 축제 분위기였고 매일매일이 행복했습니다. 그렇게 가상화폐에 대해 조금씩 알아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정부의 규제, 생각보다 이 시기가 빨리 왔습니다. 저희 대표님 지갑에서 너무 많은 이더리움이 오고 간다고 자금세탁 등이 의심된다며 조사를 한다고 했습니다. 그때 당시 몇 개의 코인들이 지갑 점검을 하고 있었고 갑자기 우리가 받는 수당도 잠겨버리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보통 지갑 점검은 일주일이면 풀린다는 말에 나는 파트너들을 안심시켰습니다. 내가 이제까지 출금한 여윳돈이 있으니 나를 통해 입금받던 분들에게는 평소처럼 돈을 입금해줬습니다. 일주일이 지나도 점검은 풀리지 않았고 나는 계속 믿고 그다음 주에도 일부 파트너들에게 입금은 계속했습니다.
지갑이 잠긴 소식에 처음부터 노발대발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잠시 쉬어가자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당연히 잘 될 거라고 했으니 나는 환불을 원하는 몇 분에게 환불을 해주었고 나에게도 여윳돈이 한 푼도 없게 되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한 달이면 풀린다……는 말에 또 기다렸습니다.
대표들은 지갑 점검이 길어진다며 다른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새로운 코인 작업! 입금 후 30일 내에 무조건 150프로 수익을 보장해준다고 이 수익으로 조금 버텨보자며…… 나는 또 믿고 그대로 전달했고 일부 사람들이 믿고 투자를 했습니다. 비밀리에 했어야 했던 거래는 어설프게 정보유출로 폭망…… 반토막이 나버렸습니다. 이렇게 또 한 달이 지나버렸고 대표의 무능 , 불신이 커졌습니다. 대표님은 책임감으로 코인을 회수하고 원금만 돌려주었습니다. 나는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일부 파트너들은 오히려 손해라며 제대로 일처리 하는 거 맞냐고 원성이 자자했습니다. 중간에 대표님과 미팅도 하고 조금 더 기다려달라고 책임지겠다고 하니 기다리자라는 마음이었습니다. 이때만 해도 이렇게 기다림이 길 줄 몰랐습니다. 지갑이 잠겨 있긴 하지만 에스크로 계좌라는 안전한 장치가 있으니 우리의 돈은 어디 안 도망갔다고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해결이 보이지 않았고 다른 파트너들도 의심을 하고 추궁했습니다. 알고 보니 지갑 점검, 정부 규제도 있었지만 코인 대표가 우리 그룹이 모은 돈으로 본인 채무를 갚는 데 사용했다는 어마어마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코인 대표는 내가 본 적 없고 말로만 들은 사람입니다. 고려대 출신에 똑똑하고 요령이 없고 정석대로 하는 사람이라며 그 부분이 우리에게는 더 장점일 수 있다고 들었다.) 한마디로 우린 남들처럼 사기를 당한 겁니다. 1차에 함께 했던 대표가 2차에 함께 할 대표를 소개해줬고 둘이 짜고 쳐서 계획적으로 우리에게 그렇게 했다는 것입니다. 근데 왜 우리에게 이 사실은 한참 후에야 알려줬을까요? 대표님들끼리 잘 해결해보려다가 일이 꼬인 걸까요??…… 처음 마케팅할 때 에스크로 계좌가 있어서 대표 혼자 마음대로 출금할 수 없다는 말에 의문이 생겨버렸습니다. 이 부분을 강조해서 많은 파트너들이 마케팅을 시작했는데 처음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대표님은 이 부분은 거짓이 아니라고 하는데 해명이 시원하지가 않습니다.
“이미 벌어진 일 누구의 잘못을 따지는 게 중요하냐?! 우리 돈 찾는 게 우선이다!”라고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질문만 하면 나는 뭐라고 대답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고소 진행 중이고 잘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스폰서님이자 대표님에게 따질 수도 없습니다. 고소는 이미 들어갔고 우리는 얼굴도 본 적 없는 사람을 고소할 수도 없으며 동일 내용의 고소는 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럼 방법은 기다림 밖에 없는 겁니다.
저의 심리도 그렇고 파트너들의 심리도 변화가 있습니다. 처음엔 잘될 거란 믿음이 나중엔 미안함으로 , 그리고 억울함과 화남으로…… 이젠 지치고 마음도 힘듭니다. 중간 입장에서 스폰서님, 대표님 마음도 이해가 되고 파트너들의 마음도 이해가 되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그리고 좀 너무하다는 마음도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일부 파트너들은 ‘이런 부분(에스크로 계좌의 실체)도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고 그렇게 확신하고 말했냐, 내 돈 내놔라, 책임져라! 사람 믿지 말고 돈을 믿어라!’ 이러다가도 ‘믿는다. 잘 부탁한다. 끝까지 책임져달라.’
다 같이 사람 말만 믿고 확인 안 한 건 마찬가지인데 자꾸 책임을 나한테 묻고 해결책을 원하는 게 답답하기만 합니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을 모두가 알고 있을 텐데 …… 내 마음이 조급하지 않고 편해본다고 합니다. 표현을 안 해서 그렇지 두 다리 쭉 뻗고 살 리가 있겠습니까?! 문득문득 걱정이 밀려오고 파트너 사장님이 연락이 온날은 내내 기분이 우울하기도 합니다. 내가 얼마나 잘해줬는데…… 좀 더 배려하면 더 큰 요구를 하니 점점 사람한테 질립니다. 내가 선지급한 돈도 엄청 많습니다. 그 돈이 어떤 돈인 줄 알까요?? 여윳돈이냐고? 내 대출 안 갚고 무리하게 대출받아서 파트너들에게 준 돈…… 남편 카드, 자동이체 연체금액 나 몰라라 하면서 준 돈…… 나의 대출금과 이자를 보여줘도 각자 자기 상황만 보이니 내가 무슨 오지랖으로 이렇게까지 무리하게 돈을 끌어다 줬을까?! 싶습니다. 이젠 나부터 좀 살아야겠습니다.
이렇게 막무가내 파트너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내 지인들에게 항상 미안하고 묵묵히 기다려주는 분들도 정말 감사하고 미안합니다. 정말 내 돈 투자한 것만 기다리라고 하면 앞으로 몇 년도 기다리겠지만 그리고 다 돌려받을 수 있다는 확신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젠 파트너들이 책임질 수 있냐는 말에 그 어떤 대답도 할 수가 없습니다. 대표님은 항상 죄송하다고 하고 보답하겠다고 하지만 이 말을 전달할 수가 없습니다. 이미 불신이 쌓인 지 오래고
이 내용만 전달하려고 연락을 하면 또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들이 나를 힘들게 합니다. 내가 이제는 대출을 받을 수도 없을뿐더러 다 해줄 수없으면 다 같이 기다리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내가 책임감 있고 고마운 사람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무책임하고 나쁜 사람일 테니까요,
돈 때문에 사람도 잃고 건강도 잃은 분들도 있습니다. 책임감도 있었지만 내 마음 편하자고 나를 못살게 굴던 파트너들에서 돈을 준 경우도 많습니다. 해도 해도 너무해서 …… 치사하고 더러워도 돈 주고 말지……맞다…… 나는 돈 있으면 싫은 소리 듣고 스트레스받느니 주고 맙니다. 돈은 또 벌면 되는 거고 마음의 병은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계속 아플 테니까 … 지금은 그럴 능력이 안되니 스트레스를 온전히 받고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이번 일을 통해서 사람을 무조건 믿지 말고 남한테 피해 주는 일은 절대로 하지 말자고 다짐했습니다. 빨리 해결돼서 끝을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해결 못 할 거면 못한다고라고 듣고 싶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해결책을 찾아볼 것이고 결론이 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은 계속 고소가 진행 중이니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다고 하니 기다리는 것이지만 이것 또한 진실일까?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다는 말이 …… 소통이 단절된 것이 아니니 저는 믿고 기다려봅니다. 이 문제가 해결돼서 마음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