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01
엄마의 장례식은 최소한으로, 간소하게 준비했다. 엄마는 화려한 것을 좋아했지만 검소했다. 검소한 엄마의 취향에 맞춘다고 꽃도 적게, 관도 간결한 것으로 했지만 가만히 쳐다보니 왠지 엄마 취향이 아닌 것 같았다. 장례 내내 환하게 웃고 있는 엄마의 영정사진을 바라보고 있으면 저절로 눈물이 떨어졌다. 주체할 수 없는 슬픔에 잠겨 조문객들과는 대화도 나누지 못했다. 한달음에 찾아와 준 고마운 분들이지만 그냥 나를 가만히 내버려 두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례 내내 비가 내렸다. 기록적인 폭우였다.
장례 마지막 날. 발인을 위해 버스에 오르기 전 빈소에 있던 꽃을 모아 엄마를 위한 작은 꽃다발을 만들었다. 엄마가 좋아하는 색으로 가득 채운 꽃다발이었다. 버스에 타 멍하니 하늘만 바라봤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하늘이 화창하게 폈다. 완전한 비 온 뒤 맑음이었다. 맑게 갠 하늘에 있는 엄마가 이렇게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이제 그만 슬퍼해. 엄마는 더 이상 아프지 않으니까." 그래.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물론 들었다. 남겨진 우리는 슬프지만 더 이상 고통받지 않을 엄마를 생각하면 다행일 수도 있다는, 그런 생각 말이다.
엄마의 뼛가루를 마주했을 땐 여태껏 느껴보지 못했던 커다란 상실감을 느꼈다. 내 안에 행복하게 쌓아 놓은 예쁜 벽돌집이 눈 깜짝할 사이에 처참히 부서져 있는 것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큰 바위가 깔고 뭉개는 듯한 질식 감도 잇따랐다. 화장터에서 나온 엄마의 고운 유골은 금빛 꽃무늬 유골함에 담겼다. 그 뜨거운 유골함을 오빠는 몇십 분간 가슴에 꼭 끌어안은 채 봉헌당까지 왔다. 흘리지 못한 눈물이 오빠의 온몸에 땀으로 적셔지고 있었다.
작고 좁은 봉헌당 한 자리에 엄마를 모셨다. 이 작은 곳에 엄마가 있다는 현실이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가족들끼리 모여 작은 예배를 드릴 때 작게 읊조리는 찬송가가 봉헌당 한 호실에 울려 퍼졌다. 하늘에 있는 엄마의 귓가에 우리의 목소리가 닿기를 바랐다. 그리고 엄마의 옆 자리, 윗자리 분께 엄마를 잘 부탁한다는 말도 마음으로 전했다. 또 하늘에 계신 분에게도 엄마를 잘 맞이해달라고 빌었다. 하지만 엄마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도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아서 그랬다.
엄마가 병원에 있는 내내 비가 왔고 엄마의 장례식 중엔 더 강렬한 비가 내렸다. 엄마가 떠나고 나서는 하늘이 열리고 따스하게 바스러지는 햇빛이 온 곳에 내렸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 몇 주 간의 날씨가 엄마의 마음인 것만 같았다.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많은 주변인들은 우리에게 말했다. 하늘나라에서 엄마가 너무 필요한 존재라서 엄마를 일찍 데려간 것 같다는 말을. 하나도 위로가 되지 않았지만 애써 마음을 다스렸다. 나는 아직도 그 맑게 갠 하늘을 잊을 수가 없다. 진짜로 그곳에 엄마가 있는 것만 같았기에 하늘을 바라보며 마음을 먹었다. 엄마의 몫까지 더 열심히 살겠노라고. 나는 이제 목숨이 두 개인 셈이다.
나는 아직도 집을 나설 때 하늘을 바라본다. 그리고 엄마와 인사를 나눈다. 내 삶에도 비 온 뒤 맑음처럼 완연하게 행복할 수만 있는 날이 오길 기약 없이 기다리며 어쩔 수 없이 시작되어 버린 하루를 열심히 살아 내야만 한다. 엄마가 좋아했던 것, 엄마가 이루고 싶었던 것들을 내가 대신 좋아해 주고 내가 대신 이루어 주면서 살아 가려한다. 엄마. 엄마의 삶을 내게 더해줘서 고마워. 미안해 엄마. 사랑해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