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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는 우리의 우울을 잊게 만든다

오늘 에세이 제목은 뮤직비디오 가사인데그게 기억이 나질않네..

by 이빛소금

2023년 9월 13일 수요일


매일 꾸준히 그것도 '브런치'에 글을 쓴다는 것이 참말로 대단히 어렵다. 어제도 포기할 뻔했지만 했고 오늘도 포기할 뻔했지만 한다. 그냥 일기는 막 써도 되지만 이건 그냥 일기가 아니기에 막 쓸 순 없다. 그 부담감 때문에 어렵다고 느껴지지만 나 스스로 약속한 일이기에 오늘도 이어 나가보려 한다. 창밖엔 비가 내린다. 비가 오니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을 들어주어야겠다. 머리가 아프다. 목, 어깨가 아픈 게 아무래도 신경을 타고 위까지 올라가는 거지 싶다. 자가치료를 하려고 예~전에 [근육재훈련요법]이라는 책을 샀었는데 제대로 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내일부턴 이 책을 읽고 자가치료에 들어가 봐야겠다.


이번주 금요일은 휴무여서 보조출연을 하려고 했는데 비가 와서 촬영이 없나 보다. 대신 19일, 20일 촬영이 있다고 문자가 왔는데 갈 수 없다. 하필이면 그 두날 다 약속이 있다. 다른 날에 촬영이 있었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보조출연. 처음 보조출연을 하게 된 건 약 10년 전쯤이다. 방송국 PD가 꿈이어서 방송스텝을 지원하려고 했는데 여자는 안된다고 해서 보조출연을 하게 됐었다. 가장 기억나는 드라마는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그때 어느 대학교에서 촬영하는 씬이었고, 나는 자전거를 타는 대학생 역할이었는데 실수로 이승기 씨 코앞까지 갔다. 이승기 씨가 젠틀하게 웃으며 "괜찮아요~"라고 말해줬던 게 아직도 잊히지가 않는다.


하늘이 참 예뻤다


며칠 전에 뮤직비디오 촬영장에 갔었다. 그날 신사역에서 모여서 반장님의 차를 타고 남양주의 한 세트장으로 가는 그 길. 차 안에서 '여기서 갑자기 차문을 열고 뛰쳐나가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촬영장에 도착했는데 아침을 먹으라고 했다. 보조출연을 하면서 아침을 챙겨준 곳은 여기가 처음이었다. 보조출연자는 반장님까지 총 5명. 같이 아침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분위기가 유쾌하고 좋았다.


그날 내가 썼던 글


오늘은 23년 8월의 마지막 날이다. 현재 남양주의 한 세트장에 있다. 계속된 퇴사로 인해 생활고가 찾아왔다. 계속 퇴사해서 제대로 된 한 달 월급도 못 받는데 꼭 회사를 다녀야겠다는 고집은 그만 부리자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 내일인 9월 1일부터가 정식 출근이라 9월에 일한 월급이 10월에 들어오기에 당장 먹고살아야 해서 보조출연을 하러 온 것이다. 보조출연 역사상 아침에 밥을 주는 촬영장은 처음이다. 지금 오후 2시가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밥을 안 주는 줄 알았으면 아침을 좀 많이 먹을 걸 그랬다. 새벽 5시 20분에 일어나 신사역으로 7시까지 갔고, 남양주 세트장에 도착해 아침을 먹고 9시부터 촬영을 하다 지금은 대기만 몇 시간째 하고 있다. 철학책을 읽다가 그것도 지겨워서 스레드를 켰다. 배는 시시때때로 꼬륵 꼬륵 거린다. 아까 어떤 출연자 분께서 오늘 자기 전에 꼭 에세이를 쓰라고, 에세이 제목은 뮤비 가사 속 어느 구절이었는데 지금은 기억이 안 난다. Peace.


그날 함께 촬영했던 보조출연자 분께서 내 글을 보시고 답장 주신 글


ㅎㅎㅎㅎ이렇게 작가님의 생각을 저에게도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현재 힘든 시간들도 10월이 되면 다 지나가 있을 거지만.. 당장에 힘든 시간들 속에서 오늘 참 모두 함께 행복한 하루를 보내게 되어서 영광이고 즐거웠습니다

내일도 모레도 오늘같이 현재의 문제들을 생각하며 우울해하지 않아도 될 만큼 즐겁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이 시기를 잘 보낸 후에 깨달은 것들 성장한 내용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내일 첫 출근도 잘하고 오실 것 같아요 ☺️

오늘 노래의 가사로 에세이를 쓰시게 된다면 책 속의 이야기도 듣고 싶어요!

Peace.


왜 유독 그날이 그렇게 재밌었을까? 일단, 인원. 인원이 5명으로 소소했다. 대기시간에 대기실에서 하는 얘기들이 재밌었다. 이를테면 그 배우가 그렇게 연기를 잘하더라. 그 배우는 배우병이 걸린것 같더라. 이게 카더라가 아니라 직접 그들이 경험한 걸 들으니까 신기하기도 했다. 저녁 먹을 때 한 분이 허무개그를 하셨는데 나도 덩달아 중학교 때 기억을 더듬어 몇 개를 했다. 맞히는 사람은 정답을 들으면 어이가 없어하고 문제를 내는 사람은 어이없어하는 반응을 보는 게 재밌었다. 혼자있는 시간이 많다가 그렇게 사람들과 대화하고 웃고 하니까 재밌었던 거다. 조합이 진짜 좋았다. 다음에도 이 멤버 그대로 또 촬영을 했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다들 잘 지내고 계시겠지. 그날 생각이 나서 또 웃게 된다. 유머는 우리의 우울을 잊게 만든다.


서울 가는길 차안에서 남산타워냐고 물어봤던 근데 아니었던 기념으로 찍었던...


이번주 바뀐 미션 - [근육재훈련요법] 책 읽고 자가치료하기. 자전거는 비가 그치면 고치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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