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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빛소금 Oct 17. 2018

Intro

엄마가 너의 용기를 응원해



엄마는 떠났다


 그 날은 하필 야근이었다. 아침에 한 마디 인사도 못하고 출근했다. 부서 층 이동하는 날이어서 의자며 책상이며 집기를 옮기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왔다. 엄마가 병원에 계시니 가보라는 것. 심장이 쾅 내려앉았다. 눈에선 물이 쏟아져내렸다. 통화가 끝나자마자 당장에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너무도 급박한 상황이라 의사는 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나 드라마처럼 수술을 하고 나면 우리 엄마는 살아나실 거라 굳게 믿었지만 수술 도중에 엄마는 하루아침에 교통사고로 예고도 없이 갑자기 떠났다. 항상 밝은 미소로 내 이름을 불러주시던 우리 엄마가 이제 없다니. 더 이상 안길수도 없고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다니. 인정할 수가 없었다.



'왜 하필 우리 엄마야? 세상은 정말 불공평해. 왜 세상에서 제일 착한 우리 엄마를 이렇게나 빨리 데려가? 엄마는 평생 본인 인생은 제쳐두고 언니랑 나를 위한 인생을 살았는데. 이제 엄마 인생 즐겨야 한단 말이야. 왜 도대체 왜.'

 믿을 수가 없었다. 원망도 하고 가슴이 너무 아팠다. 엄마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한 채로 살다 그 후유증이 뒤늦게 찾아왔다. 엄마가 없는 삶은 공허하고 힘들었다. 엄마에게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었다. 엄마가 살아계셔도 나의 결정을 분명 응원해주셨을 거란 생각을 했다. 그렇지 엄마?




걷는 길 자체가 예술_산티아고 순례길


너의 용기를 응원해


 밥을 먹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몸도 마음도 불안해 병원에 갔다. 우울증이었다. 약도 먹고 의사 선생님께 상담치료를 받았다.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만 있었다. 불면증에 한숨도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생각만 했다. 생각이 생각에 꼬리를 물었다. 세상은 넓고 갈 곳은 많다. 인생은 단 한 번뿐, 내일 죽을지도 모른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떠날 수 있을까?' 그렇게 용기를 냈다. 여행을 가겠다고. 막연하게 품고 있던 그 꿈. 바로 세. 계. 여. 행.


 무의식 속에 박혀있던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이 떠올랐다. 프랑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독일, 미국, 네팔과 인도를 가보겠노라고 마음먹었다. 사람들은 어떻게 여자 혼자 그리 오래 여행을 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 그렇게 오랫동안 혼자 여행을 할 거라곤 상상조차 못 했다. 사람일은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은 엄마 덕분이라고 말하고 싶다. 엄마가 하늘에서 내게 큰 용기를 주셨기에 나는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엄마는 지금도 곁에서 나를 지켜주고 계신다. 얼마 전 꿈에 엄마가 나와서 그 날 하루 종일  행복했었는데 이 지면을 빌어 엄마에게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다. 엄마 고마워요. 엄마 덕분에 혼자서 무탈하게 세계여행 마치고 돌아왔고 이렇게 책까지 쓰고 있어요. 엄마 사랑해요. 앞으로도 계속 엄마에게 부끄럽지 않은 딸 되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갈게요.




마을로 진입, 알베르게 가는 길_산티아고 순례길




그림이 아니라 실제_체코 프라하





이쯤 되면 사진작가_세상의 끝 피스테라


사람 고마움. 그리고 여행


 각자 사람마다 나름의 고유한 여행 방식이 있다.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 그 나라의 역사가 궁금한 사람, 멋진 자연 풍광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 등등 말이다. 249일 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느낀 나의 여행 방식은 '사람'지향적인 여행이다. 8할이 사람이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난 덕에 오롯이 나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들을 할 수 있었다. 왜 여행을 혼자 가는 게 좋냐고 묻는다면, 혼자 여행할 때 여행지에서 그만큼 좋은 사람들을 만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났을 수 있다는 건 큰 복이다. 나는 많이 부족한 사람이지만 인복이 좋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여행을 통해 만난 여러 국적의 사람들로부터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코로나가 끝나면 다시 여행을 하러 가야지. 여행 때 사귄 친구들을 다시 만나 그동안의 회포를 풀어야지. 너무도 보고 싶은 친구들. 사무치게 그립다. 이 책이 세상 밖으로 나온다면 영어로도 번역해서 친구들에게 선물해주면 어떨까? 상상만 해도 미소가 지어진다.






사막 한가운데_아프리카 엘림듄




안녕하세요. 249일간의 세계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행복한 여행자 정소영입니다.








액자에 걸어 놓고 싶은 풍경_ 산티아고 순례길





여러분께 온전한 저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프랑스 파리,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독일, 체코, 리스본, 아프리카, 미국, 그리고 칠레 산티아고에서의 기록을 담았습니다.





자유 그 자체, 이집트 다합





이 책이 여러분의 일상에 단 하나의 쉼표가 될 수 있다면 그걸로 저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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