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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빛소금 Jan 02. 2019

좋아하는 일을 하는 데에 나이는 중요치 않아

일주일간의 프랑스 파리

Chapter.1

 친구의 배웅 덕에 인천공항에 여유 있게 도착했다. 짐을 부치려고 여권을 내밀자 직원 분께서 내 이름으로 된 비행기표가 두 개 예매되어있다고 말해줬다. 이마에선 마른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그럴 리가 없는데... 다시 한번 확인해 달라고 했지만 마찬가지였다.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비행기 표를 예매할 때가 새벽이었는데 중국 동방항공 홈페이지에서 결제를 여러 차례 시도하다가 결제가 끝내 안 된 줄 알고 하나투어에서 다시 결제를 했고, 내가 둔해서인지 새벽이라 정신이 내 정신이 아니었는지 두 번 결제한 사실을 공항에 도착해서야 알게 된 것이다. 자,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지 하고, 

"그럼 어떻게 해야 해야 해요?"

라 물으니 어디 저기 멀리 컴퓨터가 있으니 가서 하나는 취소를 하라고 친절히 알려주시기에 부리나케 달려가 취소를 했다. 여행 첫 시작부터 이런 해프닝이라니... 앞으로의 여행이 어떻게 전개될지 한껏 기대가 됐다.


PHOTO BY 경윤



비행기 안에서 :)


중국 베이징 공항에서 경유하는 비행기를 탔다. 경유지에서 배낭을 받는 건 줄 알고 수화물들이 나오는 곳에 가봤지만 기다리고 기다려도 내 배낭은 보이지 않았다. 알고 보니 배낭은 최종 목적지에서 받는 것이었다. 렌즈를 착용하고 있어 렌즈케이스와 렌즈 용액을 사려했으나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간이라 상점들은 다 문이 닫혀 있어 사지 못해 눈이 건조해 고생했다. 다행스럽게도 *PP카드를 가지고 가서 베이징 공항 라운지에서 음식도 먹고 편히 쉴 수 있었다.


*PP카드(Priority Pass; 전 세계 공항 라운지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카드)

공항에서 에어비엔비로 가기 위해 끊은 지하철 표


 혼자서 여행할 때(동행과 함께할 때 제외) 마지막 날 빼고는 한 번도 택시(또는 우버)는 이용하지 않았다. 의도치 않게 생긴 나만의 철칙이다. 택시비를 아껴 그 돈으로 맛있는 걸 사 먹지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든 모양이다. 지하철 표를 끊고 지하철에 탔다.


바람 참 좋다          하늘 참 좋다          지금 이 순간 참 좋다


 숙소 근처 역에 내려 공복에 꼬르륵거리는 배를 달래기 위해 피자집에 들러 야무지게 피자를 먹고 누워서 쉴 수 있는 의자에서 파리를 만끽하고 에너지를 충전하니 지상낙원이 따로 없었다. 

'내가 프랑스 파리에 와있다고?' 

신기하고 어린애 마냥 신이 났다. 구글 지도를 봐도 잘 모르겠어서 지나가는 파리 시민들에게 길을 물어 다행히 무사히 숙소에 도착했다. 호스트인 오겔리가 반갑게 맞이해 주며 선하게 미소를 지었다. 오겔리는 싱글 맘이며 주얼리 디자이너이자 요가 선생님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아늑하고 행복했던 첫 에어비엔비 숙소


 방을 둘러보는데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의 이 방이 마음에 쏙 들었다. 짐을 풀고 오겔리에게 어디 여행 가면 좋을지 추천을 해달라고 하니 친절하게 종이에 펜으로 직접 적어주었다. 길 찾기 쉽게 그림까지 그려주었다. 에어비엔비를 처음 이용해본 건데 세심하고 친절한 호스트를 만나고 숙소도 마음에 쏙 들어서 역시 나는 운이 좋다며 그저 감사했다. 가게에 들러 유심칩을 구입한 후 오페라 역으로 가서 우연히 버스킹을 구경한 후에 혼자 걸었다.

 하얀색 슈트와 검은색 선글라스가 돋보이는 누군가가 사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한국에서 대학을 나왔다고 반가워하며 혼자 여행하는 거면 파리 시내를 구경시켜주겠다고 했다. 파리를 가리켜 

“Super super nice city"

라고 말하며 재밌게 가이드를 해줬다. 파리는 밤 10시가 되어서야 해가 진다. 하루가 참 길다.




공원에서 오겔리와 함께


Chapter. 2

 에어비엔비 숙소에서 호스텔로 옮기는 날 아침, 내가 사 온 피자를 오겔리와 노아 (오겔리의 아들)와 함께 나눠먹고 오겔리가 만든 귀걸이도 구입하고 출발하려는데 오겔리가 호스텔까지 바래다주며 가는 길 안내를 해주겠다고 했다. 가면서 오겔리의 설명을 들으며 책방도 들리고 막역한 친구처럼 잡화점, 카페, 예쁜 공원도 들러 구경했다. 오겔리 말로는 투숙객 중에 이렇게 동네 구경시켜 주고 할 만큼 나처럼 친해진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서로 특별한 인연이 되었다. 오겔리는 속 터놓고 본인의 이야기도 하고 숙소까지 가는 길 무거운 내 배낭을 잠시 들어주기도 했다. 정말 좋은 사람. 이틀이란 시간 속에서 따뜻함과 배려를 배웠다.


파리에서 5일간 머물렀던 호스텔 [LES PIAULES]


 배낭이 무거운 탓에 또 금방 허기가 졌다. 근처 어디든 가서 뭐든 먹고 싶어 식당을 찾았다. 눈에 들어온 건 bulgogi.(로컬 음식이 먹고 싶었지만 호스텔이 있는 동네는 중국음식과 외국음식 밀집지역. 프랑스 음식점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고, 역시나 문이 닫혀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유리문 안을 들여다봤는데 눈을 마주친 주인 언니가 문을 열어주어 

"한국 분이세요? 들어오세요."

라고 말해주었다. 문 여는 시간이 아닌데 한국인이 배고파 보이는 채로 문을 두드리니 열어준 것. 너무도 감사하게 서비스로 반찬과 김치도 주셨고 무엇보다 음식이 양도 많고 정말 맛있었다. 영업시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반겨주어서 감사했다. 허겁지겁 허기를 달래고 주인 언니와 담소를 나누고 연락처까지 주고받고 에펠탑으로 향했다.



프랑스 파리 한식당 [BULGOGI 불고기]
그렇게 로컬 음식 먹겠다 다짐해 놓고 불고기에서 두 번이나 한식을 먹었다;-)





PHOTO BY 경윤



언젠가 파리에서 머물게 된다면 몽마르트 언덕에서  매일 글을 쓰고 음악을 들어야지

 

 그럴 일은 없지만 만일에 소매치기를 당할 수 있으니 휴대폰 케이스가 태극기인 사람에게 다가가 사진 촬영을 부탁하고 인생 사진을 남겼다. 마침 그 한국인 친구는 사진전공이라 사진이 멋지게 나와서 한동안 프로필 사진을 해두기도 했다. 에펠탑은 밤에 오면 더 예쁘다는 말을 듣고 몽마르트 언덕에 갔다. 몽마르트 언덕에서는 버스킹을 하고 있었다. 멋진 뮤지션의 음악을 이런 장소에서 들을 수 있어 좋았다. 몽마르트 언덕은 참 자유로웠다. 맥주를 마시면서 관객들과 한데 어우러져 그 시간을 즐겼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몽마르트 언덕으로 가서 글을 쓰려고 한다. 자유로운 이 언덕은 글 쓰기 최적의 장소다.





뮤지엄 패스


 

모나리자 작품 감상 중인 사람들

Chapter. 3


 호스텔 조식을 먹고 루브르 박물관으로 갔다. *뮤지엄 패스 2일권을 끊었다. 

'그 유명한 모나리자를 내 두 눈으로 실제로 볼 수 있다니.'

라는 생각에 얼마나 기대로 가득 찼는지 모른다. 모나리자가 있는 곳까지 꽤 많은 곳을 지나쳤다. 

'대체 리자 언니는 어디 계신 거지?' 

지칠 때쯤 마침내 모나리자를 보았고 교과서나 TV에서나 보던 그 매력적인 미소의 모나리자 언니를 마주했는데 기분은 뭐랄까 표현하기 어려운데 왜 사람들이 모나리자를 극찬하는지 짐작이 갔다. 이 나라의 역사와 함께, 이 많은 작품들을 어떻게 훼손하지 않고 이렇게 보관할 수 있었는지 참 대단하다 느꼈다. 나오면서 모나리자가 힙하게 4색으로 표현이 된 파란색 헤드폰을 구매한 후 오르세 박물관으로 향했다.


마음에 든다




사랑스럽다





영화 '라라 랜드'를 촬영했던 재즈 바


 워낙에 길치라 계속 헤매는 바람에 문 닫기 30분 전쯤 도착해서 간단하게만 관람하고 나와 우연히 얘기를 나누게 된 친구와 같이 저녁을 먹고 재즈바에 갔다. 재즈를 추는 분들을 보는데 

'인생은 이리 살아야겠구나' 

싶었다.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매우 정열적이고 열정이 넘치셔서 그 열정에 반해버렸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데엔 나이는 중요치가 않는구나.'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노트르담 성당 앞에도 한 여인이 열정적으로 춤을 추는 모습을 보자 내 온몸에선 또 전율이 돋았다. 지금이라도 좋으니 내가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하면 좋겠다. 그분들의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인생은 그렇게 살아야 한다. 진심으로.


*뮤지엄 패스 - 할인 가격으로 프랑스 미술관, 박물관에 갈 수 있는 티켓


'생각하는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Chapter. 4


 세라 언니(음식점 불고기 주인)가 추천해준 로뎅 박물관에 갔다. 로뎅 박물관에 가기 위해 내린 지하철은 내리자마자 조각상들이 있어 인상적이었다. 생각하는 사람 조각상을 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겨보려고 했지만 특별히 어떤 생각이 나진 않았다.

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눈 마주친 할아버지 왈 이거 꼭 시켜 맛있어 해서 시킨 밀뽀이




귀엽다

 로뎅 박물관에서 파는 맛있는 밀푀유를 먹고 시네마택 프랑세스도 갔다. 나의 여행 방식은 인터넷 검색이나 책보다는 주로 그 지역에 살았었거나 살고 있는 사람에게 묻고 그 사람이 추천해주면 곧장 그곳으로 간다. 시네마택 프랑세스도 한국에서 여행 준비 전 게스트하우스에 들러 만난 프랑스인 친구(빅터)가 다이어리에 서툰 한국어로 적어준 곳 중 한 곳이어서 가게 된 것이다. 재밌게 관람을 하고 나왔는데 갑자기 정혈이 터졌다. 숙소에 가서 이야기를 하니 다행히 탐폰을 주셨고 덕분에 처음으로 탐폰도 써보고 곤란함도 해결할 수 있었다.



 



 



 저녁엔 식당 '불고기'의 주인인 세라 언니를 만났는데, 프랑스를 방문한 나를 위해 특별히 우버 투어를 시켜줬다. 우버로 에펠탑까지 가는 길 중간중간마다 여긴 어디고 여긴 어디라고 각 장소에 대해 재미있게 설명을 해줬다. 에펠탑은 밤 12시에 아주 짧은 시간 조명이 반짝반짝 거리는 이벤트가 있는데 운 좋게도 우버에서 내리자마자 마치 우리를 반기듯 그 거대한 조형물이 별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낯선 곳에서 만난 인연으로 나에게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을 선사해준 세라 언니에게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전한다.


첫 비쥬의 주인공들


 Chapter. 5

 늦잠을 잤고 기분도 영 별로였다. 우울하게 공원 벤치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갑자기 내 앞에 공이 날아와서 공을 던진 사람(압두)에게 공을 던져주었더니 압두가 또, 나도 다시. 자연스럽게 주고받으며 공놀이를 함께했다. 자연스레 기분도 금방 풀렸다. 공원에 너무 귀여운 아기가 있어서 압두와 아기의 누나, 형과 다 같이 놀았다. 이날 처음으로 비쥬를 했다. 아기 가족들이 다 와서 우리에게 비쥬를 했다. 처음이라 매우 어색했지만 후에 칠레에서는 너무 자주 해서 익숙해지기도 했다. 아기 가족이 식사하러 가고 난 뒤, 압두가 봉사활동에 간다고 같이 가지 않겠냐 묻기에 함께 갔다.


PHOTO BY Abdou



베푸는 삶. 역시. 내가 원하는 삶.

 노숙자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는 봉사였다. 

'참 나도 신기하지, 처음 만난 낯선 이를 따라 어딘가를 가서 봉사를 함께 하다니...' 

지금 생각해도 간 크다. 압두 덕분에 먼 타국에서 뜻깊은 봉사활동을 하게 됐다. 압두와는 그 후로는 본 적 없지만 다시 만나면 좋겠다. '다시 만날 그날까지 건강히 잘 지내, 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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