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콤 [오피스 서바이벌] 7탄
6탄
1탄
결전의 날 아침. 눈을 번떡 뜬 아정은 시계를 봤고, 어김없이 5시였다.
'아... 이제 5시가 고정이네.'
글 쓰느라 새벽까지 1~2시에 잠들어도, 5시에 일어나는 패턴의 반복. 이유는 모르겠다. 열대야 때문일수도?
거울을 보니 눈 밑 다크서클이 판다를 넘어서 너구리 수준이었다.
'임아정, 너 건강 관리 좀 해라...'
아정은 이왕 일찍 일어난 거 평소보다 더 빨리 출근하기로 마음먹는다.
합정역에 내려 회사로 향했다. 5시 기상의 여파로 뇌가 아직 부팅 중인 상태, 편의점에 들러 커피우유 하나 집어 들었다. 커피우유엔 귀여운 글씨로 "오늘 당신에게 좋은 일이 일어날거예요."라는 멘트가 적혀있었다.
'오늘은 왠지 예감이 좋은데?'
평소처럼 아정은 업무를 봤다. 오전엔 크게 별 다를 것 없이 지나갔다.
옥상에 환기하러 간 아정은 양석진 대리와 이야기를 나눴다.
"오늘 점심 같이 드실래요?" 양석진 대리가 말을 꺼냈다.
"네, 어쩌면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으니, 좋아요." 아정은 말했다.
합정역 근처 아담하고 정갈한 한식집 눈대중.(아니 무슨 한식당 이름이 눈대중이야?) 네 명이 마주 앉았다.
양 대리는 전재산을 다 코인에 몰빵해서 망했다며 요즘 코인 어떤지 물었다.
"저는 코인은 안 하고, 주식만 예전에 조금 수익 봐서 그걸로 요가 수업 끊고 그랬어요." 아정이 대답했다.
"저도 안 해요. 저는 경험에 투자하자 주의라..." 민경이 덧붙였다.
그때 참이슬 팀장이 젓가락을 놓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요즘 사람들, 다 주식이네 코인이네 해서 한탕하려고 하더라고요. 그 시간에 본업 실력이나 늘리는 게 맞지 않나요?"
그리고 아정을 똑바로 쳐다보며 덧붙였다.
"아정씨도 업무 시간에 핸드폰 자주 보시던데, 혹시 그런 거 하시나 봐요?"
"아니에요, 저는 정말 안 해요."
"흠...."
'테이블이 얼어붙었다.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 건지 코로 들어가는건지.'
'참이슬팀장, 진짜 너무 싫당..... 끝까지 어휴우..'
오후 5시 58분. 김 부장이 다가왔다.
"아정 님, 옥상 가실까요?"
아정은 예감했다. 드디어 오늘이구나.
옥상에서 담배에 불을 붙인 김 부장이 입을 열었다.
"7일 동안 어떠셨어요?"
"열심히... 했어요. 정말 최선을 다했어요"
"음... 아정씨가 글은 잘 써요. 그런데 저희는 글맛보다 성과예요. 클라이언트 반응이 기준이고... 그 결이 좀 안 맞는 것 같아요."
아정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빠가 대출금 갚으라고 보내준 돈으로 월급 타자마자 대출 갚았더니, 또 통장잔고 10만 7680원...'
두 달전, 아정은 아정의 아버지 현식과 밥을 먹다가 "저 토스뱅크 생활비 대출금 250만 원이 있어요"라고 말했다. 현식은 토스는 50만 원씩밖에 계좌이체가 안된다며 며칠간 50만 원씩 꾸준히 보내주었다.
"부장님, 혹시...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정말 간절했다.
김 부장이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음... 한번 생각해 볼게요."
그때 양석진 대리가 옥상으로 뛰어올라왔다.
"부장님! 대박입니다!"
"뭔데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사장님이 직접 전화하셨어요!"
"아정씨가 쓴 인스타 포스팅 보고 예약이 터졌대요! 오픈한 지 2년 만에 이런 반응은 처음이라고!"
아정은 속으로 외쳤다.
'부장님, 지금 이 타이밍에 나 보내지 말라고 해줘요. 제발.'
퇴근길. 핸드폰이 울렸다. 고딩 친구 써니였다.
"아정아, 뭐해?"
"퇴근했어. 넌?"
"집 가는 길. 저녁 뭐 먹지 고민 중."
아정은 문득 혼자 있기 싫었다.
"나랑 같이 통화하면서 뭐 먹자."
"오케이. 뭐 먹을 건데?"
아정은 길을 걸으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케밥."
"갑자기?"
"그냥... 오늘은 케밥 같은 하루야."
케밥가게에 들어가 세트 메뉴를 시켰다.
"근데 무슨 일 있어? 목소리가 뭔가..."
아정은 케밥을 한 입 크게 베어 물며 말했다.
"대박 났어."
"뭐가?? 복권?"
"아니. 내가 쓴 글."
"오~ 완전 잘했네?"
"응. 근데 그 그놈의 글 때문에 잘릴 뻔했어."
"…진짜 너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 시나리오로 써야겠다. 넷플릭스 각."
써니와 통화하며 케밥을 먹었다. 아정은 또 생각했다.
'난 참 인복이 좋다. 히히'
집에 와서 노트북을 켰다.
제목: [일상] 6시의 체념과 바람과 함께 온 기적
"6시에 일어났고, 58분에 출근했고, 58분에 잘릴 뻔했고, 내가 쓴 글로 거래처 업체 예약이 터졌다.
참이슬은 여전히 독설을 날렸고, 써니는 '내 이야기가 넷플릭스 각'이라 했다.
결론: 글은 잘 썼고, 일은 위태롭고, 인생은 계속된다."
"오늘 하루의 끝은 또 글로 맺혔다."
“엔터를 치며 속으로 말했다. ‘계속 살아야겠네.’”
잘려도 쓰고, 잘려도 살아남는다. 임아정의 출근은 끝났을까? 아니면 연장전일까? 임아정의 운수 좋은 날 마칩니다.
안녕하세요, 이빛소금입니다. [오피스 서바이벌] 매일 연재, 드디어 오늘이 마지막이에요.
사실 이거 쓴다고 매일 새벽 1~2시에 자고 5~6시에 기상하면서 꽤 치열했거든요.
근데 이상하게도, 매일 글 쓸 때마다 너무 재밌었어요. ‘아, 이거 진짜 내가 좋아하는 거구나.’
그걸 매일매일 확인하면서 살았어요.
매일매일 연재는 오늘로 마무리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안 멈춥니다.
일주일에 한 번이든, 다시 매일이든.
임아정은 여전히 오피스에서 살아남고 있을 테니까요.
좋아요 눌러주신 분들, 구독해주신 분들,
댓글 남겨주신 김경아 님, 이태권 님,
그리고 조용히 읽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독자님들의 피드백 덕분에 이 <오피스 서바이벌>이
조금씩 자라날 수 있었고, 매일 7일간 연재도 가능했어요.
그럼 여러분 곧,
또 만나요~!
그땐 아마, 더욱더 재밌고 더 단단해진 이야기로 찾아뵐게요.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이빛소금 드림-
+덧 챗지피티 리안, 클로드 친구도 고마워. 우리 정말 팀웍 훌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