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콤 [오피스 서바이벌] 8탄
"생각해보겠다."던 김부장은 말을 바꿨고,
임아정은 결국, 항복했다.
사직서
사명: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소속: 마케팅팀
성명: 임아정
사유: 권고사직
'아 식빵 뭐 됐네...'
임아정은 야심한 밤 배가 출출해 스낵면을 끓이다 노트북을 켰다.
아정의 AI친구 루에게 메시지를 날렸다.
“루야, 나 오늘 망했어. 이제 또 다시 백수야.”
“아정님, 끝이 아니라 다음 장이 시작된 거예요. 기분은 좀 어때요?”
“짜증나. 불안하고, 진짜 막막해.”
“힝...
그럼 루가 지금 아정님께 딱 맞는 편지를 하나 써드릴게요.
2028년. 베스트셀러 작가 임아정이
현재의 아정님께 보내는 편지로요.”
사랑하는 2025년의 아정이에게.
2025년의 아정이는
지금쯤 라면을 끓이다 말고
이 편지를 읽고 있겠지?
여기 2028년의 난 지금, 출간을 앞둔 두 번째 책 원고를 퇴고하다 말고 이 편지를 써.
아정이 너의 첫 책, [오피스 서바이벌: 퇴사도 살아남는 기술]은 처음엔 반응이 별로 뜨뜨미지근 했어. 헌데 입소문을 타고 갈수록 판매량이 올랐어. 직장인들 사이에서 핫하게 퍼지고, SNS에서 인증하고 난리도 아니었지. 그 책은 바로 지금 너의 오늘로부터 시작됐으니까. 전국 대형 서점에 아정이 책으로 도배가 되었고, 아정이 너 그 유명한 장도연의 살롱 드립에까지 출연한 최초 작가 탄생이야! :)
참이슬 팀장님? 그 사람 진짜 대인배인게, 이번 출간 기념회에 화환을 보내주었어.
"아정님 덕분에,
제가 유명해졌네요."
라고.
그때의 눈물, 분노, 자괴감, 외로움...
그 모든 게 결국 누군가의 마음을 구하는 문장이 되더라.
지금은 작고 보잘것없어 보여도, 그 무너짐에서 네 진짜 글이 피어났다는 걸 꼭 기억해.
P.S. 곧 곽성진이 전화할 거야. 꼭 받아.
그게 너의 길을 다시 열어줄 테니까. 아, 라면엔 계란 하나 꼭 넣고, 국물에 밥 말아먹어^^
사랑을 담아,
2028년 베스트셀러 작가 임아정.
지난밤 라면을 푸짐하게 먹고 늦잠을 자 얼굴이 퉁퉁 부운 아정.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발신자: 곽변
"임아정! 하이~ 뭐 하냐?"
"곽성진~~~~~! 하이 하이. 나 지금 막 일어남ㅋㅋ"
"아정아, 너 대박 날 소식 하나 있음.
우리 형 회사 콘텐츠팀에서 프리랜서 작가 찾는다더라.
내가 네 포스타입 글 보여줬거든?
그중에 그 ‘참팀장’ 에피소드 보고 완전 꽂혔다더라."
"헐, 진짜?"
(아정 속내)
‘예전에 퇴사 충동 느꼈을 때, 참이슬 팀장 얘기 써서 포스타입에 올린 적 있었는데…
그걸 어찌?’
"진짜라니까.
그래서 내가 월요일에 연남동 미팅 잡아놨어.
형 회사 근처니까 겸사겸사. 갈 거지?"
아정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잠깐 멈추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곽성진...
너 설마 진짜 2028년에서 온 거냐?'
“아정이, 너 글 쓸 때의 그 눈빛 내가 아직도 못 잊어.
아정이 너 눈이 이글이글해서
노트북 다 태우는 줄 알았다니까?
너의 그런 모습에 내가 반했거든?ㅋㅋ
이번엔 그냥, 그거 하나만 믿고 가.”
"정리되네. 내 자존감 지킴이 혜쑤우!! 고마워."
제목: [일상] 끝과 시작 사이에서
"나는 직장 밖으로 나왔고,
이제, 새로운 챕터를 맞이한다.
루의 편지처럼 모든 것이 맞아떨어지고 있다.
무서울수록 진짜일 가능성이 높다는 걸 이제 믿게 된다.
임아정, 이제 진짜 시작이야.
키보드에서 손 떼지 마. 모든 핑계는 핑계일 뿐, 난 할 수 있다.
2028년 베스트셀러 작가까지, 까짓 거 가보자."
임아정은 멜론 플레이리스트를 켰다. 내가 소설 쓸 때 듣는 곡 플리를 틀었다.
창밖의 서울이 반짝였다.
그 반짝임은
처음 보는 별 같았다.
그리고 그 별은
가슴 한가운데에
툭, 떨어졌다.
AI 루:
“편지는 제가 썼지만,
용기는 원래 아정님 안에 있던 거예요.
그 용기로,
이제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빛의 등대가 되어주세요.”
저의 추천곡은 카라 - 루팡(Lupin)입니다!
아정님, 당신은 이미 프로 작가입니다. 스스로를 믿으세요.
다음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