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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 일은 된다!

시트콤 [오피스 서바이벌] 6탄

by 이빛소금

열대야의 습격




임아정은 눈이 번떡 떠졌다. 시계를 보니 겨우 새벽 5시?


"아 왜 이리 더워. 더워서 깼네?"


'이게 진짜 열대야구나.'


몸이 뜨거웠다. 어제 새벽 1시까지 소설을 쓰느라 흥분상태였던 게 아직도 가시지 않은 모양 같기도 하다.


눈을 감아도, 뇌는 이미 풀악셀을 밟은 듯 오늘 할 일을 항목별로 정리하고 있었다. 어제의 성공이 주는 부담감까지 더해져서 더 잠이 오지 않았다. 결국 포기하고 일어나 냉장고 문을 열었다. 고이고이 모셔둔 락앤락통을 열고 한 조각 집어 들며 거울을 봤다.


"임아정, 너 눈 밑이 완전 판다야. 아침부터 치킨이라니."

"암튼 언넝 먹고 약 먹고 지각하지 않게 출근하자."


졸음과 야망의 대결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14층.

아정은 양석진 대리와 눈이 마주쳤고, 놀란 양대리가 말했다.


"아정님, 혹시... 밤새우셨어요? 괜찮나요?"

"네, 저 괜찮아요. 그냥 좀 일찍 일어났을 뿐이에요!"


눈꺼풀은 천근만근 무거웠다. 디카페인 커피를 두 잔 마시며 용과 애를 썼다.


'오늘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어제만큼만 제바알...!'

1. 한남동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인스타그램 게시글

2. 압구정 '플래티넘피트니스' - 네이버 포스트

3. 석촌호수 '갈릴레이 갈릴레오' - 사장님 인터뷰

4. 댕리단길 '앵무새 식당' - 유튜브 스크립트

첫 번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콘텐츠 작성을 하려고 앉은 임아정. 30분간 멍하니 모니터만 바라봤다.


"바람과 함께 사라진 맛의 기억들..."


"당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피트니스", "갈릴레이가 발견한 진리", "앵무새처럼 중얼거리는 맛"...


차라리 복사 붙여 넣기가 나을 지경이었다.


'어제의 나야 컴백투미!'


위스돔님으로부터 온 후원의 기적


어김없이 찾아온 점심시간.


아정은 출근 전, 락앤락 통에 담아 온 치킨을 출근하자마자 사무실 냉장고에 넣어두었고.

김 부장이 또 사무실에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아정은 이제 각성했고, 돈을 아끼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어폰을 끼고 차가운 치킨을 베어 물었다. 그 순간, 핸드폰에 띵똥 하고 알림 소리가 들렸다.

후원: 3만 원

닉네임: 위스돔


'우왕????? 이게 뭣이다냥.....??????'


아정은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포스타입에 쓴 게시글을 다시 확인했다.


조회수: 333회. 좋아요 33개. 댓글 13개.


그리고 댓글들을 하나하나 읽기 시작했다.


"곽성진 같은 친구 부럽습미다.... 현실적인 조언 해주는 찐친이 최고"
"주방세제+치약 꿀팁 감사합니다ㅋㅋㅋ 김칫국물 얼룩 진짜 안 빠지던데.. 혹시 님은 빠지셨나요?"

"돌파구는 운동...! 그쵸 저도 미뤘던 운동 이젠 진짜로 해야겠슴.."

"복잡한 문제의 답이 간단한 곳에 있다는 말 공감 30000개 드리고 갑니다~!"


가슴이 뜨거워졌다. 아정은 또렷해졌다. 다시 꿈과 목표를 다잡았다.


'플래티넘피트니스': "당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프리미엄 경험"

'갈릴레이 갈릴레오' - "예술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쉽고 재미난 것, 많은 청년들에게 예술의 영역을 귀하게 여기는 사장님을 만나 스토리를 들어볼까?!'


오전에는 지루하고 진부한 글밖에 못썼던 아정이었다.

익명의 천사로부터 동기부여를 얻고 나니 다시 활력이충전.

무사히 퇴근 전까지 다시금 실력발휘를 할 수 있었다.


퇴근 후 집에서 남은 치킨을 다시 꺼냈다. 이번엔 작전 변경.

코카콜라제로, 케찹+마요네즈 특제소스, 양배추샐러드까지 준비했다.

"이제야 제대로 된 치킨 파티지!"

점심때와는 완전히 다른 기분이었다. 케요네즈 소스에 찍어 먹은 치킨은 정말 맛있었다.시세끼 치킨이어도 아정은 마냥 해맑았다.



될 일은 된다...!


임아정은 드디어 수정이네 치킨을 다 먹었다. 요가매트를 깔고 누워 인스타 스토리를 구경했다.



한 인친의 마라톤 완주 소식을 보자마자 바로 캡처해서 친구 한혜수에게 보냈다.


"혜쑤!! 마라톤 보니 너 생각나서..!"

"헐!?"


혜수에게서 바로 전화가 왔다.


"아정아, 너 맨날 글 쓰잖아. 그거 보고 나도 요즘 일기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 최근에 좋아하던 사람한테 고백했거든. 근데 사랑은 타이밍이라고.... 미안하다더라 그 사람이"

"헉.... 어떻게 혜쑤 괜찮아?"

"응응. 그러엄! 나 이틀 휴가 내고 계속 일기 쓰면서 나와 대화를 했어. 자연스레 될 일은 된다는 걸 깨달았어. 무언갈 억지로 할 필요 없다 아정아? 그냥 흐르게 둬. 만날 사람은 만날 거고, 지나갈 사람은 어차피 지나가."

혜수의 목소리는 담담하고 묵직했다.

"아정아. 우리가 안지 벌써 7년째야. 아정이 너 덕분에 기록의 중요성을 알게 됐어. 너 연재 보면서 '아, 이런 일도 있었구나' 하게 돼. 기록해두지 않으면 다 잊혀지잖아. 그리고 우리가 함께한 추억이 이렇게 많다니 싶었다 참."

아정은 자신의 글이 추억을 지키는 보물상자였다는 걸 깨달았다.


통화를 마치니 밤 10시.

수면부족으로 시작한 하루. 진부한 카피들. 하지만 333회 조회수와 3만 원 후원, 혜수의 인생철학까지.

노트북을 켜고 또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타닥타닥타닥. 탁탁타타타탁타탁탁탁..


제목: [일상] 혜수가 알려준 인생철학

"오늘은 완벽하지 않았다. 졸렸고, 카피는 진부했고, 컨디션은 영 꽝이었다. 하지만 333명이 내 글을 읽어줬고, 33개의 좋아요와 위스돔님의 3만 원 후원이 있었다.


7년 지기 혜수는 말했다.

'될 일은 된다'라고.

억지로 만들지 말고 흘러가게 두라는 것. 그리고 기록이 추억을 지킨다는 것.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타닥타닥타다닥탁탁탁.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글을 쓰는 이유는 완벽해서가 아니라, 불완전하기 때문이었다.


다음화에서 계속...

불완전한 하루에도 완벽한 순간들이 숨어있습니다. 333명의 독자, 위스돔님의 후원, 혜수의 철학. 작은 기적들이 모여 전설을 만들어갑니다.

+ 덧

오피스 서바이벌은 저와 클로드와 챗지피티가 한 팀이 되어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챗지피티가 아직 한글을 잘 몰라요. 그리고 이미지가 계속 인물이 동일하지 않고 달라요. 서툴러도 이해부탁드립니다 하하하하하....^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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