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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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8일 수요일,
[하루 늦게 쓰는 일기]
자다가 일어나 또 자고.
소가 된 게으름뱅이 두 명은 11시에 눈을 떴다. 오늘따라 방 암막커튼이 더 쳐져있는 것 같았다. 방 안도 어두컴컴, 바깥도 어두컴컴. 무음으로 해둔 폰과 부재중전화 6통. 5통은 남편, 1통은 엄마여서 무슨 일 있는 줄 알고 눈이 번쩍 떠지고 괜히 철렁했었네. 나무는 어젯밤 달밤운동으로 피곤했는지 7시간 만에 맘마를 먹었고, 이제 5시간 만에 먹는다. 200ml을 단숨에 비우고 부랴부랴 외출준비를 하는 나. 갑자기 은행에 갈 일이 생겨서 남편이 점심시간에 데리러 온다고 한다. 후다닥 둘이서 세수를 끝내고 나가려던 찰나에 나무는 똥파티를 벌였다. 보자 보자 기저귀가 어디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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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기 직전까지 너무 바빴네.
엄마는 내 백신 예약때문에 전화를 하신 거였다. 모더나 수급때문에 9월로 미뤄진 백신을 통영이 아닌 대구로 변경하려고 보건소에 문의를 했다. 생각보다 쉽게 변경 완료. 또 미뤄지지만 않는다면 9월에 대구에서 맞을 수 있을 것 같네. 휴우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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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오니까 비가 내리고 있었다.
찬 바람까지 씽씽 불지만 시원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새로운 장소가 신기한지 두리번 두리번거리는 나무가 귀엽다. 고개를 뺴꼼 내밀어 나를 구경하는 것도 귀여워. 은행업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엔 맥도날드에 들러 빅맥세트를 샀다. 후렌치후라이를 좋아하는데 또! 또! 재료가 소진됐다며 맥너겟이나 치즈스틱을 선택하란다. 아이참. 아쉬워도 맛있게 먹은 건 비밀. 다시 둘이서 보내는 시간이 왔다. 나무가 낮잠 2시간을 자는 동안 맥심커피를 마시고 혼자 놀았지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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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두 번의 이유식.
한 번은 소고기죽, 한 번은 닭고기죽을 먹였다. 최근에 3가지 정도를 돌려서 먹이다 보니 뭘 먹였는지 자주 헷갈린다. 그만큼 그냥 정신이 없다. 청경채인지 시금치인지 미역인지 색깔이 다 비슷해서 그냥 그냥 헷갈려.. 아무튼 이번에는 소고기표고버섯양파미역죽과 닭고기청경채당근죽을 먹였다. (이마저도 확실치 않음..) 치즈가 있어도 먹이는 과정은 쉽지 않지만, 다 먹어주니까 너무 너무 고맙네. 요즘 다시 입맛이 좋아졌는지 먹는 양이 부쩍 늘었다. 그만큼 많이 움직이기도 하니까 많이 먹는 게 이해되기도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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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놀고있는데 현관문에서 택배 뜯는 소리가 들린다. 듣자마자 고개를 휙! 돌리더니 아주 빠르게 기어갔다. 뒤도 안 돌아보고 슥슥슥. 쉬익쉬익 숨소리를 내며 달려간 곳엔 아빠가 있었다. 반갑다고좋다고 마중나가는 모습이 예뻐서 입꼬리가 올라가지네. 저녁메뉴는 김치볶음밥. 뭐 먹을지 고민될 땐 김치볶음밥이요. ‘안 질리냐’는 물음에 ‘매번 맛있다’고 대답하는 나. 둘이서 냄비? 하나를 비우고 환승연애를 봤다. 아참참, 이유식 만들어야지! 이번에는 안 헷갈리게 두 개만 만들래. 닭고기고구마당근죽이랑 소고기단호박적채죽. 색깔도 다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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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일된 나무.
어제부터 몇 발자국을 무릎으로 기기 시작했다. 엄지발가락과 새끼발가락 옆이 까질 정도로 배밀이를 하더니, 이젠 무릎을 사용하려고 한다. 땅에 딛으려고 어쩔 줄 모르는 무릎이 너무 귀여워. 매일매일 도전을 응원해 나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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