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개구리 반찬
“이거 진짜 맛있는 거야. 아무에게나 주는 게 아니라고.”
숙희가 커다란 양은 냄비를 가리키며 뜸을 들였다. 성질 급한 미영이가 소리쳤다.
“알았으니까. 빨리 뚜껑이나 열어.”
숙희가 약을 올리듯이 미영이와 내 얼굴을 번갈아 보다, 특히 나를 보며 겁을 주었다.
“부용이 너 도망치지마.”
“걱정마. 나 맨손으로 뱀도 잡아.”
난 호기롭게 말했다.
물론 맨손으로 뱀을 잡았다는 건 거짓말이다. 언젠가 동네 땅꼬마들과 산을 헤매다 뱀을 보았는데, 놀란 땅꼬마들은 모두 도망치고, 나 혼자 남았던 일이 있었다. 솔직히 기절 직전이라 도망칠 용기가 없어 가만있었을 뿐인데, 이상하게 그날 이 후 땅꼬마들이 내가 맨손으로 뱀을 잡은 걸 봤다는 등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다녔고, 난 맨손으로 뱀을 잡은 아이가 되었다. 말이 사람을 만드는 건지 사람이 말을 만드는 건지 나 자신도 헷갈리기 시작했다. 진짜 내가 뱀을 잡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 말을 믿게 되었다.
그 후 난 뱀을 보아도 도망치지 않았다. 아니 뱀을 보면 나뭇가지를 주워 쫓기까지 하였다. 땅꼬마들이 대단하다며 추켜세웠고 뭔가 으쓱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땅꼬마들과 더 이상 놀지 않았다. 이상하게 땅꼬마들과 노는 것보다 혼자 노는 게 재미있었다.
그날도 혼자 놀고 있었다. 따듯한 햇볕을 온 몸으로 받으며 집 앞 담벼락에 등을 대고 있었다. 따뜻함은 좋다. 내가 혼자라는 사실을 잊게 해주니까. 그때였다. 눈앞으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운 건. 무슨 일인가 싶어 눈을 떴더니 숙희가 눈앞에 서 있었다.
“우리 집에 놀러올래?”
따듯한 햇볕 때문인지, 뱀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후회했다. 엄마가 숙희랑은 놀지 말라고 했는데. 술집 애랑 놀면 술집여자 된다고 했는데. 이제 어쩌지? 혼자서는 도저히 갈 용기가 없었다. 땅꼬마들이랑 가면 금방 소문이 퍼질테고. 그래서 생각해낸 게 앞집에 사는 미영이었다.
“왜 나야?”
뚱보 미영이가 시큰둥하게 물었다. 난 ‘네가 힘이 제일 쎄잖아. 날 지켜줄 것 같아서.’라는 말 대신 깐돌이를 건넸다. 뚱보 미영이가 가장 좋아하는 하드였다. 미영이가 깐돌이를 힐끔 쳐다보더니 말했다.
“그런 걸로 넘어가지 않아.”
“맛있는 거 준데.”
난 거짓말을 했다. 미영이를 움직이게 하는 건 먹는 것 뿐이었다. 미영이는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물었다.
“맛있는 거 뭐?”
“몰라. 그건 가봐야지.”
“세상에서 제일 맛없는 게 뭔지 알아?”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지? 가기 싫다는 건가? 미영이가 안 가겠다고 하면 나도 안 갈 생각이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몰라.”
“모르고 먹는 게 제일 맛없어. 상상이 안 되거든.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가 먹는 것만 먹는데. 익숙하니까 맛있는 거야.”
잘 됐다. 엄마 말을 지킬 수 있어서. 미영의 말에 난 조금 안심했다.
“근데 숙희네 집은 상상이 돼. 매일 밤 맛있는 냄새가 나거든.”
젠장. 뚱보 미영이 넘어왔다. 그렇게 미영이와 난 숙희네 집으로 향했다.
마침내 숙희가 냄비 뚜껑을 열었다. 냄비 안에는 허연 물체가 아무렇게나 쌓여있었다. 처음 보는 물체였다. 미영이와 내가 동시에 물었다.
“이게 뭐야?”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고기.”
숙희가 허연 물체를 꺼내 흔들었다. 내가 아는 한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고기는 소고기다. 맛을 알아서가 아니라 어른들이 맛있다고 하니까 맛있는 줄 아는 경험 없는 주입된 맛. 그런데 숙희가 꺼내든 고기는 소고기와 선명하게 달랐다. 빵빵하게 차오른 배, 아래 위로 만세하듯 뻗은 팔다리. 그리고 발사이에 갈퀴. 뭐? 갈퀴라고? 난 미영이 뒤로 몸을 숨기며 소리쳤다.
“악! 개구리야!”
“맨 손으로 뱀도 잡았다는 사람이 개구리는 무섭냐?”
숙희가 깔깔대며 웃었다. 마치 모든 사실을 다 알고 있다는 표정이었다. 칫. 재수없어. 난 미영의 팔을 잡아끌며 말했다.
“그만 가자. 우리.”
난 우리라는 말을 강조해 숙희를 배제시켰다. 날 놀린 숙희에 대해 복수하고 싶었다. 그러나 적은 항상 내부에 있었다. 미영이 호기심을 보이며 물었다.
“이걸 먹는다고?”
“웅. 얼마나 맛있는데. 잠깐만 기다려.”
숙희가 주방에서 석쇠를 들고 왔다. 그리고는 양은 냄비 안에서 개구리를 꺼내 석쇠에 올리더니 곤로에 불을 켰다. 석유냄새와 함께 검은 그으름이 오르는 것도 잠깐 파란 불꽃이 석괴를 달구기 시작했다.
“말도 안 돼. 개구리를 먹다니...”
끔찍한 일이었다. 개구리를 먹다니. 얼마 전 올챙이를 잡아다가 키웠는데. 꼬물꼬물 헤엄치던 올챙이들이 얼마나 귀여웠는데. 귀여운 올챙이의 엄마를 먹다니. 아니 어쩌면 귀여운 올챙이들이 자랐을지도 모른다. 내가 키워 내가 방생한 놈들을 먹는다니 상상이 안 되었다. 그러나 나의 걱정과는 달리 석쇠에서는 맛있는 냄새가 났고 군침을 흘리던 미영이는 개구리 고기에 손을 뻗었다. 숙희가 미영이 손을 소리나게 때리며 말했다.
“잠깐만 기다려. 아직 끝난 게 아니라고.”
숙희가 하얀 양념통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건 뭐야?”
먹는 것 앞에선 모범생처럼 궁금한 게 많아지는 미영이 물었다.
“소금”
숙희가 짧게 말하곤 소금을 뿌렸다. 하얀 결정체가 눈처럼 개구리 사체 위로 떨어졌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듯 익숙해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숙희가 노릇노릇 잘 구운 개구리를 건네며 말했다.
“다 익었다. 먹어봐.”
고양이가 사냥감을 낚아채듯 미영이 개구리 고기를 낚아채 입에 넣었다. 상상도 못 한, 그래서 조금은 소름끼치는 광경이긴 했지만 궁금하기도 했다. 도대체 어떤 맛인지. 맛이 있긴 한 건지.
“어때? 맛있어?”
미영이 말없이 고기만 씹었다. 세상에서 제일 비싼 음식이라도 맛이 없으면 뱉을 아이다. 그만큼 맛에 대해선 정직한 미영인데 표정만으로는 맛이 있다는 건지 맛이 없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맛있냐고?”
개구리를 먹는 건 끔찍한데. 왜 궁금해지는 거지? 나도 모르게 그만 소리쳤다. 미영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글세. 하나 더 먹어보고.”
미영이 개구리 고기를 입에 넣었다. 여전히 알 수 없는 표정. 궁금해 죽을 것 같았다. 하루 종일 오줌을 참으라고 하면 참아도 궁금한 건 못 참는 아이였다. 난. 하여 석쇠에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개구리 고기를 집어 입에 넣었다. 그리고 뒤늦게 찾아오는 후회. ‘아, 개구리 고기를 입에 넣다니. 이거 뱉을 수도 없고, 삼킬 수도 없고.’ 난감했다. 그때였다. 미영이 내 등을 치며 말했다.
“어때? 진짜 맛있지? 어쩜 살이 이렇게 부드럽냐?”
미영의 폭력에 나도 모르게 그만 개구리 살을 씹었다. 아 젠장. 좆됐다. 뭔가 죄를 짓는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9살의 순결하고 깨끗한 내가 더럽혀지는 느낌이랄까. 그러나 그런 죄책감도 잠시 놀라운 환희를 맞게 된다.
이게 개구리 살이라고? 개구리 살이 맞나 싶을 정도로 부드러웠다. 게다가 이 담백한 맛은 다른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지금껏 느껴보지 못 한 맛이었다. 쫄깃쫄깃한 조갯살과 부드러운 닭고기를 섞은 것 같기도 하고. 게살 같기도 한. 이 맛을 뭘로 표현해야할지. 맛있다,라는 말이 최고의 표현이었다.
“어때? 마있지?”
숙희가 다 안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난 말 대신 개구리 다리를 또 들었다. 그 어떤 말도 구차했다.
“우리 집 인기 안주야. 맛있는 건 어른들만 먹는다니깐. 더 구울까?”
숙희의 제안에 두 볼 가득 개구리를 넣은 미영이와 난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개구리 안주를 먹으며 생각했다. 그래서 숙희랑 놀지 말라고 한 건가? 맛있는 거 어른들만 먹기 위해서? 엄마 말과는 달리 숙희는 나쁜 애가 아니었다. 누구보다 배려있고, 웃음 많고, 속이 깊었다. 어디 그뿐인가.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못 하는 게 없었다. 특히 노래를 부르며 넣는 젓가락 장단은 최고였다. 그날 난 젓가락 장단을 배우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미영이랑 성당에 다녀왔다고 할까?’
집 앞 현관에서 머리를 빗어 넘기며 엄마가 좋아할만한 거짓말을 생각했다. 아니다. 성당은 위험하다. 엄마를 아는 지인이 너무 많다. 게다가 성당에 다녀왔다는 핑계를 대자니 벌을 두 번 받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럼 시장에 다녀왔다고 할까?’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시장에 있을 법한 것들을 떠올렸다. 그때였다.
“걔랑 놀지말랬지.”
언제 나타났는지 엄마가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엄마의 싸늘한 눈빛에 심장이 얼어버릴 것 같았다. 이마에 식은땀이 났다. 지금까지 준비한 거짓말을 하나도 쓸 수가 없었다. 나는 애써 웃으며 말했다.
“걔라니? 누구? 미영이?”
제발 더는 묻지 말아주세요. 제발. 그러나 나의 간절한 마음과 달리 엄마는 앙칼진 목소리로 다그쳤다.
“너 자꾸 거짓말 할래? 숙희네 집에서 나오는 걸 봤는데?”
저 말에 넘어가면 안 된다. 지난번에도 저 말에 넘어가 술술 불었다. 그러나 이번엔 어림없다.
“엄마야 말로 왜 자꾸 거짓말해? 나 숙희네 안 갔어!”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 걸렸는지, 아님 진짜로 믿고 싶었는지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엄마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 진짜 술집여자 되고 싶어?”
“누가 술집여자 되고 싶데!”
“그런데 왜 술집에 드나들어?”
“거기 술집 아니야! 숙희가 사는 곳이라고!”
뜨끔했다. 젓가락 장단에 맞춰 노래하는 걸 봤나? 아니. 젓가락 장단에 맞춰 노래한다고 술집여자 된다는 건 뭔가. 난 날 오해하는 엄마가. 아니 착한 숙희를 오해하는 엄마가 싫었다.
“엄마도 누가 슈퍼 딸이랑 놀지마,란 소리 들으면 좋아?”
“슈퍼랑 술집이랑 같니?”
“뭐가 다른데?”
가끔 머리를 올리고 립스틱을 짙게 바른 숙희 엄마가 술을 사러 왔었다. 술 사는 게 죄짓는 일도 아닌데 숙희 엄마는 연신 머리를 조아렸고 그때마다 술 냄새가 났다. 그에 비해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에 몸빼바지를 입은 울 엄마는 쌀쌀맞았다. 그걸 말하는 걸까? 그렇다면 난 화장기 없는 쌀쌀맞은 우리엄마보다 예쁘게 화장하고 싹싹한 숙희 엄마가 더 좋았다. 솔직히 과자는 절대 먹어선 안 된다고 말하는 우리 엄마보다 개구리 고기 맘껏 먹으라는 숙희 엄마가 몇 배는 더 좋았다.
“크면 알아. 암튼 숙희랑은 놀지마.”
엄마가 돌아섰다. 어린 네가 뭘 아냐는 태도였다. 날 무시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모르면 제대로 가르쳐 줘야지 엄마는 늘 크면 안다고 말하곤 돌아섰다. 도대체 얼마나 커야 안다는 건가. 난 이미 동네 꼬맹이들보다 훨씬 큰데. 이젠 맨손으로 뱀도 잡을 수 있고. 개구리 고기쯤은 한입에 털어 먹을 수 있는데. 도대체 얼마나 커야 안다는 걸까.
엄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난 숙희네 집에 놀러갔었다. 개구리가 끝날 즘엔 참새구이가 등장하고, 참새구이가 사라질 즘엔 메뚜기 튀김도 나왔다. 계절별로 식단이 바뀌는 숙희네 집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나날이 내 젓가락 장단은 빛을 발휘했고 밥을 먹다 두드리다 아빠에게 혼난 적이 있었다. 아빠가 엄마를 야단쳤고, 다시 엄마가 날 혼냈다. 그 뒤 난 숙희네 집에 가지 않았다. 몇 번이나 숙희가 다가왔지만 난 외면했다. 아빠와 엄마가 나 때문에 싸우는 건 싫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숙희네 집이 사라졌다. 정말 하루 아침에 사라졌다. 습관이 되어버린 젓가락 장단이 없었다면 난 행복한 꿈을 꾸었을 거라 믿었을 것이다. 그렇게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다. 엄마는 빚쟁이들 피해 도망쳤다고 했고, 미영이는 숙희 친아빠가 찾아왔다고 했다. 누구 말이 사실이든 숙희네 집과 함께 이 세상 최고의 개구리 고기도 사라졌다. 그 어디에서도 숙희네 개구리 고기 맛을 보지 못 했다.
p.s.
술집 아이랑 놀면 술집 여자가 되고 회장님 아이랑 놀면 회장이 되는 걸까? 술집 여자는 나쁜 거고, 회장님은 좋은 걸까? 마흔이 넘도록 모른다는 건 내가 아직 크지 않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