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자적 술독을 유영하는 니모

인터뷰 여덟

by 홍작

2017년 9월 24일


“이 모습 이대로 행복하게”


여덟님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게 즐거운 직장인입니다. 최근엔 법공부를 시작하셨데요. 변호사가 되려고 법공부를 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냥 배우는 것 자체가 즐겁데요. 법을 알면 일상에 도움이 많이 된다네요. 무슨 일을 하든 목표부터 정하는 저에겐 특별한 목표 없이 배우는 것 자체를 좋아한다는 여덟님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여덟님에게서 순수한 열정과 삶 자체에 대한 애정에서 나오는 여유로움이 느껴졌어요.


여덟님에게 공통의 질문 6개를 드렸습니다. 먼저 좋아하는 숫자를 물었더니 7이라고 대답하셨어요. 그냥 떠오르는 숫자였데요. 럭키 세븐이라 행운이 왔으면 좋겠다고 하네요. 좋아하는 숫자로 숫자 7을 이야기하시는 분들의 대부분은 숫자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분이 아니라는 걸 인터뷰를 통해 깨달았습니다. 왜냐하면 한결같이 숫자 7은 럭키 세븐이라고 말씀하시거든요. 처음엔 너무 뻔하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주문과 같은 효과가 있을 것 같아요. 우리가 주문을 읊으며 기도를 하는 것처럼 숫자 7은 럭키다라고 말하다 보면 정말 행운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아하는 색을 물었더니 노랑, 핑크, 파랑이라고 말씀하셨어요. 밝아서 좋데요. 특히 소품들, 들고 다니는 가방이나 신발, 머리띠 같은 건 다 원색이라며 직접 보여주셨어요. 밋밋한 인상에 뽀인트를 주어 기분을 좋게 만들어 준다고 해요. 원색을 좋아하는 분들은 자신의 기분이나 성향을 너무나 잘 알고 그것을 잘 표현하는 분이라는 걸 경험적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여덟님과의 인터뷰가 점점 재미있어졌어요.

흥미로웠던 건 좋아하는 음식을 물었더니 '술'이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잠시 술을 음식이라고 할 수 있나?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여덟님에게 음식이란 입으로 들어가는 건 모두 음식이구나,라고 판단했습니다. 음식이라고 말하지만 우리 모두는 다른 음식을 상상하니까요. 어쨌건 술 중에서도 독한 보드카, 고량주를 좋아하신데요. 벌써부터 독한 알코올이 목을 활활 태우고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어요. 술을 왜 좋아하냐고 했더니 마시면 기분이 좋고 행복하데요. 술 자체가 즐거움이래요. 이런 애주가는 처음 만나봅니다. 술 많이 마시는 걸 부끄러워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여덟님은 술에 대해 부끄러움이라든가 몸에 안 좋다는 식의 부정적인 인식이 1도 없었습니다. 진정한 애주가인 거죠. 이 부분이 여덟님의 찐 모습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술로 어떻게 초상화를 써드려야 하나 고민했죠.

좋아하는 동물을 묻는 것만으로 모든 고민이 해결되었습니다. 여덟님은 물고기를 좋아한데요. 물고기 중에서도 알록달록 니모가 좋데요. 니모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데요. 그래서 아쿠아리움 가는 걸 좋아한데요. 신기하죠? 앞서 전혀 상관없어 보이던 색, 좋아하는 노랑, 핑크, 파랑이 바다에 사는 니모에게 다 섞여 있습니다. 잠시 여덟님은 바다에서 온 사람이 아닐까, 라고 상상해 보았습니다. 그래서 육지에선 물 대신 술을 마시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 그러자 이야기는 정해졌습니다.

좋아하는 식물은 없데요. 굳이 꼽으라고 하면 장미가 좋데요. 향이 좋아서. 10년 후 모습은 어떨까요?라고 물었더니 이 모습 그대로일 거라고 하네요. 하. 절로 감탄이 나왔습니다. 지금껏 인터뷰 중 제일 멋있습니다. 지금 이 모습 그대로라니. 현재도 미래도 지금의 모습이라고 말하는 건 여덟님이 현재 자신의 모습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보여주는 척도입니다. 또 남들이 뭐라고 해도 내가 좋아하는 걸 밀어붙이는 분이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엔 언제나 적당한 진실과 적당한 포장이 있습니다. 누구나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여덟님에겐 적당한 포장 따위가 없었습니다. 누가 뭐래도 자신이 좋아하는 걸 솔직하게 표현하더라고요. 그 모습이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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