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게 색이 있다면?

인터뷰 아홉

by 홍작

2017년 9월 24일


“바람을 좋아해요. 특히 맞바람.
맞바람을 정면으로 맞다 보면 도전 의식이 생기죠.”


아홉님은 마흔 중반의 공무원입니다. 사설 교육기관들을 관리하며 상담을 하고 있는데 사람을 대응할 때 가장 힘들다고 하네요. 특히 화를 내시는 분들에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데요. 불현듯 공공기관에 민원을 넣을 때가 떠오릅니다. 잘못 처리될 때마다 짜증을 냈었는데 그분들 중 한 분이 앞에 앉아 있다고 생각하니 미안해지네요. 조금 여유를 갖고 기다리면 될 것을. 이럴 때 거리로 나와 사람들을 만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제 중심적인 사고로 사람들을 판단하고 재단했겠죠? 사람도 글도 사람 속에서 살아야 완성이 되는 것 같습니다.


아홉님에게 공통의 질문 6가지를 드렸습니다. 좋아하는 숫자를 물었더니 3이라고 대답하셨어요. 둘보다는 세명이 여행 다니기에 좋고, 짝을 지을 수 있는 둘보다는 여유로워서 좋아한데요. 흥미롭죠? 숫자 3을 왜 좋아하냐고 물었을 뿐인데 세 명이서 여행하기 좋다는 답이 돌아오다니. 아홉님에게 숫자 3은 그냥 숫자 3이 아니라 여행 동료의 의미입니다. 아마도 일을 할 때도 기계적으로 단순하게 처리하는 게 아니라 상대에게 감정이입을 하는 스타일 같습니다. 그래서 사람을 대응하는 게 힘들겠죠. 그런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아홉님이 인간적이고 따듯하다는 의미일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색을 물었더니 원색을 좋아하신데요. 빨강, 파랑, 초록. 그중에서도 빨간색이 가장 좋데요. 그냥 좋데요. 하긴 좋은 데 이유가 있나요? 그러다 잠시 고민하더니 자극적이고 정열적이어서 좋다고 하셨어요. 하여 본인과 가장 닮은 색이 빨간색인가요?라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해요. 운동도 좋아하고 적극적인 편이라고 빨간색을 닮았다고.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건 많은 분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색이 자신과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분들은 좋아하는 색을 닮고 싶어 하죠. 그러니 좋아하는 것을 물으면 그분의 내면의 얼굴이 보입니다.

좋아하는 음식은 떡볶이래요. 맛있기도 하고, 해 먹기 쉽고, 사 먹기 쉬워서래요. 먹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분 같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떡볶이의 붉은색이겠죠? 좋아하는 동물은 강아지래요. 너무 예쁘다고. '뽀야'라는 강아지를 키운다고 해요. 강아지 이야기를 할 때 아홉님의 눈에 사랑이 가득 고이더라고요. 좋아하는 식물은 다육이래요. 다육이를 키우고 있는데 햇빛 하고 바람을 적절하게 주면 잘 큰다고 해요.

10년 후엔 어떤 모습일까요?라고 물었더니 제주도에 있을 것 같데요. 바람을 좋아해서 제주도에서 살 거라고. 바람도 그냥 바람이 아닌 맞바람이 좋다고. 온몸으로 바람과 맞서면 도전 의식이 생겨서 좋다고. 아홉님의 진짜 마음을 찾았습니다. 바람. 그냥 바람도 아닌 맞바람. 그리고 그 순간 거짓말처럼 바람이 불어옵니다. 그냥 바람이 아니라 오색차란한 바람이요.


인터뷰를 하며 많은 경험을 했는데요. 그중에서 가장 신기한 건 인터뷰이가 신이 나 이야기를 하면 그 순간 미묘한 변화가 생깁니다. 아홉님과의 인터뷰에선 갑자기 바람이 불어왔어요. 그냥 바람이 부는 게 아니라 빨강, 파랑, 오색찬란한 바람이 불었어요. 믿기 어렵지만 인생엔 마법 같은 일이 종종 일어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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