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이라는 말은 내게 칭찬이면서 뭔가 넘어야 할 허들 같은 말이기도 하다. 이 일을 하면서 가장 많은 질문을 던졌던 것 중 하나가 ‘좋은 사람과’ ‘잘하는 사람’의 경계에서 나는 어디에 있을까 였기 때문이다.
오늘 오랜만에 예전에 함께 했던 고진영프로를 만났다. 진영이는 2014년부터 6년을 함께 했었는데 2020년부터는 각자의 길을 가게 됐었다. 그동안 일하면서 헤어진 선수들과 큰 갈등은 없었지만 아무래도 다른 회사로 가게 되면 연락이 조심스럽다.
그래서 좋은 일이 있을 때나, 생일과 같은 기념일에도 마음은 있지만 선뜻 연락을 하지는 못했다. 그렇게 직, 간접적으로 소식을 접하고 또 멀리서 응원만 해왔던 나인데 언젠가부터 진영이의 골프에서 울림이 있고 뭔가 느낀 바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함께했을 때보다 이후의 시간 동안 고진영이라는 사람이 훨씬 키가 큰 느낌이랄까? 이제는 예전의 고진영은 온데간데없고, '와 뭔가 다른 세계의 사람이 됐구나.' 하는 생각을 꽤 했었다. 그러면서 전하고 싶은 말도 조금씩 생겼는데 정작 그러지는 못했다.
그렇게 마음만 먹고 고민만 하고 있다가 약 4년 만에 만나 함께 저녁도 먹고 차도 마셨다. 그간의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뭔가 편안하고 차분하게 그리고 즐겁고 평화롭게 시간들이 흘러갔다.
차를 마시다 앞으로의 목표를 물었는데 2가지 정도를 이야기하더라. 역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응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는 조금 더 편하게 연락하자고 이야기하면서 헤어졌다. 이제는 좋은 일에도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축하를 건넬 수 있을 것 같다.
처음의 이야기를 다시 꺼내면,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나는 ‘잘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 보다 우위에 있다고 믿어왔다. 그런데 오늘의 시간 동안은 ‘좋은 사람’인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진영이가 나를 좋은 사람, 좋은 인연으로 여겨줬기 때문에 오늘의 자리가 있었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