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일하면서 인연이 된 선수들 꿈을 자주 꾼다. 회사 소속 선수들은 물론이고 지금은 같이 있지 않는 선수들까지도. 출장 갔을 때 선수들 꿈을 꾸기라도 하면 '혹시, 이것은?!' 하는 마음으로 그 선수의 꿈이 좋은 신호였으면 하고 바라는 적이 많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의 선수 꿈과 그 결과는 딱 떨어지지 않았다. 어제 사실은 현경이가 우승하는 꿈을 꿨었다. 꿈에서는 내가 대회장 현장에 있었는데 나도 꽤 울었다. 어제 잠들기 전, '생각의 차이가 결과의 차이를 만들 것 같다.'라는 현경이의 인터뷰를 보고 무언가 좋은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어 고민을 했었는데 그 때문이었나 보다.
오늘 중계로 경기를 지켜보며 나 또한 꽤 긴장을 했다. 진짜 이번에도 안된다면 앞으로 잘 견뎌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그렇지만 결국 긴긴 어려움을 이겨내고 드디어 현경이가 해냈다. 사실 언젠가부터 '우승'이라는 결과는 실력에 앞서 '운'의 영역은 아닐까 하는 질문을 꽤 던졌었다.
올 한 해 소속 1부 투어 선수들의 우승 경쟁은 많았지만, 그에 비해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일한 우승은 보겸이의 교촌 대회 우승!) 그래서 우리 회사에 안 좋은 기운이라도 있는 걸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심지어 하반기 첫 대회에서는 절을 찾아가 소속 선수들의 좋은 성적을 기원했었다.
어쨌든 나의 궁금증은 이제 해결됐다. 오늘로써 말이다. 나야 현경이의 끝없는 도전 끝에 이룬 성과에 큰 도움이 된 것은 없었다. 대신 현경이를 중심으로 얼마나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시고 응원을 해 주셨는지는 옆에서 계속 지켜볼 수 있었다. 그래서 오늘의 결과는 현경이를 중심으로 노력하시고 응원하셨던 모든 분들께 축하를 드리고 싶다.
이 일을 한지 꽤 오래됐다. 이 회사에서 이제 10년을 꽉 채웠다. 주니어 시절에는 그냥 주어진 일을 하느라 몰랐는데 이제서야 느끼는 것들이 많다. 우리 선수들이 각자의 목표를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또 어려움을 이겨내는 모습에서 나도 많은 것을 배우고 또 깨닫는다. 잘 몰랐지만 이 일을 했기 때문에 내가 얻을 수 있는 큰 행운이었다.
그동안 항상 어려운 상황에서 자주 소통하고 또 문제 해결을 위해 질문을 던져줬던 현경이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나는 딱히 그럴 능력이 없는 것 같은데 찾아준 것에 어깨가 으쓱할 때가 있다. 마지막으로 정말 고생했고 수고했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