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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플맘 Oct 03. 2022

오, 나의 소비 3. 그놈의  가방

합리적 가격, 합리적 크기, 합리적 수납력, 안 살 수 없지!

그놈의 가방을 샀습니다. 또 샀다니... 내가.

한 때, 미니멀에 대해 글을 쓰고 미니멀 모임을 운영하던 내가 또 가방을 샀습니다.

도저히 미니멀이 안 되는 아이템 하나만 꼽으라면 가방. 그놈의 가방.

매일 비움을 실행할 때, 야들야들 소가죽에 들이 편하고 가방 크기도 적당했던 프라다 백을

조금 낡았다고 안쓸 것 같다고 버렸던 제가

샤넬백, 디올 백 같은 명품백에 마음이 흔들렸던 것도 아니고

'만 원'짜리 매대에 있는 떨이로 나온 가방에 마음이 홀렸습니다.


마음을 흔들어 대는 검은색의 가방은 실용성이 무척 좋아 보이며

핸드폰과 지갑, 작은 다이어리를 넣으면 딱인 크기에

가격마저 합리적이어서 도저히 매력을 모른 척 지나갈 수 없어 만원 짜리 가방을 산 것입니다.


가족과 나들이를 갔습니다. 무려 1인당 1만 8천 원짜리 샤부샤부를 먹고

'수원화성' 정조의 신도시를 둘러보며 자연을 만끽하다가 '소소한 소품 가게'라는

굉장히 매력적인 가게를 보았습니다.

소소한 소품가게

멀리서 매대에 밖에다 꺼내놓은 소품과 가방들을 훑어봤습니다.

다시 이 쪽으로 지나가면 둘러보고 싶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다시 방향을 틀어 돌아가지 않았더라면 그냥 스쳐가는 봄바람 같았을 텐데

우연히도 아이가 방향을 틀었습니다.

 거스를 수 없는 운명입니다.

이미 제 마음은 '소소한 소품 가게'로 가버렸습니다.


가게에 들어가기도 전에 매대에 가방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매대 속 가방들

헤어 나올 수 있을 리 만무하지요.

가격도 합리적이고 크기도 합리적이고 수납도 합리적이고 재질도 합리적이었는걸.

갑자기 홀린 듯 샀습니다.


가방을 들고 집에 가기 위해 차에 탄 순간, 제 의지력에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이걸 왜 샀을까,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심플하게 살겠다는 내 삶의 큰 지향점이 흔들린 것 같아 자괴감마저 들었습니다.


'미니멀리스트면 가지고 싶은 거 평생 못 사?'라는 괜한 억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물론 저는 미니멀리스트가 아닙니다. 그냥 쫌 인생 심플하게 살고 싶어 하는 사람입니다.

'이 건 내 용돈으로 사는 거니까 생활비랑 상관없어!.'라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아무도 생활비로 산다고 뭐라고 하지 않습니다.

괜히 찔리는 마음에 혼자 마음속으로 자문자답을 했습니다.


집에 돌아와 가방을 다시 보고 나니

차 속에서 느꼈던 후회나 자괴감과 다르게 흡족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밥 한 끼 먹으려고 해도 만 원이 넘는 지금 세상에

합리적인 크기와 수납공간과 재질을 갖춘 가방을  만 원에 득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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