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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플맘 Oct 10. 2022

오, 나의 소비 5. 사지 않는 편안함

패팅, 원피스는 8년, 운동화는 4년이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습니다. 남색 원피스에 흰색 단화 운동화를 신었습니다.

뭐야, 너 아직도 그 신발 신어?

그 날 신은 신 발은 4년도 더 된 것으로 신발 회사를 다니는 그 날 만나는 친구를 통해 산 운동화였습니다.

그 날 입은 원피스는 아이 돌 때 입은 원피스입니다. 지금 그 아이가 9살이니 8년 된 원피스입니다.

친구가 안쓰러운 눈으로 저를 봅니다.

너를 위해 사는 것이 있어?

나를 위해 사는 것이라,  얼마 전에 모자와 만 원짜리 가방을 습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만으로도 기분이 좋습니다.  옷은 산 적은 없습니다. 집에 있는 겨울 패딩은 8년 되었고 코트는 의류회사 다닐 때 산 샘플 옷입니다. 마지막으로 산 게 4년쯤 됐을까요? 그래도 여전히 멀쩡하니 불편하지도 다른 게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작은 옷장에 쓸데없이 옷을 늘리고 싶지 않습니다. 닳지 않은 옷과 신발을 버리고 새것을 사고 싶지 않습니다. 아직 저에게 옷은 사지 않는게 사는 것보다 훨씬 편안함을 줍니다.


며칠 전에 방문한 아웃렛에서도 신랑에게 비슷한 말을 들었습니다. 어느 브랜드의 특가전에 짧은 패딩 점퍼를 79,000원에 팔고 있었습니다. 제가 가진 패딩은 다 롱 패딩입니다. 롱 패딩이 유행이었을 샀기 때문이죠,  2~3전부터 숏 패딩이 유행을 했지만 그 사이 옷을 사지 않았습니다.

 예쁜 체크무늬에 몸을 푹 싸아서 따뜻해 보이는 숏 패딩, 가격까지 저렴한 숏패딩, 입어보니 저에게 찰떡처럼 어울리는 숏패딩.

신랑은 따뜻해 보인다며 그동안 안 샀으니 한 벌 장만하라 합니다. 어울리니 하나 사라 합니다. 마음이 들뜹니다. 사볼까 들고 다녀 봅니다. 행사장의 행거와 매대 사이를 지나다니며  머릿속으로 옷장에 무슨 옷이 있나 생각해봅니다. 유행은 지났지만 여전히 따뜻한 8년 된 패딩이 떠오릅니다. 4년 전에 산 롱 점퍼가 떠오릅니다. 아직 멀쩡한데 올 해까지는 그냥 입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작은 옷장에 거대한 숏 패딩이 들어오면 옷 두 벌 쯤은 버려야 할 거 같다는 불안한 생각마저 듭니다. 아무래도 안 되겠습니다. 잠깐 행복할 뿐 막상 사면 후회할 것 같아 원래 자리에 고이 두었습니다. 우리는 아직 인연이 아닌가보다 헤어짐을 고합니다. 나는 숏패딩이 있는 것보다 없는게 더 행복하겠다 싶습니다.


대신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간절히 점퍼만으로는 너무 얇은 것 같고 패딩을 입히기에는 너무 두꺼울 거 같아  간절기용으로 19,000원짜리 아이 점퍼를 하나 샀습니다. 가격이 저렴해 득템 한 기분이 들어 콧노래가 절로 납니다. 신랑은 아쉬운지 '잘 어울리는데 하나 사지. 최근에 당신 옷 하나도 안 샀잖아.'라고 중얼거립니다.  그렇게 말해주니 이미 산 것 같은 뿌듯합니다. 며칠 전 작아진 아이 옷을 고이 접어 사촌 동생에게 보내 헐렁해진 아이 옷장을 떠올립니다.


아이처럼 금방 커서 옷을 사야 하는 것도 아니고 트렌디하게 입고 다녀 세월이 지난 옷은 촌스러워 못 입는 것도 아니니 아직 새 옷을 사지 않아도 입을 옷이 많습니다.

너를 위해 돈을 너무 안 쓰는 거 아니냐고 안쓰러워하는 친구를 향해서도 아직 닳지도 않은 물건들을 두고 새로 사고 싶지 않다고 말합니다. 결국 이 날의 소비는 아이 점퍼 19,000원입니다. 헐렁해진 아이 옷장 속 간절기 아이템으로 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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