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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플맘 Oct 12. 2022

오, 나의 소비 6. 달디 단 샤인 머스켓

청포도랑은 다르지!

샤인 머스켓은 저에게 사치였습니다. 굉장히 비쌌던 작년과 재작년, 아이는 샤인 머스켓이 먹고 싶다고 합니다. 저는 슬며시 청포도를 들이밉니다.

네가 먹고 싶다던 청포도

오직 색깔만 같을 뿐, 알의 크기도 단맛의 강도도 다른 청포도가 샤인 머스켓으로 둔갑됩니다. 그때는 한 상자에 3송이가 든 게 4~5만 원은 거뜬히 넘었습니다.  6~7살이었던 아이는 비슷하면서 다른데 뭐라 말 못 하고 맛있게 먹었습니다. 돈을 악착같이 모으지 않았지만 내 기준에 사치는 부리지 말자 했었던 때였습니다. 명절 선물로 혹은 친인척 집에 가서 먹은 샤인 머스켓이 또 먹고 싶은 아이에게 청포도를 드리미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그러던 제가 맞벌이에서 외벌이로 전향하여 소득이 현저히 줄어든 지금 샤인 머스켓을 삽니다. 일단 샤인 머스켓의 가격이 현저하게 떨어졌습니다. 예전에 비해 당도가 떨어져 수출이 줄어 가격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여전히 달디 단 샤인 머스켓인데 '도대체 예전에는 얼마나 달았던 것일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전에는 제대로 먹어본 적이 없으니 이야기의 진위 여부를 알 수 없습니다.


포도 농사를 준비하는 지인은 일반 포도에 비해 샤인 머스켓이 훨씬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돈을 더 받을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이렇게 맛있으려면 얼마나 손이 많이 가야 할 것일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역시 맛있는 건, 좋은 거는 공이 많이 들어간다는 걸 상기시킵니다.


웬만한 사탕보다 달고 아이스크림보다 살살 녹는 샤인 머스켓을 과일을 사러 간 시장에서 샀습니다. 귤을 사러 갔는데 과일집 사장님이 먹어보라 큰 포도알을  저에게 한 알, 아이에게 한 알을 줍니다.

엄청 달아요

크고 달은 샤인 머스켓을 먹으며 말합니다. 사장님의 영업이 통했는지 아이와 저는 귤도 사고 샤인 머스켓도 사야겠다 마음먹었습니다.

올해부터는 화성에서도 샤인 머스켓이 나와요. 맛있죠?

제가 사는 화성에서 나오는 샤인 머스켓이라니 더욱 마음이 갑니다. 안 그래도 달았는데 더 달게 느껴집니다. 아까 먹은 게 저거라며 가리킨 곳은 가장 바싸고 가장 굵을 알을 가진 샤인 머스켓이었습니다.

찬찬히 살폈습니다. 차마 제일 굵고 비싼 것은 못 사고 그 밑에 등급의 샤인 머스켓을 들고 왔습니다. 3송이에 15,000원을 지불하였습니다.


이제 샤인 머스켓을 사는데 막힘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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