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 전에 생각했었습니다. 내일 아침에 꽃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이죠. 그래서 부랴부랴 마켓 컬리에 로그인했습니다. 마침 40,000원 이상 구입하면 6,000원 쿠폰을 준다고 합니다. 어떤 꽃이 좋을까 고심해서 골라봅니다. 그리고 남은 금액을 채우기 위해 식재료도 골라봅니다. 이른 아침 문 앞에 배달된 박스를 뜯고 그 안에 꽃을 살핍니다. 화병을 대용할 것을 찾아서 꽂습니다. 참 곱습니다.
꽃을 배송받기 꼭 9년 전 그날, 11시에 예식을 했습니다. 9월에는 추석이 있어 싫고 11월은 생일 달이라 싫다고 결혼기념일을 잘 축하할 수 있는 10월에 하고 싶다고 말하며 10월의 신부가 되었습니다. 그 날의 10월의 신부는 과감하게 신랑에게 말합니다. "나는 꽃 선물해주지만. 실용적인 여자거든."이라고 말이죠.
그런데 9년의 세월이 지나 그 여자는 꽃을 보니 행복해하는 여자가 되었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었습니다. 아이 하나를 낳아서 키웠고 그 아이가 한국 나이 9세입니다. 결혼기념일을 충분히 축하받고 싶다던 그 신부는 결혼기념일에 좋은 식당을 가자고 하던 신랑의 제안을 거절합니다. 그냥 피맥에 케이크이나 하자고 했습니다. 도대체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변한 걸까?
연애 시절보다 결혼하고 나니 더욱 좋았습니다. 너무 좋아 이 사람 없이는 하루도 못 살 거 같아 동시에 죽자, 나보다 하루 늦게 죽어달라 부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내 손으로 아이를 키울 수 없다는 절망, 우리의 아이를 키우며 힘들어하는 나의 엄마를 보며 신랑을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육아관이 안 맞아 정말 미워도 너무 미울 때도 있었습니다. 왜 저러나 서로가 이해 못 해 가슴 아픈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9년이 흘렀습니다. 감정이 요동 쳤지만 단 하나, 서로에게 진실했고 성실했습니다. 그 믿음으로 감정의 골을 넘어 안정기에 접어들었습니다.
결혼 선물을 받고 싶지도 주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그제 이쁜 꽃으로 우리의 결혼 9년을 축하하고 축하받고 싶었습니다. 다른 날보다는 편안하게 피자와 맥주를 마시며 그 간의 우리의 결혼 생활을 농담과 진담을 적절히 섞으며 웃으며 보내고 싶었습니다. 앞으로의 결혼 생활이 어떤지 가늠해보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