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 있는 척하느라 샀습니다.
무색무취가 부끄러웠습니다.
스칼렛처럼 매력적인 여자가 되고 싶었어요.
도도한 그녀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의 여주인공을 보며
'나도 저 여자처럼 이쁘고 통통 튀고 모든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이고 싶은 마음과
고전 영화를 좋아하는 뭔가 있어 보이고 싶은 마음에
영화 DVD를 샀었나 봅니다.
솔직히 언제 샀는지 기억도 안 나는데
결혼 전에 산 것이니
최소 7년도 더 전에 샀나 봅니다.
그런데 비닐도 뜯지도 않았고 지금 집에는
dvd를 볼 수도 없는데
저는 비우지 못하고 가지고 있었어요.
왜 일까? 취향이 있는 척하고 싶은 제 마음 때문이지요.
저는 좋아하는 음악 취향도 없고
심지어 꼭 봐야 할 tv 프로그램도 없어요.
(무한도전 이후에는 티브이도 거의 안 보고 있거든요)
애정 하는 연예인도 없고 엄청 좋아하는 음식도 없습니다.
아! 사람이 이렇게 취향이 없어서야
무색무취가 너무 심해 제가 있는지도 모를 거 같습니다.
항상 취향 있는 사람이 부러웠어요.
인디밴드나 외국 어느 가수를 좋아하면
음악적 취향이 독특해 보여 부럽고
좋아하는 작가를 이야기하는 사람을 보면
그렇게 지식인처럼 보이고
음식 취향이 확고한 사람을 보면
그것 또한 부럽더라고요.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제 취향으로 포장하고 싶었나 봐요.
사실 영화 보는 걸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말이죠.
스칼렛 같은 여자가 되고 싶었고
취향을 가진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포장도 뜯지 않고 7년 넘게 가지고 있었다면
제 취향이 아니었던 거죠.
그런데도 단 한 번도 버릴 수 없었던 것은
취향 있는 척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을 거예요.
오늘은 이 DVD를 비우며
무색무취인 나를 인정해주기로 했습니다.
그냥 나 같은 사람도 있음을 인정하기로
취향이 없는 게 취향이기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