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은 나의 콤플렉스다.
엄마! 이모에게 옷 물려받지 마오.
나에게는 이모가 네 명이나 있다.
그중 우리 집이 제일 가난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우리 집이 가난했다기보다
이모들이 부유한 편이었지만 말이다.
박봉 공무원 월급에 아이 둘, 공부 욕심 있어 대학원을 두 번이나 다니는 남편에 둘째이지만 첫째 아들, 며느리 역할까지 하느라 금전적 여유가 아예 없던 엄마는
늘 둘째 이모에게 옷을 물려 입었다.
어린 마음에 그 당시 이모네 집 놀러 가면 넓은 아파트,
고급스러워 보이는 가구들이 우리 집과 다른 느낌을 풍겨
어린 마음에 주눅이 들었었는데
이모의 옷을 엄마가 늘 물려받는 걸 보니 더 속이 상했었다.
나중에 커서 돈을 많이 벌어서
엄마한테 멋진 옷을 사줄 거야.
나의 다짐이었다.
나는 어른이 되었고 돈을 많이 벌지를 못했다.
그런데 의류회사에 들어가 옷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게 되었고 엄마에게 좋은 옷은 아니어도 옷을 많이 사다 드렸다.
두 번째 운동화 회사를 다닐 때는 부모님 신발을 그렇게 사다 날랐다.
나의 어릴 때 꿈을 그런대로 이루게 되었다.
그런데 좋은 옷을 고르고 골라 산 옷이 아니라
저렴함에 양손 가득 가져온 옷들은 우리 집도
부모님 댁도 옷무덤을 만들었다.
버려도 계속 사 오는 옷에 있었는지도 모르는 옷이 늘어났다.
지난번에 대대적으로 버렸는데 버릴 옷이 엄청나게 많았다.
지난주에는 엄마네도 옷을 한 무더기 버렸다.
옷들을 비우고 비우면서 내가 옷에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비워내기로 했다.
나의 콤플렉스를 비워야 했다.
그때 가계부를 쓰며 한 숨 쉬던 엄마의 모습도
운동화에 구멍이 뚫려도 사달라고 말하지 못했던
나의 모습도 이모에게 옷을 물려받는 엄마의 모습에
속상해했던 나의 감정도 비웠다.
콤플렉스 때문에 옷을 사들이기보다 이제 여유로운 공간이 더 좋았다.
아마 그때의 엄마도 엄마의 옷을 사는 것보다 가족과 먹을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게 더 좋았으리라.
이제는 엄마도 좋은 옷을 골라 살 수 있을 여유가 생겼다. 나도 나의 콤플렉스를 비워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