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시 30분에 남편은 열무김치를 꺼내 달라고 했다.
텅 빈 김치냉장고 위
2시간 이상의 통근 시간이 걸리는 신랑이 조금만 야근을 하고 오면 10이 이후에나 집에 들어온다.
나는 집에 19시 30분에나 집에 온다.
혼자 저녁을 차려 먹거나 아이와 함께 먹고 설거지하고 치우고 아이와 푸닥거리고 씻기고
같이 놀다가 책도 읽어주다가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 금방 10시다.
나의 체력이 바닥을 찍었을 때 신랑이 퇴근해서 온다.
신랑이 10시 넘어와서 저녁을 먹는다.
신랑이 안됐지만 나도 피곤하고 귀찮았다.
한 때는 그렇게 늦게 저녁을 먹으면 소화된 다음에 자서 늦게 자야 하고
역류성 식도염에 걸리니 회사에서 먹고 오기를 권했다.
물론 신랑 걱정 51%와 나의 피곤함 49%가 적절히 섞여서 한 말이었다.
신랑도 미안한지 '그러마'했다.
그러나 지난 결혼 7년 결혼 생활 동안 회사가 멀든 가깝든 많이 늦던 일찍 오던 저녁은 집에서 먹어야 편하다는
신랑의 신념 때문에 내가 말하고 나면 하루 이틀뿐 다시 집에 와서 간단히 먹겠다 했다.
어제도 야근해서 늦었다며 22시 30분에 와서는
열무김치에 계란 프라이를 먹고 싶다 했다.
시어머니가 지난 주말에 주신 열무김치에 자신감이 생겼나 싶다.
나는 다른 때와 다르게 '그러마'하며 김치냉장고 안에 있는 열무김치를 가볍게 꺼냈다.
예전에는 김치냉장고 위에 짐이 늘 있어서 그걸 치우고 꺼내려면
김치냉장고를 보는 순간부터 짜증이 났었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는 김치냉장고의 뚜껑만 열면 그만이었다.
살림살이가 간단해지니 살림하는 것도 간단해졌다.
기분이 좋아 계란 프라이도 2개나 해줬다.
냉장고 안에 먹을 것이 없어서 그 날 먹을 것 외엔 거의 음식이 없으니 추가 반찬을 꺼낼 것도 없었다.
그 날 먹을 생선이나 고기를 구워 먹고 간단하게 끝냈다.
마른반찬이나 장아찌 같은 것은 시댁이나 친정에서 해주는 반찬을 유리 글라스에 담아 놨다 조금 꺼내먹으면 그만이었다.
집안 살림이 간단해지니 신랑의 야근 후, 늦은 저녁 준비에 콧노래가 나온다.
그렇게 집에서 김치 하나랑 먹어도 좋다고 했을 때도
김치 하나 꺼내려면 김치냉장고 위에 짐 10개 옮겨야 해서 얼마나 짜증 났던가.
심플라이프로 살다 보니 삶이 심플해졌다.
짜증 날 일이 사라지고 있다.
부부 사이도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