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EON Apr 09. 2020

부다페스트에서 보냈던 노마드 루틴


부다페스트에서 지낸 첫 번째 에어비앤비


부다페스트에서 지낼 기대도 잠시, 앞서 가장 큰 걱정거리는 '일'이었다. 프리랜서 생활도 이제 갓 1년이 넘었는데 타지에서 리모트 워크라니.. 생각만 해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첩첩산중 이었다. 가장 먼저 클라이언트에게 부재를 알리고 안심시켜 드리는 것이 첫 번째 임무라 판단했다.

사실상 한국에 있어도 재택으로 일을 진행하기에 나의 부재가 크게 와 닿지 않을 수 있지만, 그래도 어쩐지 함께 일하는 프리랜서가 한국에 없다는 것은 불안감을 야기하기에 충분하리라.


떠나기 한 달하고 보름 정도 남았을 시점, 한 분 한 분 클라이언트를 찾아뵙고 업무엔 차질이 없을 거라 약속을 드렸다. 감사히도 우선 믿어주셨고 잘 다녀오라는 응원도 받았다. 다행히 눈치로 알아 채린 우선의 뉘앙스는 '기회'였다. 이 기회를 놓치면 꿈꿔왔던 디지털 노마드는 무산이다. 덕분에 건강한 긴장감을 챙긴 후 부다페스트로 향했다.




하루 두 번, 나누어 자기



1 타임 취침: 09:00 pm ~ 01:00 am

1 타임 업무: 01:00 am ~ 02:30 am

2 타임 취침: 02:30 am ~ 08:00 am

2 타임 업무: 08:30 am ~ 03:00 pm

자유시간: 03:00 pm ~ 09:00 pm


도착 후 2주간은 온 신경이 '빠른 커뮤니케이션'에 있었다. 시차 때문에 조금이라도 답변을 늦게 하면 괜히 뱉어놓은 말이 있어 눈치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안정적인 일상을 위해 찾아낸 루틴은 하루에 두 번 잠을 자는 것이었는데, 새벽 1시에 일어나는 게 조금 힘든 것 빼고는 제법 괜찮은 루틴이었다.



새벽 1시, 업무 전 좋아하는 요거트와


1타임_업무

새벽 업무 시간은 한국 시간으로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다. 때문에 보통 금주 진행 사항부터 오늘 중 진행되어야 할 콘텐츠 소재 제작 및 광고 세팅과 같은 주요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졌다. 단 잠 중간에 일어나는 것은 언제나 힘들었지만, 은은한 조명 아래 마트에서 사 온 유제품 또는 커피 한 잔 쪼르륵 마시면 그렇게 안락할 수가 없다. 가장 일이 잘되는 시간이었다.



아침 8시. 갓 구운 토스트로 시작하는 하루

 

2타임_업무

보통 8시에서 8시 30분 사이에 기상해, 빵이나 간단히 먹을 아침거리를 들고 책상 앞에 앉는다. 자는 동안 진행된 사항이나 메일 & 메시지를 확인한 후 본격적으로 새벽에 커뮤니케이션했던 업무를 진행한다. 광고 성과를 체크하고, 글을 발행하거나 소재 기획과 디자인을 하기도 하는 그런 업무들. 보통 점심시간 제외하고 4-5시간 정도 일 한다.





오후 3시 30분이면 노을이 지기 시작해 4시면 깜깜한 밤이 되는 부다페스트.


뉘엿뉘엿 해가 지는 부다페스트의 3:30 pm


밤이 긴 부다페스트에서 자유시간은 노을을 보는 것과 야경 구경 외엔 즐길거리가 많지 않다. 적어도 여행자도 노동자도 아닌 나에겐 그랬다. 어느 날은 노을을 따라 한 없이 걷기도 하고, 부다 성에 올라 매일 봐도 진귀한 야경을 바라봤다. 거진 매일 했던 일은 '장보기'였는데 생활비를 아끼려 대부분 집에서 음식을 손수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오후에 일을 마치고, 노을을 핑계로 외출 해 편집숍 구경도 하고 장을 보고 귀가하는 일상.



야경 보러 가는 길



부다페스트에서 지낸 두 달. 사실상 한국과 별반 다를 것 없던 일상이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자고, 일어나 삼시세끼 챙겨 먹으며 일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던 루틴. 하지만 내가 한국에 있었다면 그렇게 열성적으로 노을을 쫓아다녔을까? 귀찮다며 하루   제대로 먹기도 어려웠고, 바쁘거나 피곤하다는 핑계로 업무 시간을 마음대로 조정하기도 했다.


여느 때보다 일상에 충실했던 나날들. 단조로웠지만 부대낌 없는 일상. 그렇게 나는  다음 도시를 준비한다. :)











매거진의 이전글 초보 프리랜서가 버텨낸 1년. ssul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