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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델라 Jun 27. 2019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의 동거 시작

[프롤로그]

    나는 부산에서 자라온 사람인데 대학을 서울로 오는 바람에 혼자 자취생활을 시작했다. 20살, 젊은 여성이 혼자 자취를 한다는 것은 많은 위험요소를 감당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수도관이 막혔다 던지 가스레인지가 작동이 안 된다던지 등의 문제들은 작고 밀폐된 내 자취방에 성인 남성을 들여야만 했고, 이는 그분이 수리를 다 하고 돌아갈 때까지 긴장과 공포를 동반했었다. 혼자 지내다 보면 ‘혼자 사는 여성’이라는 것이 잠재적 범죄자들에게 타깃이 되기도 했다. 집 근처 과일가게 아저씨가 우리 집 앞까지 쫓아오거나 앞 집 남자가 내가 오기 전까지 집 앞을 서성인다거나 등의 수많은 에피소드는 연고 없는 서울에서 생활하는 나를 더욱 예민하게 만들었다.

 

    여러모로 자취 생활하는 게 어렵고 힘들었다. 지금까지 보호받으며 생활했던 ‘부모님’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위험 요소나 난관을 스스로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더군다나 대학을 타지로 와 혼자 생활하는 사람에겐 더욱 그랬다. 하교를 하고 집에 들어오기까지의 거리가 그리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긴장을 늦출 수 없었고, 대학을 졸업하고서는 조금 더 안전한 집으로 이사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렇다고 홀로서기를 시작한 서울을 떠나 본가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넘치는 문화요소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고 일자리가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졸업을 앞둔 어느 날, 부모님과 연락을 하던 도중 외할머니가 치매를 앓고 계셔 혼자 지내실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엄마의 가족은 4남매로, 3형제와 엄마가 할머니를 돌봐야 했지만 엄마가 부산으로 시집을 오는 바람에 할머니를 돌보는 일은 경기도 그 언저리에 사는 삼촌들 몫이 되었다고 했다. 지금까지 가족들이 할머니를 보살피는 것이 가능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치매 정도가 심해져 가족들도 지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삼촌들이 두 손 두 발을 들며 포기하다시피 다시 원래의 가정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고, 집이 가깝다는 이유로 둘째 삼촌이 주로 할머니를 도맡고 있었다. 이러한 균열이 사회복지학과를 전공하여 졸업하게 될 나에게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에서 배운 내용대로 할머니를 보살피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과 '4년간 배운 것이 있으니 잘 해낼 수 있겠지' 하는 나에 대한 믿음이었다.

     

    

     할머니 집은 경기도 성남. 어쨌거나 지리적으로 서울과 가깝기 때문에 서울에서 취업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오피스텔과 원룸텔보다는 아파트촌이 더욱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에 나는 졸업을 함과 동시에 할머니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이렇게 24살 손녀와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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