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깨우는 할머니의 상황을 가족들에게 알리며 도움을 요청했더니 생각보다 단조로운 답장을 받았다.
삼촌 : 문을 잠그고 자면 되지.
삼촌은 문제를 참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문을 잠그고 잔다고 해결될 문제였을까. 나는 해결 방안보다 회피 방법이라 생각했다. 일단 급한 대로 방문을 잠그고 잔 날부터, 할머니는 열리지 않는 문고리를 흔들었고 이내 발로 뻥 차 버렸다. 그다음 날에는 방문을 손톱으로 박박 긁었다. 그렇게 할머니가 나를 깨우려는 행동을 집착 하기 시작하자 나는 할머니가 방문을 열고 내 방문 앞으로 걸어오는 그 소리가 잠결에 들리기 시작했고 잠귀가 점차 예민해졌다. 그리고 내 삶은 점점 피폐해져 갔다.
어느 날 밤늦도록 취업 준비를 하던 중 내 방에 찾아와 같이 자자고 조르기도 했다. 계속 깨우는 할머니를 보며 같이 자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눈에 훤히 보여 단박에 거절했다. 물론 혼자 산지 오래되어 누군가와 함께 못 자는 이유도 있었다.
할머니 : 너 어디서 자니? 요 깔고 이 방에서 자니? 내 방에서 같이 자자.
나 : 아니요. 내 방에서 자요.
할머니 : 왜! 나랑 같이 자! 나 혼자 있기 싫어. 캄캄해.
나 : 안돼요. 혼자 자고 싶어요.
할머니 : 싫어. 나 혼자 있기 싫단 말이야. 같이 자. 너는 내 침대에서 자고. 나는 요 깔고 밑에서 잘게.
방문을 걸어 잠그고 자는 것 말고 딱히 다른 방법은 없었다. 가족들이 아침마다 전화가 왔다. “오늘 새벽에도 깨우셨니?” 하고. 할머니가 낮 시간 동안 낮잠을 자지 못하도록 바삐 지낼 수 있는 무엇의 장치가 필요했다. 지금 다니는 노인정은 가고 싶은 시간에만 가고 집에 오고 싶은 시간에 자유롭게 올 수 있었기에 노인정의 활동량으로는 어림도 없다고 생각되었다. 내가 “더 놀다 오지”라고 해도 할머니는 묵묵부답이었다. 그리고 언젠가 내가 취업을 하게 되면 낮 시간 동안 할머니를 보살필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