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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송은 Sep 15. 2022

나이를 잃은 사람

스스로 아낄 줄 아는 마음은 무척 자랑스럽다. 얼마나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고 다듬어진 자기 사랑인 줄 안다면, 정말이지 명예스럽기까지 한 마음일 것이다. 어떤 사람을 만나면 즐겁고 또 불편한지 알아가는 일, 스스로 지키지 못한 약속에 용서도 반성도 할 줄 아는 마음, 나태한 몸을 일으키는 힘, 타인의 도움을 귀하게 여기고 감사히 받는 실력. 우리는 평생 자신과 가까워지는 시간을 보낸다. 끝도 없고 간단하지도 않은 시간이다. 그러나 스스로를 성실하게 살피다보면 결국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을 인식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자연스럽게 조율되고, 우리는 성숙을 배운다. 자신이 얼마나 복잡한 세계를 지닌 존재인지 안다면, 타인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이해할 것이다.      


타인도 나처럼 무한한 삶을 살아간다. 타인의 몇 가지 행동으로 그 전부를 헤아릴 수 없다. 그러므로 한 사람의 인생을 단번에 완벽히 이해할 수 없는 자신의 한계를 기억해야지. 타인의 인생을 섣불리 의심할 수도 가볍게 위로할 수도 없는 이유이다.      


어느 고요한 밤, 타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동지의 마음을 느껴본다. 그보다 잘나지도 못하지도 않은 내 위치를 인식한다. 그리고 나이가 어렸으면 하는 마음 대신 나이를 잃은 사람으로 서 있어야할 때가 있다고 가만히 읊조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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