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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송은 Dec 27. 2024

[엄마의 자동차] 기다림

2024.2.6. 선명한 꿈을 꿨다. 꿈이었지만 익숙한 장면이었다. 나는 학교에 있었고, 교실 창밖으로 나를 데리러 온 엄마의 하얀 자동차가 서 있었다. 교실에서 무언가 아등바등하던 내가, 엄마의 자동차를 보고서는 그걸 끝까지 해낸다. 엄마는 내가 늦더라도 끝까지 기다려줄 테니까. 실제로 엄마는 그랬다. 60일이 넘도록 중환자실에서 수면 마취하며 폐렴 치료 중인 나의 엄마. 엄마, 엄마가 필요한 만큼 충분히 시간을 써요. 우리 가족이 엄마에게 배운 사랑으로, 매일 기도하며 끝까지 기다릴게요.      


2024.2.8. 그 반대였다. 이번에도 기다린 쪽은 엄마였다. 지난해 죽음 앞에 몇 번을 닿았다 돌아오면서까지 남편과 딸들의 마음이 단단해지길 엄마는 기다렸을 테다. 엄마는 죽음을 이기고 돌아와, 손녀 손자를 품에 가득 안고 황홀한 추석 명절을 지냈다. 그리고 막내딸의 결혼식을 목표로 다 말라버린 다리 근육을 두 달의 재활을 거쳐 되살렸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장밋빛 한복을 입고 결혼식장 버진 로드에 걸어서 입장했다. 내가 본 우주의 장면 중에 가장 신성했다. 엄마는 가장 고운 모습으로 가족 친지들, 지인들에게 박수 받았다. 공식적인 삶의 마지막 인사였다. 나는 엄마가 그렇게까지 지킨 존재이다. 2월 8일, 엄마는 하루에 걸쳐 서서히 숨을 멈췄다.     


“내가 아는 가장 위트 있고 사랑스럽고 지혜로운 여인, 송아지 우리 엄마. 천국에서 조금만 기다려줘요, 나도 엄마에게 배운 사랑 이 땅에서 잘 써먹고 그곳으로 갈게. 엄마는 늘 좋은 곳만 가니까 나도 따라갈 거야. 나를 기다리는 엄마의 시선은 언제나 나를 안도시키고 지켰으니 앞으로도 그러겠지요. 사랑합니다.”


그림 성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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