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지옥이 아니라 맹신지옥임을 알아야 한다. 내가 아는 것이 진정한 힘!
각 개인이 모든 사안에 대해서 전문가가 될 수는 없다.
그래서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우리는 그 문제에 적합한 전문가를 찾는다.
전문가에 대해서 쓴 내 글은 아래와 같다.
전문가를 언급한 글들은 더 많으나 대략 내 분야에 관련된 것과
전문가라는 직업에 대해 좀 더 천착하려고 쓴 글들만 추렸다.
6개나 된다. 생각보다 많다. 그런데 하나 더 보태려고 키보드 앞에 앉았다.
웹서핑을 하다 보면 뉴스 기사나 블로그, 여타 정보 글에서
자칭 타칭 전문가 호칭의 후광효과로
자신만이 마치 해당 분야에서 모든 것을 다 아는 양
쓴 글의 내용을 보면, 정말 전문가 맞나?! 하는 의문이 들 때가 많다.
(필자도 글을 쓰는 입장에서 늘 이렇게 읽히지 않으려고 노력하나 쉽지 않다;;;)
그리고 이럴 때면, 그동안 우리 사회에 충격을 주었던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전문가는 누구나 될 수 있고,
해당 분야에서 얼마나 오래 시대변화에 발맞춰 연구하고,
그에 따른 공신력을 얻을 만큼의 신뢰를 쌓았는지가 핵심이다.
최소 20년 넘게 해당 분야를 공부하고 연구하다 보면,
그 분야에 대해서 모르는 것과 아는 것을 구분하는 능력은 생기게 마련이다.
그럼 자연스럽게 모르는 것에 대한 겸허함을 수용하게 되고,
아는 것에 대한 것도 예외적 사안이 있을 수 있음을 고려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숙고의 자세, 태도 없이 마치 '무조건 이러면 이런 것이다'라고
단정하고, 예단, 속단해서 말하는 사람을 보면 해당 분야에 대해서 모르더라도
그 인물을 전문가로 인정하기 어렵다.
비록 필자는 미개척 분야인 '녹취분석'을 25년 넘게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지금의 전문가라는 타이틀과 함께 대법원 특수감정인으로 활동하게 되었지만,
아직도 매일 내가 아는 것에 대해서 끊임없이 의심하고 예외적 상황에 대해서
살피려고 노력하며 지낸다.
이런 태도는 불안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가장 큰 것은 '책임감'이다.
이 사회가 나를 '전문가'로 취급해 줄 때,
사회적 지지에 배반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다.
위 글은 내 분야인 '녹취분석 전문가'에 대해서 최대한 알기 쉽게 써 보려고
시도한 글이다. 결국 다 쓴 뒤에 업로딩 하면서 읽어본 나의 느낌은 어렵게 쓰인 것 같아 실패한 듯
느껴질 정도였지만 말이다;;;
필자가 거의 처음 사용한 '녹취분석'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할 1999년부터
뜨문뜨문 일했던 해당 영역에 대해서 설명하려고 쓴 위 글에 보면,
"2019년에서야 처음 (미국에서) '보이스 프로파일링'에 관한 개념이 어느 정도
정리된 책 (Rita Singh, Profiling Humans from their Voice)"이라는
표현과 함께 아래 책 표지 이미지를 첨부한 것을 볼 수 있다.
이 책 초반부에 보면 아래와 같이 '녹취분석-Voice Profiling'에 필요한
학문 영역을 표로 정리한 페이지가 깨알 같은 글씨로 표시되어 2페이지에 걸쳐서
목록화되어 있는데 무려 그 학명이 126개나 된다.
보지 않으면 믿지 않을 수도 있기에 바로 위에 캡처해서 이미지로 첨부하였다.
대략 몇 가지 눈에 띄는 학문을 꼽아보자면, 음향/청각학/정신과/영화학/법의학/
운동학/생리학/범죄학/음악학/신경학/치과학/심리학/피해자학/언어학/음성학/
그리고 바이러스학까지 종합대학 하나에도 다 없을 법한 학문 명칭이 126개나
나열되어 있다.
이 분야에 대해서 업력이 짧거나, 모르는 사람은 이 책 저자를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이 출판된 2019년에 이미 필자는 20년이 넘는 업력을
가졌기에 이 책 초반에 언급된 위 내용을 보고, 이 저자야 말로 진정한 전문가임을
공감하게 되어 통째로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번역하며 정독하게 되었다.
물론 처음 이 책을 구매할 당시 수십만 원을 지불하면서까지 외국에서 공수해 온
배경에는 내가 공부하고 연구하며 체계화시킨 '녹취분석학'이라는 개념에
가장 유사한 책이 출판되었음에 너무 반가워서 대뜸 주문했지만,
솔직히 반신반의하는 마음도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녹취분석'의 개념이, 그리고 그와 관련하여 접목한 여러 논리논증이,
이 책의 내용과 괴리가 있다면 굳이 적지 않은 돈을 들여서 구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펼쳐서 몇 페이지 넘기지 않았는데 책 초반부에 바로 위와 같은 내용을 보고,
내가 사건 분석을 하면서 봤던 책 리스트와 상당 부분 일치하는 학문의 키워드에
이런 의심은 불식되고 오히려 반색하게 되었다.
이제는 방송에서 혹은 기자들이 쉽게 '녹취분석'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 감개무량하기까지 하다.
*특수감정과 같이 특수한 법과학 분야 같은 영역에 있어서
전문 학과, 학위가 부재할 경우 소위 사짜(사기성이 짙은) 전문가들이 난립하기에
이를 구분하기 위한 팁(Tip)을 추가로 몇 가지 적고자 한다.
※ '특수감정'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들은 위에 '16화 감정인과 변호인의 차이점'
제목 글 링크 참조.(아래 책에도 수록有)
그렇다면, 해당 전문가가 진짜 실력자 인지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1. 최소 업력 혹은 관련 분야 연구(사건 분석) 경험이 10년 이상임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 모든 분야에서 경험은 실력이라는 말과 등치시킬 수 있는 증명력이 있는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오래되었다는 것이 좋다는 말은 아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이력과 경력이 있는지
꼭!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10년의 경험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을 법한 일들 몇 개는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2. 진정한 전문가는 말이 아닌 글로써 모든 실력을 표출한다.
- 공부와 연구가 거듭되면 될수록 자기 객관화된 '비판적 사고'를 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럼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객관화된 검증 방법은
글을 써서 모두에게 공개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메타인지적 사고를 하게 된다.
말(spoken word)은 화자(speaker)가 잘못 말했다고 주장하거나
청자(listener)가 잘못 이해(오해)했다고 책임 전가의 빌미를 준다.
글(Written words)은 그럴 가능성이 매우 낮다.
3. 진정한 전문가는 정부기관/언론사가 먼저 알아본다.
그래서 사건 수임 이력(공신력)이 중요하다.
- 이유는 너무나도 자명하다. 공무원과 언론인은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찾는 전문가는 일단 공신력이 있다고 보인다.
하지만, 맹신은 안된다. 이들 중에 우리를 실망케 한 인물이 심심치 않게 있었기 때문이다.
관련하여 쓴 글 제목이 '방송 편드는 전문가 VS 아이템 킬 시키는 전문가'이다.
위에 있는 링크에도 있으니 읽어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제대로 실력을 갖춘 전문가는
당장의 이익을 위해
의뢰인 비위 맞추고 일단 수임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의뢰내용이 합목적적인지부터 확인한다.
OO전문가라고 OO을 다 아는 척-위험신호~맹신지옥행!
이 큰 제목의 의미는 진정한 전문가는 자신이 해당 분야에 대해서 모든 것을
다 알 수 있다고 말하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적은 문구다.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해지는 것이 배움의 결과임을
제대로 오래 공부하고 연구한 사람들은 잘 알기 때문이다.
불신지옥이 아니라 맹신지옥임을 알아야 한다.
내가 아는 것이 진정한 힘!
우리가 매사 모든 문제에 직면했을 때마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는 없을지언정
최소한 어떤 사람이 진짜 전문가이고, 누가 가짜 전문가인지는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의
지식은 쌓아야 한다는 의미로 마지막 문장에 '내가 아는 것이 진정한 힘'이라고 썼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진리다.
내가 다 알 필요는 없지만, 몰라서 손해 볼 것은 없는 만큼 최소한
사기당하지 않을 정도만이라도 공부해야 한다.
인터넷/AI 검색만 해도 필요한 지식 정보는
충분히 얻을 수 있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기에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