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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배심원들'-오래간만에 만나는 웰메이드 한국영화

신선, 재미, 감동 세 가지를 갖춘 영화, 극찬한다.

나도 영화 좀 봤고, 영화를 만들어까지 봤다.

영화 강의도 해봤다.

매일 영화를 보려고 노력하고, 최소 일주일에 두 세편은 본다.

본 영화 또 보기도 하고, 볼 영화가 없으면 케이블 방송 영화채널에 시선 고정하고, 

앞에 내용도 모른 채 중간부터 무작정 보기도 한다.

또 본 영화는 최소한 제목이라도 까먹지 않으려고 클라우드 필기장에 적어둔다.

열정이 가득할 땐 영화 보고 바로 감상문까지 썼었더랬다.

뭔 말을 하려고 이렇게 센척하느냐고?


오래간만에 칭찬해주고 싶은 영화를 그것도, 시사회로 봤기 때문이다.

아직 개봉 전이다.

그래서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기에 사설만 잔뜩 적을 수 밖에 없는 점 양해 바란다.


일단, 이 영화 감히 말하건대,

신선, 재미, 감동을 고루 갖춘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딱 봐도 저예산임에도 불구하고 부족함 없이 담백하고 뒤끝도 좋았다.

신파극 같은 느낌도 주지 않으려 애쓴 것이 더 좋았다.

군더더기 없이 채워주는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혹여, 이 글 보고 감독이나 제작자와 친분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노파심에서 말하면 전혀 없다. 감독 이름도 몰랐다.

인터넷 검색으로 처음 알았다. 필모그래피를 보니 상업영화 입봉작인 듯하다.

장래가 촉망되는 감독이라 생각한다.


시사회는 그럼 어떻게 봤느냐고?

이벤트로 잽싸게 지원해서,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당첨됐는지는 모르겠으나,

당첨으로 본 것은 팩트다.


그러니 극찬 섞인 감상평에, 이 영화와 관련된 특수관계인이 아닌지 의심하는 태클은

잠시 접어두기를 바란다.


그럼, 영화로 돌아와서,

이 영화는 제목처럼, 배심원에 관련된 영화다.

그러므로 한국영화로써는 강제적 신선함을 지녔다.

왜냐하면, 그 전에는 전혀 다룰 수 없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배심원 제도가 없었으니 판타지가 아닌 이상 이전 한국영화에서 배심원에 대한 이야기는 할 수 없지 않은가?!


두 번째, 재미...

중간중간 나를 포함한 아저씨, 아줌마, 그리고 젊은 친구들까지 빵빵 웃음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억지웃음이 아닌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일명, 생활 폭소였다.

아마도 관객 중에 대부분은 선량하여 재판에 가본 적이 없었을 것으로 생각되기에, 

영화 내내 등장하는 배경인 법정의 엄숙함과 무게감에 서민적인 배심원들의 모습이, 

일면 나와 다르지 않으므로 충분히 공감하고, 그래서 몰입감도 좋아 조금만 웃긴 상황이 

나올라치면 빵빵 터졌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 놈의 분석 직업병...)


세 번째, 감동...

자칫하면, 이 영화는 신파가 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히 말할 수는 없으나 억지 눈물을 짜려고 연출하려 했다면, 

이 영화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담백하게 사실 그대로 잘 이끌었기에 난 이점을 높이 산다.

실체적 진실이라는 것이, 사실관계와 다를 수 있고, 우리가 그것을 신이 아닌 이상 다 알 수 없기에,

이 험난한 삶 속에서 판단과 선택의 갈림길에 놓였을 때, 어떻게 한 발 내디뎌야 하는지를

이 영화는 아주 자연스럽게 잘 보여주었다.

대사 한 마디 한 마디, 배우들의 상황적 연기 합 등도 너무나도 잘 매치되어 좋았다.

카메라 앵글도 이들의 인물 감정의 변화에 아주 잘 집중해서 클로즈 업 샷이 많음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잘 편집했다. 오히려 이런 것이 현장의 몰입감을 더해준 효과를 준 것이 아닌지 

생각해 봤다.


- 그래도 영화 후기인데, 딱 대세에 큰 영향 없는 기억에 남는 장면 하나만 언급하고 이 영화 후기 감상문을 

   마무리할까 한다. 스포일러일 수도 있기에, 보기 싫은 사람은 그만 안녕~~~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8번 배심원(박형식)이 법원 내 길을 잃어 잘못 들어간 곳이

재판을 받기 위해 피고가 대기하는 철창 감옥 대기소였다.

기존의 감옥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시각적 편집적 연출을 너무 잘했다. 

뭐를 어필해야 관객이 어떤 감정을 느낄지 아는 것처럼 보였다.

이 장면은 이후에도 인서트 씬으로 몇 번 나오는 것으로 기억하는데,

충분히 이 이야기의 무게감을 보여준 씬으로 잘 연출했다.


이 영화는 법치주의 국가에서 살아감에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선량한 우리 시민들은 갈 일이 없는 법정에

그것도 원고 피고도 아닌 배심원으로 참여하게 되는 것이 얼마나 큰 일이고, 새로운 경험인지를 알려주는 

아주 큰 사회적 긍정성을 지녔으며, 어설픈 계몽적 메시지는 집어치우고, 누구나 상황이 우리를 이 영화의

배경인 법정 어느 곳에도 앉힐 수 있음을 자각하게 되는 영화였다.


특히 영화 내용 중에, 법정에서 법의관의 전문 감정인 증언이 나오는데, 그 씬은 남다른 느낌이었다.

한 배심원의 30년 해당 분야 경험이 자격증이나 박사학위보다 못하게 느껴지게 만드는 씬에서는 

새삼 불공정하다고 느꼈으며, 개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자세한 내용은 영화 스포일러라 두리뭉실하게 얘기하니 양해 바란다)

어떤 분야든 10년 이상 매일 그 일을 했다면, 난 모두가 전문가라 생각한다.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누구의 말에도 귀 기울여야 하는 만큼,

이 영화를 법관들도 보고, 많이 느꼈으면 한다.


또한, 현장검증에 대한 부분도 중요하게 영화에서 나온다.

감정 자문함에 있어 이 현장검증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현장검증이 어렵다면, 최소한 시뮬레이션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충 머리로 판단해서 가늠하는 것은 엄청난 오판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체적 진실을 알고자 한다면, 결코 어설픈 예단, 속단은 금물임을 우리는 반드시 알아야 한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새로운 제도의 초석이 될 대한민국 최초 배심원들의 다양한 캐릭터, 

그러나 우리가 실생활에서 얼마든지 만날 수 있는 그들의 모습이 모두 지나침 없이 

아주 잘 적정선을 지키며, 영화에 녹아들어 주었기에 

정확히 이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우리는 쉽게 말로 표현하지는 못할지언정

느끼게 된 영화라고 평가하고 싶다.


사실 소재나 설정, 컨셉은 다소 재미있게 만들기 어려운 영화라고 생각한다.

자칫하면, 계몽적이거나 신파극, 아니면 딱딱하거나 혹은 너무 가벼워 현실감이 떨어질 수 있는

영화로 만들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런 칭찬을 받을 수 있게 만든 것은 감독의 몫이 컸다고 본다.

이 영화는 보면 알겠지만, 배우들의 엄청난 연기력이 요구되는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몇몇 배우 연기가 너무 튀면 영화의 밸런스가 죽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그 조율이 더 중요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나리오와 연출, 카메라와 조명, 사운드 효과 등의 스텝들 노고와 실력이 

더 와 닿게 되는 영화가 아닌지 생각해 봤다.


난 가끔 주위 사람들에게 휴가 때나 평일에 월차라도 내서 가까운 법원에 재판 참관해보라고 말한다.

생뚱맞은 말이라고 느낄지도 모르겠으나, 가보면 우리가 법치주의 국가에 살고 있음을 느끼게 되고,

준법정신 함양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남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된다.

여러모로 큰 정서적 경험이 되리라 확신한다.

정 그러기 쉽지 않다면, 우선 이 영화라도 많은 분들이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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