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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기묘한 가족'을 보고...

[좀비]소재 영화에 12세 관람가가 부른 흥행  무리수?!

요즘 영화를 보기 위해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에 자동으로 뜨는 키워드가 있다.

 해당 영화의 관객수, 결말, 손익분기점 등이다.

관객수는 당연히 영화가 재미있는가에 대한 바로미터라 생각해서 검색할 테고, 결말에 대한 검색은 성질 급한 사람들의 호기심에 의한 것이라 치부한다 치더라도, 손익분기점은 왜 늘 연관 키워드에 등장하는 것일까?


이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어쩌면 우문일 수도 있겠으나, 실상 영화 관계자라면 모를까 일반 관객이 그다지 궁금할 것은 아닐 텐데... 아무튼 영화'기묘한가족'은 국내 포털사이트 1위 N사로 검색하면 바로 위 캡처 이미지처럼 손익분기점이 1위 연관 키워드로 등장한다.

확인해보니 영화'기묘한 가족'은 순제작비 55억 원, (P&A)배급 및 마케팅 비용 10~20억 원, 합이 70~80억이라고 검색된다.

평균 100만 관객이 33억 원 정도의 매출을 발생시키므로, 이 영화는 최소한 200~250만 관객을 동원해야 손익분기점을 넘겨 수익이 발생하는 영화다. 통상 요즘 영화의 평균 제작비 수준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현재(2019.02.27) N사에 표출되는 관객수는 개봉된 지 보름이 지났지만, 30만도 넘기지 못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요즘 유행하는 시쳇말로 '흥행 무리각'이다.


필자는 시사회를 통해 이 영화를 봤다.

영화를 본 뒤에 난 이 영화가 몇 세 관람가인지 바로 스마트폰으로 확인했다.

아니나 다를까 12세 관람가였다.

아뿔싸~ 좀비 장르 영화에 12세 관람가라니... 걱정이 되었다.


좀비라는 장르는 극단적 스토리 세계로 관객들을 몰입시켜, 생존과 죽음이라는 양날의 칼을 쥐고 끊임없이 등장인물의 캐릭터들을 흔들어 놓으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긴장과 흥분을 유발시키는, 그런 속성을 지닌 공포 호러 영화다. 즉 피가 난자하고 죽여도 죽지 않는 좀비들이 나를 공격하며, 그 좀비가 내가 될 수 있는 아이러니한 스토리의 세계 속에 일단 우리를 데려다 놓아야 관객들이 몰입하며, 끝까지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다.

따라서 피, 뇌수, 내장 등 잔인한 FX 효과가 어느 정도 등장해야 됨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제대로 피 한 방울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케첩이 등장할 뿐...ㅠㅠ

여태까지의 좀비 영화에서 좀비를 죽이는 방법은 딱 하나였다.

머리를 부숴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냄비로 좀비 머리를 때려 기절시키고, 급기야 좀비와 사랑에 빠지고, 여태까지 보던 좀비 영화가 아니다.


그렇다면 신선한가?!

좀비를 매개로 코믹 장르의 지평을 연 할리우드 영화는 꽤 있다.

'사이먼 페그'의 '새벽의 황당한 저주', '우디 해럴슨'의 '좀비 랜드' 등...

이는 좀비라는 독특한 스토리의 세계 속에서 나올 법한 재밌는 인간 캐릭터의 의외 반응 그러나 공감되는 리액션에 다들 박장대소하는 것이지, 그 스토리의 세계를 붕괴시키면서 코믹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기묘한 가족은 한국형 좀비 영화에 대한 기대치를 가진 관객들에게 적지 않은 실망감을 준 것이 현재의 저조한 흥행 실적의 원인이라 생각한다.

기존의 좀비 영화의 규칙과 룰을 따르는 듯하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자신들의 스토리 전개 입맛에 변형시키고 왜곡하고 비틀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방향성이 좀 더 좀비스럽게 그리고 좀 더 하드하고 터프하게 변화를 꾀했다면 충분히 승산도 기대할 수 있었겠지만, 이 영화는 덜 좀비스럽고 더 느슨하게 만들어 결국 한국 좀비물의 파워를 기대했던 국내 좀비 마니아에게 기존의 좀비 영화 수준보다도 못한 미성년자 관람가 수준의 장난스러운 좀비 영화라는 실망감을 안겨주게 된 것이 본 영화 흥행 참패의 핵심이라 생각한다.


참고로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한 '킹덤'은 이런 의미에서 국내 좀비 마니아에게 호평을 받은 것이라 볼 수 있다. 충분히 스피드하고 나름의 룰이 있는 좀비 속성을 이해한 영화, 이것이 좀비 영화를 보려는 관객층의 관전 포인트 중 기본 중에 기본이라 볼 수 있다. 좀비 영화는 이것이 바탕이 된 후 스토리가 재미있어야 흥행한다.

그러나 '기묘한 가족'의 좀비는 좀비인 듯, 좀비 아닌, 좀비 같은 캐릭터로 나옴으로써 결국 좀비물이라는 홍보가 무색게 만들었다. 때문에 김 빠진 좀비를 본 좀비 마니아 관객의 외면을 받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난 개인적으로 이런 문제가 촉발된 원인이, 감독이나 제작자가 영화 관람 타겟층 설정에 욕심을 낸 결과라고 판단한다. 스토리 플롯 전개가 이렇게 될수록 더욱더 공포스럽게 막강한 좀비를 만들어 냈어야 좀비와 러브라인, 코믹 요소가 빛났을 것이다. 좀비영화를 가족영화로 만들려는 발상은 칭찬해주고 싶으나, 이런 식의 섣부른 시도로 이어진 것은 다소 무리수를 둔 것이 아닌지... 12세 관람가를 꾀해 많은 관객을 확보하려는 생각보다는 좀 더 마니아층을 집결시켜 한국형 좀비물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면, 지금보다는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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