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제 zeze Oct 26. 2022

건축과 자연을 담아낸 :: 성북 오버스토리

성북동 언덕 위에 솟은 예약제 카페

서울 성북구 선잠로2다길 13-13, 지하 1층

화-토 13:00-20:30, 휴무(일, 월), DM예약제(이용 시간 2시간), 1팀 1대 주차

#성북동카페 #오버스토리 #플랜테리어 #그리너리스튜디오 #예약제카페 #공간대여 #뷰가좋은카페 #데이트추천

오버스토리 성북 @overstory.seongbuk




 

작년 여름,  웨이팅 1시간이 넘는 경복궁 근처 맛집에 갔을 때였다. 입구부터 사람이 바글바글했고 좁은 입구에서 온갖 민원이 쇄도했었다. 문 앞에는 웨이팅이 너무 길어 떠나는 손님에게 죄송하다며 사과를 하면서도 센스와 미소를 잃지 않으셨던 직원 두 분이 계셨다.  진정으로 그 상황이 즐겁지 않으면 할 수 없는 태도와 표정이었다. 밥을 먹는 동안에도 손님들에게 오가며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해 주시고 가셨다. 이곳에 온 사람들이 행복한 식사를 하기를 바라는 게 느껴졌다. 현실에 메마른 우리는 밝은 두 분을 보고 말했다.


분명히 가게 사장님 아들과 딸일 거야.
안 그럼 저럴 수가 없어..."


마음을 담은 요리라는 말이 있듯이 진실된 음식엔 이 음식을 '잘' 먹기를 바라는 주인의 마음이 담겨있다. 공간도 다르지 않다. 그곳을 운영하는 사람의 진심 어린 마음이 있으면 사람들도 그걸 느낀다. 트렌드와 매출에 민감한 카페도 그럴 수 있을까, 의심을 품은 나의 생각을 바꾼 곳이 있었다.



하늘로 솟았나, 땅으로 꺼졌나

구름 옆으로 솟아오른 ‘ㅅ’자 입구가 인상적이다

차를 타고 언덕을 한참 올라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면 안쪽에 뾰족하게 솟은 건축물을 마주한다. 새하얗고 거대한 파사드는 간판과 문구도 없어 이곳이 주택인지, 갤러리인지, 혹은 카페인지 알아채기 어렵다. 실제 카페는 지상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대신 거대한 삼각형 홀이 시선을 사로잡아 사람들의 발길을 이끈다. 오버스토리 성북의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낮은 담장의 소박한 정원

압도적인 입구를 눈앞에 두고도 앞에 정원을 구경하느라 한참 동안 들어가지 못했는데 정원을 오래도록 구경하는 나를 보고 가드닝을 하다 오신 사모님과 짧게 대화를 나누었다. 이렇게 사랑받는 정원이라면 실내는 안 봐도 훌륭할 것이기 때문에 입구부터 기대감이 증폭되었다. 제대로 왔구나 싶었다.


오버스토리 앞의 정원은 작고 소박하다. 고급 주택단지에서 보이는 멋들어진 수피의 배롱나무 대신 수국, 수크령, 백리향 등 키 작은 관목과 초화가 방문객을 편하게 반겨준다.



예약제에는 이유가 있었다.

1층 밖에서 본 압도적인 외관과 달리 식물 카페는 노 키즈, 노펫 존에 2시간 이용 시간으로 매우 프라이빗하고 안락하다. 예약제가 아니었다면 관리할 수 없을 만큼의 다양한 식물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지하 1층은 카페로, 1,2층은 이곳을 운영하는 가족들의 집으로 설계했다. [설계 : 더시스템랩]


주변의 조용한 주택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안락한 시간을 보장해 주기 위해, 정성과 노력을 담은 이 공간을 위해, 이곳을 아끼는 사람들이 도입한 제도라고 볼 수 있다.


지하를 통해 카페 입구에 들어서면 서울 도심이 한눈에 펼쳐지는 통창을 마주한다.

계단을 타고 깊은 지하로 내려올 때 짧고 강한 시퀀스를 경험할 수 있는데, 건물 외부의 빛, 내려오는 계단의 어둠, 지하 끝에서 마주하는 탁 트인 전경과 채광이 그 요소가 된다.


외부에서 지하로 내려오는 발을 디딜 땐 때는 어두운 동굴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지만 이곳을 거쳐 마주한 지하공간은 싱그러운 자연과 탁 트인 서울 전경으로 마무리된다.

* 시퀀스(Sequence)는 공간을 차례로 지나 마지막 공간에 도달했을 때 보이는 장면 혹은 이야기 서사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지하에 위치한 카페임에도 건물이 워낙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야외 테라스가 있다. 일조량도 매우 풍부한 편.



집, 공간, 삶에 대한 이야기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곳은 한 가족이 살고 있는 집과 운영하는 카페가 같이 있는 곳이다. 주택과 근린생활시설, 두 이질적인 공간이 어우러지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두 개를 아예 분리하자니 의미가 없는 것 같고, 붙여놓자니 차별점이 없고 자칫하다간 영역이 섞여서 정체성이 모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버스토리의 삼각형 입구는 기능과 형태를 다 잡았다. 독특한 외형 덕분에 카페를 이용하는 손님들은 이곳을 포토존으로 즐기고, 자연스럽게 카페로 이어져 주택을 이용하는 동선과 겹치지 않도록 했다. (집 안으로 들어가는 현관 입구는 후정 안쪽에 배치하여 방문객에겐 보이지 않는다. )


학부 주택설계 스튜디오 수업 때 갤러리와 집을 합친 주택을 주제로 정한 적이 있었다. 갤러리와 주택을 어떻게 분리하고 이을 것인가가 가장 큰 문제였는데, 입구를 두 공간 사이에 배치하고 양쪽을 공평하게 사용하도록 유도한 동선 외에는 어떤 장치도 마련해 주지 못했었다. 생각해 보니 사실 입구도 정 중앙에 둘 필요도 없었다.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고 끝내버린 그때 결과물이 아쉬움이 남는다.


화려하고 컨셉추얼 한 공간은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삶과 애정이 녹아있는 공간은 사용자가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공간을 채워나가야 유지된다. only 예약제로 서울에서 프라이빗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메뉴는 케이크와 바닐라라떼가 인기 있으며 독특한 커트러리도 이곳의 묘미다:)




작가의 이전글 뉴노멀 시대의 오프라인 숍 :: 29CM 성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