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포트 시스템의 (메리엄-웹스터) 사전적 의미는 "한 개인에게 실질적이거나 정서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사람들의 네트워크"이다. 전화 통화를 하기 전에 문자나 카톡으로 먼저 물어 보는 사람, 음식을 주문할 때 전화로 하는 것보다는 모바일 앱으로 하는 것이 더 편한 사람, 고객 센터에 전화하기 보다는 채팅 기능을 이용하는 사람이 바로 나다. 요즘에는 나 같은 사람이 적지 않을 거다.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고 비즈니스적으로든, 사적으로든 타인과 교류가 거의 없다보니 어느덧 세상과 나 사이에 높고 두터운 담이 쌓여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말을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도 깊이 생각하지도 않고 살아왔다. 미국에서 '맞는 사람'을 찾기는 힘들었고, 맞는 사람을 만난다고 해도 공부가 끝나면 떠나거나, 직장을 찾아 떠나거나 하는 등 언제나 몇 년간의 짧은 인연만 지속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많은 이민자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 유대가 끈끈한 것도 가족 외 누군가와 관계를 오래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가족 중심으로 살아가다 보니, 친구나 지인과의 관계에 소홀해지고 섭섭함이나 오해를 풀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어쩔 수 없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그런 식으로 가족 외의 '서포트 시스템'이 무너져 버렸다.
내가 뉴저지로 오기 전 살던 곳에 미국에서 만나기 힘든, 마음이 잘 맞는 좋은 친구가 있었다. 집에 놀러가면 언제나 따뜻한 한 끼를 대접해 주었고, 서로 생각을 나누며 좋은 친구가 되었다. 그렇게 몇 년을 지내다가 내가 뉴저지로 이사를 했다. 둘 다 전화를 붙들고 시시콜콜 얘기하는 성격이 아니었고, 간간이 연락하다가 일 년에 한두 번도 연락을 하지 않는 사이가 됐다. 좀 속상한 일이 있어도 전화하기가 망설여졌다. 그렇게 한국에 있는 소꿉친구도, 친구처럼 지내던 사촌 언니도, 함께 꿈을 나누던 교회 친구들도 모두 멀어졌다. 그렇다고 현재 지리적으로 가깝게 지내는 친구들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근처에 몇몇 지인이 있긴 하지만 다들 사느라 바쁘고, 아직 관계가 형성되지 않아서 서로 서포트 시스템이 되어주지 못한다.
누군가는 "인간은 신뢰에 의존하는 사회적 동물이고, 신뢰는 '공통'의 가치와 신념을 가질 때 생겨난다"고 했다. 공통의 가치와 신념을 공유하고 정서적인 지원을 해주는 서포트 시스템이 없다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최근 몇 개월 사이에 생겨났다. 이전 글 "미국 사는 프리랜서에 필요한 다섯 가지: 정신력"에서 언급한, 하고 싶은 일을 지속하며 포기하지 않고 버텨내는 정신력은 열정만으로, 지구력만으로는 가질 수 없다(는 문제의식 말이다). 인간은 정말 사회적 동물이었다. 그런 깨달음은 뜻하지 않게 쉽게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