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아침
비가 온다.
아침이 운다.
어둠이
다 걸어 나가기 전
뒷모습이 옅은 잿빛을
물고 있는 이른 아침에
번개 꽃으로
조명 밝히고
바람 불러 시원함 채워 넣고
천둥 불러 음악으로 마무리를
베토벤교향곡 5번으로
이렇듯
요란하고 거하게
아침상 차려놓고
그만 눈을 뜨라하네.
어느새 창문엔
투명한 빗물커튼이 내려지고
빗방울놀이터 되어 주룩주룩
미끄럼틀타고 과속 질주하네.
브레이크에러
빗물커튼사이로 내미는
잿빛 얼굴하나
잡아볼라치면 손가락사이로
빗물커튼사이로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빠져나가고
빗물은 모른척 즐거움 타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그리운 얼굴도
긴팔 옷 갈아입고
가을이랑 같이 오려나.
요란하던 빗소리가
자작자작
점잖아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