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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 ILLUSTRATOR Nov 17. 2023

눈엣 가시

집주인이 협의를 제안했다.

그들의 말만 믿고 기다릴 수 없어 협의내용을 공증을 받자고 내가 제안했다.

그렇게 할 거라 믿고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그들이 거절했다.


난 이번 에피소드를 점진적으로 당차게 해 나가는 과정에 대해 쓰려고 했다.

누군가에게 정보입수가 될 의도를 두고 쓰려고 했지만 그러기엔 내가 너무 감정적이다.


11월 1일 집주인으로 연락받고 지금까지 이주동안 영혼이 털렸다. 그의 메시지만 봐도 손이 떨리고, 그동안에 어렵게 다시 다져놓은 나의 자신감이 와르르 너무도 쉽게 무너지는 걸 경험했다.


유리멘탈.

내가 누군가의 엄마라고 불릴 수 있을까, 내 아들에게 나는 든든한 언덕인가.


큰일이 닥쳤을 때, 이 또한 지나갈 거고 나중에 회상하면 견딜만한 일이었다는 걸 깨달을 걸 알면서도 왜 그 당시엔 자신을 편한 자리에 두는 게 이토록 어려운지. 마치 그때 최대한의 악을 경험해야 보상으로 일이 잘 풀릴 거라는 이상한 심리를 스스로 이용하는 것 같다. 이 고리를 깨고 싶은데, 지금의 나로서는 쉽지 않다.


내 인생인데, 내 생각대로 풀릴 인생인데 왜 이 항로를 난 내 의지대로 항해하는 게 쉽지 않나. 생각의 전환. 난 지금 그게 필요하다.


학생 때 생각해 보면 늘 그런 아이가 하나씩 있었다. 심각한 일이 그 아이에겐 마치 하나의 시트콤처럼 풀리는. 그가 그 사건에 진지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유독 그 아이에게 그 사건은 어이없는 방법으로 풀리곤 했다. 특별한 방법이 아니라 마치 그 아이의 세계에선 그 어떤 일도 그 아이의 에너지로 인해 그렇게밖에 풀릴 수 없는 것 마냥.


나에게 지금 그 방법이 필요하다.


최대한 손해보지 않으려는 길을 택하려니까 머리가 빠개질 것 같다.


너무 답답해서 나 자신과 대화를 했다. 너무 어이없게 나 자신이 이 일이 잘 풀릴 거라고 확신했다. 넌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느냐고 물었더니 날 아니까 그렇단다. 미친 소리 같겠지만 그 대화 이후 마음이 좀 편해졌다.


같은 시기 한편으로 난 내 가족을 원망하고 있었다. ‘마음 편히 먹어. 소송하게 되면 비용은 내가 대 줄 테니 그런 걱정은 하지 마’라고 말해주는 가족이 왜 없을까라고.


저 길은 내 길이 아닌가 보다. 결국 가족이 내 가장 큰 힘이 될 거라 믿지만, 내 길은 저렇게 평탄하지 않다. 어차피 끝날 문제라면 내 방법을 고수해 봐야겠다.


심각한 걸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배짱. 어려운걸 의외의 방법으로 풀 유연함. 괴로울 때 웃을 수 있는 용기. 할 수 있다는 믿음과 확신.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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