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

탁구를 시작하며

by 연구하는 실천가

방학이 되자 요양보호사 아주머니가 어머니를 봐주는 1시~4시까지, 오롯이 나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무려 3시간이나 생겼다. 나는 이 시간을 어떻게 야무지게 쓸까 고민하였다.


나는 이 시간을 이렇게 쓰기로 하였다.

화, 수, 목 - 도서관 가서 독서하기, 그리고 탁구 레슨

월, 금 - 도서관 가서 독서하기, 그리고 산책


누가 보면 별 것 아닌 계획이라 할 수 있지만 나 홀로 할 수 있는 시간을 새삼스레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 나는 기쁘다. 나의 걸음 속도로 그냥 뚜벅뚜벅 걸어서 도서관에 가는 것, 그곳 일반 열람실인 3층까지 후다닥 올라가 내가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어느 구석에 앉아 아무 생각 없이 읽는 것, 정해진 시간이 되면 탁구장이 있는 곳까지 한참을 걸어서 가는 것. 그리고 무엇을 위한 수단이 아닌 그냥 목적 그 자체로 탁구를 배우는 것.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산책을 부담 없이 즐기는 것.


항상 엄마가 내 곁에 있어야 하고, 엄마의 걸음에 나의 걸음을 맞추고, 엄마가 갈 수 있는 장소인지를 생각하고, 이 모든 것에 구애받지 않고 그저 바람처럼 나 홀로 어딘가에 가서 머물고 또 흐르는 대로 갈 수 있는 3시간이 주어진다는 것.


오로지 나를 위해 뭔가를 해 본 것이 언제였던가.
그동안 일을 위해

가족을 위해

목표를 위해

건강을 위해

나는 기계적으로 움직였다.

커다란 태양의 중력에 붙잡혀 빙글빙글 도는 작은 행성처럼.

원래 그렇게 태어난 것처럼 그저 열심히 살기 위해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일을 안 하는 남는 시간에는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우스개 소리로 말하듯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말처럼, 일과 가족이 나의 중심을 차지하고 나는 점점 사라져 갔다.

그런 나를 바라보며 남편은 말한다. 주말에 집에만 있으면 갑갑하지 않냐고.
아들은 말한다. 자기 신경 쓰지 말고 엄마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하지만 난 하고 싶은 일이 없다. 어린아이였던 적을 벗어나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뭘까 생각해 보지만,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지금이 좋다는 말로 남편과 아들의 말에 대답할 뿐이다. 그건 진심이다. 하지만 뭔가 쓸쓸하고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점점 내가 사라지기 전에 나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이제 나를 중심에 둔 일, 그리고 의무감에 해야 하는 일이 아닌 일을 해보고 싶다. 그래서 2019년이 시작되자마자 나는 나를 위해 할 일을 찾았다. 하루 중 요양보호사가 엄마를 봐주는 3시간을 집안일이나, 업무가 아닌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으로 쓰기 위해. 그래서 겨우 생각난 것이 기껏 탁구이다. 건강을 위한 것도, 무엇에 쓰이기 위해서도 아닌, 그냥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잠시 났다는 이유로.


나를 위한 시간,

어색하지만 소중한 것을 조금씩 조금씩 맛보려 한다. 그러다 보면 내가 원하는 일이 떠오르는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