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쓸 때마다 짧게 고민한다.
어머니라고 쓸까? 엄마라고 쓸까?
어떻게 어린아이도 아닌데 '엄마'라고 쓰겠어. '나의 어머니'라고 써야지.
하지만, 그건 생각 뿐 '어머니'라고 쓰지 않는다.
'어머니'라고 쓰는 순간, 따뜻하고 쿰쿰한 엄마 냄새, 울퉁불퉁 주름진 손마디, 부드럽게 내려온 눈꺼풀이 사라지고 그저 감흥 없는 사진처럼 표상만이 글자 위에 덩그러니 남는다.
그렇게 '엄마'와 '어머니'의 낱말은 엄연히 다르다.
'어머니'란 이름은 우아한 홈드레스 위에 화사한 앞치마를 두르고 교양있는 표정으로 나를 말끔히 쳐다보며 분내 나는 미소를 지을 것만 같다. '엄마'란 이름은 내가 입다 버린 오래된 티셔츠를 주워 입고 방금 했던 말을 또 하며 이런 저런 불만을 끝없이 뱉어 내면서도 내게 필요한 것들을 끊임없이 챙겨줄 것만 같다.
그래서 엄마와 어머니에 대한 나의 낱말 해석은 이러하다.
어머니: 나를 낳아주거나 길러준 여성으로서, 남들이 나와의 관계를 일컫거나 공식적인 자리에서
내가 칭하는 말
엄마: 나를 낳아주거나 길러준 여성을 일컫는 말로, 때에 따라 나의 가슴 한 켠을 아리게도 하고 뜨겁게도 하는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