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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지 Jan 01. 2024

새해 출발과 출장

공무출장을 1주일을 앞두고

"나는 집안일을 더 많이 하겠습니다!"

"저는..공부 더 열심히 할께요"

"나는...(어쩌구저쩌구)"


어제밤 자정을 3분정도 남기고 집 거실에 식구들이 둘러앉아 각자 새해 다짐을 말하는 시간을 가졌다. 작년에 공부로 집안일에 소홀히 했던 나를 반성하며 열심히 하겠다고 했더니 아이도 대뜸 공부 열심히 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그리고 몇초후 바로 2024년으로 우리의 시간은 넘어갔다. (새해되는거 뭐 별거 없는것 같다는. 단지 우리 각자의 의미 부여만 있을뿐!)


솔직히 어느해보다 깔끔하고 훈훈한 마무리와 출발다. 그다지 긴 시간도 시끌벅적 준비도 필요없었다. 딸기 한접시와 한라봉 한개 그리고 홈런볼 한봉지면 충분했다. 새해맞이 가족간담회는 20여분만에 끝이났다. 그리고 온 식구 푹 잘자고 2024년의 첫번째 태양을 맞이했다. 아주 반갑게!


1월1일. 여느때보다 조금은 특별한 오늘, 무엇을 할까 고민을 잠깐이라도 안한건 아니다. 그럼에도 이런날 글쓰기는 결코 빼먹을수 없기에. 늦은 오후 산책을 끝내고 집 근처 빵집으로 무작정 발걸음을 돌렸다. 가족 손님들로 이미 가게는 꽉 차 있었다. 하지만 2인용 자리는 다행히 여유가 좀 있었다. 짭쪼름한 소금빵과 쓴 커피의 조합이 주는 의외의 맛에 감탄하면서 머릿속 이런저런 생각들을 주섬주섬 끌어모아서 하나의 문장으로 만들어내는 이 시간. 내 생각은 자연스럽게 1주일 앞으로 다가온 공무출장으로 흘렀다.


얼마만의 해외출장인가. 예전 9급 시절 멋모르고 준비없이 떠났던 2주간의 브라질 출장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10여년이 지나. 이제 6급이 된 내가 준비한 이번 대규모 방문단의 출장은 뭔가 좀 달라질까. 그때처럼 새로 장만한 신발에 구멍이 나도록 뛰어다니는 내 모습을 상상하면 살짝 서글퍼지기도 하지만...지금은 냉정하게 현재를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최선을 다한 실패는 오히려 (운좋은) 성공보다 값진 것이라는 과거 브라질 출장이 준 교훈을 나는 너무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9월부터 시작한 준비라고는 하지만 따지고보면 시간적 여유는 그다지 의미가 없었다. 최근 1~2주만에 급작스럽게 성사된 기관 방문도 있었으니까. 중요한건 내가 제대로 핵심을 잡고 필요한 일만 하고 있냐는 것이다. 아직도 1개 행사는 장소도 인원도 정해지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일단 기다리고 있다. 상대에 대한 신뢰가 아직은 남아있기에. 예전같았으면 실패에 대한 불안감에 당장 책임을 모면할 궁리부터 할텐데. 지금은 마지막 기한을 정해두고 기다리며 어찌하면 행사를 잘 치룰지 고민하고 또 고민 중이다. 말그대로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아직 내게는 1주일'밖에'가 아닌 1주일'이나' 준비할 시간이 남아있지 않은가.


나와 아이의 새해다짐이 어디에서도 아닌 2023년 각자의 부족함에서 나왔듯이. 이번  해외출장 또한 지난번 출장의 미숙함에서 출발해야하지 않을까. 10여년전 순진하고 경험부족이라는 어설픈 변명이 나름 가능했던 어리숙한 9급에서. 이제 나는 그런 변명조차  궁색한 15년차 6급 공무원이 되었다. 나는 지금 무슨 변명거리를 찾고 있을까. 의미없는 일이다. 그냥 남은 1주일 철저한 준비와 냉정한 상황판단, 그리고 귀국하는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나를 계속 깨어있게 만드는 적당한 긴장감만이 필요할 뿐이다.


출장 1주일 전. 오늘이 새해 첫날이라서 그나마 다행인건지 아닌지는 아마 이번달 중순쯤 판가름이 날것이다. 그때까지는 열린 결말로 한번 가보자. 나도 궁금한 꽤 오랜만의 공무출장의 결과...과연 어떻게 될까? 이번엔 성공일까 아니면 최선을 다한 실패라도 될것인가.





"(웃음)올해 공부 열심히 한다고? 결심한 거 응원해!"

"엄마, 올해(2023년)도 공부 안한건 아니에요..."

"그래 알지. 다만 (기말고사)점수만 좀 그랬지..."

"열심히 준비한 과학은 잘 나왔어요. 그래서 자신있어요!"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래 너하고픈대로 잘해봐. 난 널 믿어"


그렇게 어제의 대화는 끝났다. 그래서인지 오늘따라 외출전 평소처럼 컴퓨터 게임에 한창인 아이의 모습이 그다지 밉지않았다. 공무출장 1주일전 준비를 잘해야지 마음은 단단하게 먹었지만 내일 사무실가서 또다시 갈등하며 망설이는 내 모습이 아이의 뒷모습과 문득 겹쳐보였기 때문이다. 아이든 어른이든. 그냥. 일단. 믿고 내버려두면 언젠가는 한다. 아니 하지않을까싶다.


여전히 나는. 갈등하는 나약한 인간이기에. 

그래서 우리는 서로에게 의지해야한다.

더 자주 더 긴밀하게.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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