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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Apr 26. 2020

리더십에 대한 고찰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그것이 알고 싶다

회사가 커지면서 중간 관리자가 많아지고, 리더십에 대한 얘기가 자연스럽게 자주 언급되기 시작했다. 얼핏 복잡해 보이는 조직 이슈에 대해서도, '리더십 때문일까?'라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리더십에 대해 생각해보니 단어 자체는 이미 친숙하지만, 그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주제란 생각이 들었다. 실체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교육도 어렵다. 내가 생각하는 리더십의 정의는 무엇이며, 어떤 부분이 중요한 지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리더십의 사전적 정의는 '리더가 일정한 상황에서 다른 구성원들로 하여금 조직이나 집단의 공통 목표를 달성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든 과정'이라고 한다. 이를 재해석해보자면 A라는 리더와, B라는 리더가 동일한 10명의 팀원을 데리고, 단순 노동이 아닌 고난이도의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그 결과는 사뭇 다를 텐데, 한쪽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다른 한쪽은 실패를 한다면 차이를 만든 리더의 '그 무엇'이 리더십의 요체가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모든 비즈니스의 순간은 유일하게 한 번만 존재하기 때문에 과학적 검증이 불가하고, 결국 결과론적 해석과 가설을 통해 무엇이 중요했는지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좋은 리더십 사례는 항상 좋은 결과를 전제로 하고, 어디까지가 실력인지 운인지 검증이 불가하기 때문에 정답이란 있을 수가 없다)


아래는 리더십에 있어서 내가 중요하다고 느꼈던 부분들이자, 가까운 사람들 중에 훌륭한 성과를 낸 리더들이 보여준 패턴들이다.



1. 원대한 비전

비전의 설정은 바꿔서 얘기하면 어떤 영역에서 어떤 미션/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건인지 전체적인 방향성과 맥락을 결정한다는 의미도 있다. 사업으로 보자면 어떤 산업에서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인데, 여기서 상당 부분이 결정된다고 볼 수도 있다. 특히 사업에서는 남들이 모두 동의하지 않는 나만의 관점을 가져야 할 때도 있고, 정답도 없고 논리적 근거도 없는 상태에서 연속된 의사결정을 해야 할 일이 많은데 리더가 갈팡질팡하면 배는 점점 침몰하게 된다. 그래서 비전은 단기적인 시각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아주 명확한 흐름, 방향성을 갖는 게 좋다고 느낀다. 그리고 어려운 일일수록 소위 '짜치는' 얄팍한 아이디어보다는 원대한 꿈을 갖는 게 여러모로 좋다고 생각한다.

잡스도 처음엔 핸드폰을 만드는 아이디어에 반대했다고 한다. 고민 끝에 생각을 바꾸고 10년 만에 스마트폰 시장을 활짝 열었다


2. 리더의 개인으로서의 역량

팀의 목표가 아직 명확하지 않고, 팀원이 적을수록 리더의 역량이 중요하다. 모든 게 불확실하고, 리소스는 항상 부족하기 때문에 리더가 좋은 결정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많은 일을 하거나, 팀원들이 '어렵다', '불가능하다'라고 생각했던 일들을 직접 이끌고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 과정에서 조직 차원의 역량이 빠르게 올라가고 특히나 치열하게 돌아가는 조직일수록 리더의 세세한 부분(심지어는 말투나 사소한 습관들까지. 리더가 다리 떠는 것까지 팀원들에게 전염되는 걸 본 적도 있다)까지 전염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리더가 개인적으로 하는 만큼 팀원들에게 어느 정도 복제가 된다고 봐도 틀리지 않는 것 같다.


3. 좋은 팀의 구성

좋은 팀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기준에서 어떠한 사람을 '인재'로 볼 것인가라는 관점도 필요하고, 지금 팀이 가진 목표와 맥락을 고려하여 어떤 사람들이 필요한 지를 규정하는 것도 있다. 그리고 그런 인재들은 대개 선택지가 많기 때문에, 어떻게 그런 인재를 데려오고 또 팀 내에 적응하여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도 온연히 리더의 몫이다.


기업의 위대한 업적에는 항상 아이콘 같은 리더들이 많은 조명을 받지만, 그 뒤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재들이 즐비하고 대개 그 인재들은 리더와 어떤 사연들을 하나씩 갖고 있다. 그런 이유들로 험난한 여정을 함께 하며 위대한 업적을 남기는 데 큰 공헌들을 하게 된다.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관점을 갖고, 남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dynamics를 통해 비전을 공유하고,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리더는 좋은 팀을 갖게 된다고 본다.


4. 에너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명확한 비전이 세워지고, 훌륭한 리더와 훌륭한 팀원으로 좋은 팀이 구성된 다음에 중요한 건 팀 전체로서의 높은 에너지 수준이다. 대개 개인적으로 훌륭한 역량을 가진 리더는 '나 잘난 맛'에 사는 경우가 많고, 지나친 자기애를 가진 경우가 많아 의외로 인재들이 오래 버티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반대로 자존감이 낮고 부화뇌동하는 리더는 힘들게 인재를 모았지만, 색깔이 독특한 인재들이 서로 싸우는 바람에 제대로 꽃도 피우지 못하고 팀이 공중분해되기도 한다. (연쇄창업자이자 엔젤투자자인 노정석 대표님은 '또라이 같은 창업자와 이를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팀원들'로 구성된 창업팀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기도)


팀 전체로서 강렬한 에너지를 갖는 것. 이게 리더에게 주어진 마지막 퍼즐이라고 생각한다. 스티브 잡스, 일론 머스크와 같이 일했던/일하는 인재들이 말하는 현실왜곡장(RDF, reality distortion field. 전문가조차 절대 안 된다고 하는 것도, 이 사람이 얘기하면 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영향력)이 됐든, 팀원을 하나하나 챙기고 훌륭한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하는 능력이 됐든, 미숙해 보이지만 사람으로서 매력이 너무 뛰어나서 그냥 함께 일하고 도와주고 싶든 무언가 강력한 카리스마, 즉 다른 사람을 매료시키고 영향을 끼치는 능력(사전적 정의가 원래 이렇다)을 갖추어야만 한다.



회사가 점점 커지면서 예전에는 고민하지 않아도 됐던 문제들을 고민해야만 하는 것들이 매년 새롭게 나타나고 있다. 중간관리자가 많아진 지금 '리더십'이 그중에 하나이다. 예전에는 나만 잘하면 됐다면, 중간관리자의 리더십이 중요한 순간이 되었고, 나는 리더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최근에 생각했던 것들을 정리해본 셈이기도 하다. 어렵고, 모호한 주제이지만 실체는 분명히 있다. 나부터 좋은 리더십이란 무엇인지 더 고민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생각의 프레임을 공유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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